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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온 山들

산만해진 '도담삼봉' 왜이러나?


산만해진 '도담삼봉'

 왜이러나?


충북단양의 '도담삼봉'을 찾은 것은 10년도 더 넘었다.
이곳을 지나면서 여러차례 들렀지만
한번도 제대로 '도담삼봉'을 조용히 구경해 본 기억이 없다.

이상하게도 필자가 저곳을 찾는 날이면
주변은 온통 관광객들의 분주한 움직임만 눈에 띄었을 뿐,
단양팔경중에 으뜸인 도담삼봉은
조용히 바라볼만한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방문한 도담삼봉은 예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나는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도담삼봉이 가진 말도 안되는 전설 때문이었을까?


남한강이 충주호로 굽이쳐 들어가는 길목에
너무도 보기좋게 강 위에 떠 있는 저 세 봉우리는 저마다 이름을 간직하고 있다.
가운데 있는 봉우리는 생김새 그대로 늠름하여 '장군봉'이라하고
장군봉을 중심으로 좌측은 '첩봉'이라하며 우측은 '처봉'이라 부르는데,



"...장군봉과 처봉은 원래 금실이 아주 좋은 부부였습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둘 사이에는 아이가 없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장군봉은 첩봉을 얻어 아이를 갖게 됐고,
 첩봉은 아이를 가져 불쑥해진 배를 보란듯이 장군봉을 향해 내밀며 뽐을 냈고
 이를 시기한 처봉은 이들을 외면하고 등을 돌려 앉았습니다.
이를 처음부터 지켜보던 하느님이 이들을 노여워해
영원히 움직이지 못하게 벌을 내려 지금의 도담삼봉이 탄생했습니다...."



츠암...!...!!

꼭 요즘 드라마를 구성하고 있는 한 이야기 같은데 필자가 저곳을 방문하게 된 이유는 '환경기행'의 일환이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이 그림들은 최소한 못 볼것(?)을 피해서 담은 '포토'일 뿐이다.
마치 도담삼봉 주변은 거대한 '집회장'같이 소란스러웠고 물위에가만히 떠 있는 도담삼봉은 말이 없었다.



도담삼봉에 일행을 태운 버스가 들어서자 말자 조용해야 어울릴듯한 이 골짜기가 쩌렁쩌렁 울리고 있었다.
어디서 들리는지 엄청난 소음의 '고성방가'였는데 그 음악에 박자를 맞추기라도 하듯이
이번에는 유람선선착장에서 확성기가 큰 소리로 손님들을 안내하기 위한 방송소리로 골짜기가 쩌렁쩌렁했다.
도담삼봉은 유원지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도담삼봉에 들어서서 곧바로 나아가면 이 지역에서 '국내최초'를 내세우며 만든 '춤추는 분수대'가 있는데
 이곳에서 2,000원을 지불하면 노래방기계에서 반주되는 멜로디에 따라서 한곡의 노래를 부를 수 있다.
그 찢어지는 목소리가 이 조용한 골짜기를 뒤 흔들고 있는 것이다.
규모로 봐서 이 지역에서는 꽤나 신경을 쓴것 같았는데
 도무지 주변경관과는 어울리지 않는 시설의 고성방가 제조기였다.
일행들은 '말도 안된다는 뜻'의 어이없는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도담삼봉 춤추는분수 노래방'자료: http://cafe.daum.net/masepark


사람들은 이런것이 범죄에 속한다는 것을 잘모르고 있고 필자도 긴가민가 했다.
그래서 뒤적여 봤더니
보통...풍기문란죄라고 생각하는 것은 옷을 벗고 다닌다 던지 아니면 노상방뇨 쯤으로 생각하는데
고성방가도 범죄에 해당된다. 다만, 경범죄 일 뿐이다.

그래서 알아 본 경범죄처벌법 제1장 제1조의 경범죄의 종류는 모두 54가지로 나와 있었다.
잠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각조항.호.생략)



 노상방뇨등
 길이나 공원 그밖의 여러사람이 모이거나 다니는 곳에서
 함부로 침을 뱉거나 대소변을 보거나 또는 그렇게 하도록 시키거나
 개등 짐승을 끌고와 대변을 보게 하고 이를 수거하지 아니한 사람


불안감조성
정당한 이유없이 길을 막거나 시비를 걸거나 주위에 모여들거나 뒤따르거나
또는 몹시 거칠게 겁을 주는 말 또는 행동으로 다른 사람을 불안하게 하거나 귀찮고 불쾌하게 한 사람
 또는 여러사람이 이용하거나 다니는 도로 · 공원등공공장소에서
고의로 험악한 문신을 노출시켜 타인에게 혐오감을 준 사람



 음주소란등
공회당 · 극장 · 음식점등 여러사람이 모이거나 다니는 곳
 또는 여러사람이 타는 기차 · 자동차 · 배등에서 몹시 거친 말 또는 행동으로 주위를 시끄럽게 하거나
 술에 취하여 이유없이 다른 사람에게 주정을 한 사람


인근소란등
악기 · 라디오 · 텔레비전 · 전축 · 종 · 확성기 · 전동기등의 소리를 지나치게 크게 내거나
 큰소리로 떠들거나 노래를 불러 이웃을 시끄럽게 한 사람


 과다노출
 여러 사람의 눈에 뜨이는 곳에서 함부로 알몸을 지나치게 내놓거나 속까지 들여다 보이는 옷을 입거나
또는 가려야 할 곳을 내어 놓아 다른 사람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준 사람

그외에도
경범죄엔 암표매매, 새치기, 비밀춤교습, 무임승차, 자연훼손, 구걸, 오물방치 등 여러가지가 해당된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대부분 경범죄는 벌금형으로 처벌된다.

따라서
 이곳 도담삼봉을 관리하는 지자체가 그런 것쯤 모를리 없을텐데 경범죄를 조장하며 방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도담삼봉 주변에서 영업활동중에 일어나는 고성방가등은  관광객 유치를 위한(?) 시설이었을 뿐이고
설령 고성방가와 같은 경범죄가 발생한다고 한들 벌금형을 받으면 그만일 것이나,
아름다운 도담삼봉 주변을 주변경관과 어울리지 않게 마음데로(?) 개발하여
 이득을 볼 사람이 과연 이 지역 사람들이고 주민들일 것인가?

일찌기 퇴계 이황선생은 이 아름다운 도담삼봉을 보면서 그 아름다움에 반하여 이렇게 시 한수를 놓았다.

산은 단풍잎 붉고 물은 옥 같이 맑은데 / 석양의 도담봉엔 저녁노을 드리웠네
신선이 뗏목을 기대고 잘적에 / 별빛 달빛 아래 금빛 파도 너울지더라

그런데 오늘날 우리들은 최신노래방기계를 작동시켜 두고
그것도 모자라서 분수가 너울너울 춤을 춰야 직성이 풀리며
있는 힘껏 목청을 돋우며 마치 도담삼봉과 원수가 진 것처럼 떠들어야 도담삼봉에 다녀 온 흥감이 드는가 말이다.
그 뿐만 아니라 관광객들을 가이드하는 포토라인은 다 망가져 있고 조성된 화단은 마구 짓밟혀 있다.

퇴계선생이 현현하여 다시 이곳에 와 보면 정말 딱할 노릇이다.

 산은 단풍잎 붉고 물은 옥 같이 맑은데 / 석양의 도담봉엔 춤추는분수 엄청 시끄럽네
유람선이 확성기 울리며 손님끌적에 / 고성방가 놀란 나그네 다시 오지 않더라

"...자~알들 놀고 있구나...! (휘리릭~~~)"

 


 도담삼봉에 깃든 전설은 오늘날을 위한 복선이었던지
 결국 사람들은 이곳을 휴게소나 유원지 정도로 생각하게 만들며 등을 돌리고 있다.
장군봉과 처봉처럼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 우선 이 아름다운 산하를 잘 간직하려는 최소한의 노력이 없으면
장군봉은 마침내 이곳 단양사람을 외면하고 새로운 파트너를 찾아 배를 내밀고 있을지 모른다.

정적인 분위기가 요구되는 이런 명소에 동적인 분위기가 옳다고 여기는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줄을서서 종일 불러 대 봐야 얼마되지 않는 수입만 계수하고 있을텐데
그 수익이 경상이익에 도달할 쯤 장군봉은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 버릴줄 모른다.

삼봉은 원래 강원도 정선군의 삼봉산이 홍수 때 남한강을 타고 여기까지 떠내려온 것이라고 하는데,
이로 인해 정선은 단양에 매년 세금을 바치라 요구했다고 한다.
그러나 후에 조선의 개국공신이 된 '정도전'이
 "오히려 물길을 가로막아 우리가 피해를 입으니 도로 가져가라"라고 말했다는 일화가 전해내려 온다. 

도담삼봉이 산만해진 이유는 작은욕심에서 비롯되었고,
 그것은 개발이익을 얻으려는 사람과 그들을 지지하는 사람들로부터 비롯되었다.
이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에게는 아무런 이익도 없다.

 

  


 베스트블로거기자Boramirang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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