박지성 스페셜 '집단이기주의' 극복 신화!
나는 어제 'MBC 스페셜 박지성' 편 속 생일잔치에 깜짝 출연한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출신 공격수 카를로스 테베스와 프랑스에서 온 수비수 페트릭 에브라를 보면서 묘한 감정을 맛 봤다. 그들은 이른바 세계최고 축구클럽 맨유의 3총사였다. 그라운드에서나 그라운드 밖에서나 자주 만나는 이들의 공통점은 출신지역이나 피부 색깔로 봐서 맨체스터유나이티드와 잘 어울리지 않아 보였지만 당당히 맨유에서 한솥밥을 먹고있는 처지다. 박지성은 아시아의 변방에서 영국으로 날아간 황색특급이었고 페트릭 에브라는 피부가 검은 빛깔인 프랑스인이며 카를로스 테베스는 남미특유의 모습을 한 아르헨티나 출신 축구선수였다.
나는 그들을 보면서 '동병상린'과 같은 느낌을 공유하고 있지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들은 어쩌면 백인 우월주의에 빠진 유럽의 축구선수들로 부터 알게 모르게 따돌림을 받고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박지성이 맨유에서 이름을 떨치기 까지 지나온 과거를 뒤돌아 보면 다큐 '박지성 스페셜'을 관통하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이들이 느끼는 것 같은 '집단이기주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박지성이 지나온 과거를 돌아보면 집단이기주의의 희생양이 될 뻔한 기적적인 일들이 만들어 낸 신화로 여겨졌던 것이다.
그가 처음 명지대로 진학하게된 사연이나 용케도 올림픽대표로 차출되는 과정이나 경기에서 수비수 7명을 제치고 골을 넣을 때는 박지성 자신 조차도 믿기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그는 " 수비수들이 일부러 비켜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나는 그의 증언을 들으며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아마도 천사들이 존재한다면 인간들이 만든 집단이기주의를 보기좋게 따돌리기 위한 노력을 시도했을 것이고 마치 영화속 한 장면처럼 그는 국가대표 제목으로 발돋음하며 오늘의 영광을 누릴 수 있는 기틀을 만든 놀라운 장면이 아닌가 했다.
그러나 그의 시련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2002년 월드컵 국가대표 최종 선발에서도 축구전문 기자들은 엔트리 명단에서 박지성을 제외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고 한다. 누구인지 알 수는 없지만 박지성을 제외해야만 또다른 선수가 그 자리에 오를 수 있고 그를 키워낸 모 감독은 각광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스타탄생을 알아보는 사람은 집단이기주의에 물든 우리네 풍토를 너무도 잘아는 사람이었고 박지성의 재능을 일찌감치 눈여겨 본 히딩크라는 것을 이제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가 전력을 극대화 시키는 과정에서 프랑스에 5-0이라는 참패를 당하자 마자 우리네 언론들은 그를 가리켜 비아냥 거리기를 '오대영'이라고 할 정도였다. 다시금 생각해 봐도 그가 포르투갈전에서 골을 넣지 못했다면 2002년 월드컵신화는 우리 축구사에서 찾아볼 수 없고, 박지성이 아니었드라면 상상도 못할일이 기적처럼 이루어져 그토록 염원하던 16강전에 합류하게 된 것이다. 우리사회는 언제부터인지 꼭 꼬집어 말하지 않아도 학연,지연,혈연 등으로 소속 사회에 발을 들여놓기 쉽지않고 민주화 이후에는 동일한 직의 집단이기가 충만할 정도가 되었다.
사정이 이러한 가운데 박지성이 히딩크 눈에 띈 것만해도 기적이며 그로 인하여 우리 축구사에 영원히 남게될 월드컵 4강신화를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무릎부상에 시달리던 그가 부상을 극복하고 맨유까지 진출한 것 만으로도 기적같은 일이다. 그 뿐만 아니라 언급한 세계최고 선수 등과 함께 프리미어리그에서 뛸 수 있고 자신의 자리를 확고하게 지키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적같은 일이었다.
박지성 자료사진
하지만 박지성의 장점은 '겸손함'에 있다. 모든 사람들이 명예를 쫒고있는 가운데서도 그는 " 축구는 잘하고 싶다. 그러나 유명해지는 것은 싫다."고 잘라서 말할 정도며 "골을 넣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드필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여) 팀플레이에 공헌하고 싶다'는 말로 그는 맨유의 승리를 만들어 내는 '승리 메이커'가 분명했다. 그리하여 호나우두나 루니 등 공격수들이 쉽게 플레이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며, 이런 점은 히딩크나 그를 키워낸 명지대 김희태 감독이나 맨유의 거장 퍼거슨이 공통적으로 칭찬을 아끼지 않는 대목이다.
이들 명감독의 눈에는 축구가 11명이 뛰는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박지성 처럼 팀플레이를 하는 선수에 목말라 했던 것이고 그의 작은 희생으로 '산소탱크'라는 별칭을 얻기 까지는 자신을 야금야금 갉아먹을 '명예욕'에 대해서 철저하게 관리하는 모습을 보여준 때문이기도 했다. 나 보다 좀 더 잘하면 여지없이 끌어내리는데 혈안이 된 집단들은 상생의 묘미에 눈이 어두워 자칫 보석같은 스타 한명을 영원히 땅속에 묻어버릴 뻔 했다.
박지성 스페셜을 통해서 본 그의 친구들 때문에 우리나라에만 있는 집단이기주의인가 싶었지만 주전 경쟁이 치열한 프리미어리그 내부에서 조차 알게 모르게 스타들을 이방인 취급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런 이기적 집단속에서 박지성이 보여주는 것은 '노력' 그 자체이자 집단이기주의 극복하는 하나의 사례를 보여준 감동적인 다큐였다. 박지성이라고 골 욕심이 없는 게 아니다. 그의 말대로 골을 넣고 싶어도 안들어간다는데야 할 말이 없을 것이고, 그를 도와줄 또다른 천사가 나타날 때 까지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킹메이커지 결코 골잡이로 유명세를 타고 싶은 생각은 일찌감치 접어둔 어른같은 젊은 수도자의 모습이다. 박지성이 있어 너무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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