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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rro Fitzroy... 이른아침 깔라파떼의 민박집을 떠난 우리는 마침내 태고적 안데스의 '비에드마 호수 Lago Viedma' 뒤편 빙하 곁으로 이동하고 있었고 비에드마 빙하뒤로 우뚝솟은 피츠로이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속이 후련했다. 이 땅에 살던 태고적 사람이었던 인디오들은 저 산을 가리켜 '담배를 피우는 산'이라고 불렀다. 3,375m의 암봉 꼭대기에서 쉼없이 날리는 눈가루가 마치 담배연기 같았고 인디오들은 그를 가리켜 그들의 언어였던 '담배연기 Cerro'를 이 산 이름으로 붙였다. 그러나 정복자들이 이를 가만히 둘 리 없었다. 영국의 탐험가이자 기상학자였던 피츠로이가 그의 이름을 이 신성한 산 이름에 첨가했다. 그렇게 인디오들이 신성시 했던 'Cerro Montana'의 존재는 담배연기 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사람들은 가끔씩 금방 사라질 담배연기와도 같은 환상속에 갇혀 지낸다. 내게 아무런 의미도 없을 것 같은 피츠로이를 눈으로 확인하기 전 까지 피츠로이는 전설과 같은 존재였지만 막상 그 전설을 눈 앞에서 보고 있노라니 그건 전설이 아니라 현실이었다. 그럼에도 피츠로이를 앞에두고 글 몇자를 끄적이고 있는 동안 피츠로이는 여전히 내게 환상을 심어주고 있는 것인데,
그 이유를 다시금 생각해 보니 눈가루가 담배연기처럼 날리는 암봉 꼭대기에 다다르지 않은 사실 하나 때문이었다. 내가 만약에 수억년전 바다가 융기하여 만들어진 안데스의 '담배피우는 산' 암봉을 올랐다고 하면 내 전설속 신성한 산은 내 이름을 하나 더하여 인디오들이 부르던 이름에 또 하나의 먹칠을 가할 것이었다. 언제 어느때 다시금 들여다 봐도 황홀한 Cerro Fitzroy!... 사람의 발길이 닿았다 해도 여전히 그는 말없이 담배연기를 피우고 있는 전설의 산이며 나는 그 황홀한 길 앞에서 다시 장도에 오를 꿈을 부풀리고 있다. 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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