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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DAMERICA

체 게바라와 '에덴'으로 떠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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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꿈꾸는 그곳                       
       

체게바라와 '에덴'으로 떠난 사람

지난 2월 초,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만난 K사장은 초췌한 모습으로 형제들과 함께 출국장 곁을 서성이고 있었다. 1시간 후면 이역만리 남미땅으로 떠나야 하는 그가 초췌한 모습을 보인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고국에서 6개월 동안 머무는 동안, 그는 일어설 수 조차 없는 어머니의 노환 병간호를 도맡아 하며 어머니를 일으켜 세웠고 비자가 다하여 남미땅 그가 살고 있는 파타고니아로 돌아가려던 참에 출국장에서 만난 것이다. 그는 눈물을 보이진 않았지만 표정속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져 있었고 금방이라도 대성통곡할 것 같은 모습으로 나를 대면한 것이며 그의 등에는 커다란 짐가방이 무겁게 매달려 있었다. 무엇이 그토록 그를 슬프게 한 것일까? 안사람과 나는 그를 배웅하고 돌아서며 그의 운명을 놓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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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대한민국을 떠나서 남미땅으로 향하던 시간은 지금으로 부터 약 25년전이다. 원만하지 못했던 가정사를 정리하고 다시는 고국에 돌아오지 않겠다며 굳게 약속을 한 것도 아닌데, 그가 아르헨티나 온세 거리에서 펼친 의류상과 바릴로체에서 연이은 사업실패로 인하여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을 찾아서 남미땅을 전전하던 중에 '뿌에르도 에덴'에 정착을 하며 그곳의 원주민들과 가까워지면서 그가 관심이 있었던 민방에 대해서 연구도 할 겸 머문 인연이 그곳 원주민들과 돈독한 정을 나누는 계기가 되었다.
 
그 인연으로 말미암아 우리나라가 남극에 세종기지를 건설할 때 부식 등을 공수하는 일을 맡기도 했던 것이다. 그가 그렇게 이국땅에서 열심히 사는동안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했고 그는 외로움을 달래며 현지에서 봉사의 손길을 펼친 끝에 뿌에르또 에덴은 물론 현재 그가 살고있는 '뿐따 아레나스'에서 그의 귀국을 학수고대하는 사람들이 기다릴 정도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 사이에 현지인 처를 둔 입장이 되어 자신을 낳아준 고국과 어머니는 저만치 멀어져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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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가 그렇게 외로운 삶을 살게된 자세한 이유는 모르고 알 필요도 없었지만, 그를 좋아하는 파타고니아 원주민들의 표정을 읽으면 그가 최초에 가졌던 사업이라는 것은 애시당초 마음에도 없었던 것 처럼 보였다. 욕심이라고는 털끝만큼도 없는 그가 옷가지 몇을 팔아서 이윤을 남겨 부자가 되고 싶었던 생각들을 바꾼것은 아마도 남미 곳곳에 널린 안데스의 때묻지 자연이 그를 본성을 일깨우게 된 것 같았다.

그리하여 그는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않은 뿌에르또 에덴의 깊은 산중에 혼자서 약초를 케러 가기도 하고 암벽 사이로 흘러 내리는 아름다운 작은 폭포의 모습에 취하여 하루를 소일하는 일을 반복하게되었던 것인데, 그 사이 고국에서는 이국땅에 있는 그를 한시도 잊지 못하며 이제나 저제나 만날 수 있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었던 것이나 세번째 아들인 그의 모습은 만날 수 없었고 그는 그대로 태초의 모습을 빼 닮은 에덴에서 고국의 어머니를 늘 그리워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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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모습을 보며 그와 삶의 괘적이 전혀다른 '체 게바라'를 떠 올리며, 그가 쓴 시詩 속에 담긴 무념무상의 모습과 자본에 대항하여 철저히 외롭고 고독하게 싸우고 있는 '체'의 시를 떠 올리고 있는 것이다.

저는
다시한번
로시난테의 등에 몸을 싣고
무기와 방패를 들고
여행을 떠납니다

저는
억압된 자신들을 해방시키기 위해서는
무장투쟁만이 유일한 길임을 믿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진실을 증명하는 것 역시
목숨을 던져 싸우는 것밖에 없음을 믿습니다

어쩌면,
이 편지가 어머니에게 마지막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어머니를 진실로 사랑했습니다
다만,
그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 달랐을 뿐입니다
융통성은 부족할지 모르나
진실만큼은 넘쳐흐른다는 것을 아시리라 믿습니다

그동안 예술가와 같은 열정으로 단련된
나의 의지가
약한 다리와 피곤한 심장을
지켜주리라 믿습니다

사랑하는 어머니!
지금은,
20세기의 모험을 위해 대장정에 오른
이 못난 자식 생각도 좀 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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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체가 쓴 '어머니에게'라는 시(2007,노마드북스/이산하엮은 글)를 읽는 동안도 그가 '마지막 연'에 써 놓은 '이 못난 자식 생각도 좀 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고백에서 눈시울을 붉히며 파타고니아로 떠난 K사장이 공항 출국장에서 내게 보여준 모습을 떠 올리고 있는 것이다. 체 게바라의 평전을 읽어 보신분들이면 너무도 잘아실 체의 삶은 철저하게 외롭고 고독한 '혁명전사'의 모습인데, 그가 그토록 사랑한 땅이 남미땅이었고 그는 이 땅에서 미국을 극도로 증오하며 '북미의 백만장자가 되느니 차라리 문맹의 인디언이 되는 게 낫다'며 자본과 지식이 가져다준 착취의 연속에 대한 영원한 혁명을 주장하고 나섰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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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사장이 인천국제공항에서 등에 짊어진 것은 파타고니아 원주민들에게 인술을 펴기위한 각종 중요한 한방도구들이었고 이미 먼저 부친 짐 3개도 그가 파타고니아에서 펼쳐 볼 생애 마지막 봉사를 위한 짐들이었다. 하지만 그는 연로한 어머니를 고국에 두고 어머니가 돌아가셔도 오지못할 통곡하고도 남을 일정을 가슴에 안고 나를 만났던 것이며 그 표정은 눈물만 보이지 않았지 통곡하여 지친 표정의 초췌한 모습이었던 것이다.

아마도 그는 낮선땅에서 잠시 고국의 어머니를 떠 올리는 순간 체 게바라가 그랬던 것 처럼 차마 사내로써 눈물을 보이지 못하고 '이 못난 자식 생각도 좀 해주시기 바랍니다'하고 속으로 피눈물을 삼키며 외로움과 고독을 달랬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그를 파타고니아로 보내기 위해 배웅을 한 이유도 그의 이런 아픔을 조금이나마 헤아리고 있었던 것인데 그는 끝내 눈물은 보이지 않고 출국장 너머로 사라졌다.


베스트 블로거기자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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