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세상입니다. 오랜만에 북한산에 올랐습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삼천사란 사찰에 온통 휘황찬란한 燈이 주렁주렁 매달렸습니다. 곧 다가올 사월 초파일행사 때문입니다. 아름다운 등들은 이제 스님들이나 보살되시는 분들이 직접 만들지 않고 공장에서 대량 생산한것들 입니다. 세월이 지나면 지날수록 기계에 의존하는 일들이 부지기수로 늘어나서 얼마 있지않으면 컴에서 등을 달때가 올것입니다. 그래도 기분이 좋은것은 등아래 마애불을 바라보며 절을하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댓글 달듯 자신이 신앙하는 대상에 대하여 자판을 두들길때가 멀지않은것 같습니다. 대웅전 마당에는 서민들의 등이 달렸습니다. 대웅전 안에는 귀족들의 등이 달립니다. 가격이 많이도 차이 납니다. 종교가 어떠한가에 관계없이 사람들은 금전의 대소에 따라서 신앙이 저울질 당하지 않는지... 세상은 이렇게 냉혹하며 극락왕생의 길도 만만치 않습니다. 천국가는 길도 틀리지 않습니다. 진정한 불심이나 믿음의 세계는 오직 절대자만이 알 수 있을 터인데 곳곳에 인간이 인간을 줄세우는 풍경이 너무 흔합니다. 내세 때문에 현실을 외면하는 부조리가 이번 부처님오신날에 조금만이라도 줄었음 합니다. 진실로 저나 여러분들이 어린아이처럼 맑은 마음을 이 계절에 갖는 귀한 날이길 바랍니다. 북한산에는 지금 진달래가 만발했습니다. 위도상으로 조금 낮은곳에는 다 져버린 꽃들이 북한산에는 지금 흐드러졌습니다. 열흘도 채 피우지 못하는 이 꽃들은 이 짧은 시간동안 하늘을 봅니다. 이 하늘을 보기 위하여 수도없는 밤을 기다렸고 달빛과 이슬을 머금으며 칼바람 겨울을 지냈습니다. 하늘이 허락한 이 귀한날에 아름다운 모습으로 우리들을 마주하고 있다는 놀라운 광경은 삼천사 경내를 밝힐 연등과 함께 나의 마음을 밝게 합니다. 진달래가 피어도 산은 아름답고 개똥풀꽃이 피어도 들은 아름답습니다. 어떤 종교가 더 좋다고 하는 어리석은 사람들 가슴에도 고운 꽃들이 피었음 좋겠습니다. 우리가 사는 이세상 북한산에 흐드러진 진달래 잠시 잠깐인것 같습니다. 더 열심히 사랑하고 더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 벼랑끝에 핀 한 떨기 나무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내가 꽃잎을 떨구는 그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는 삶... 형편이 많이도 어려운 세상입니다. 저 등의 불빛이 힘든 우리 이웃의 맘을 환하게 비추는 귀한 蓮燈이길 바랍니다. 부처님 오신날이나 성탄절이나 기분좋기는 매 한가지입니다. 사찰 경내를 걸으며 이미 하늘에 계신 할머니가 생각났습니다. 할머니가 웃으시고 계십니다. 북한산을 걷는 내 발아래 연꽃이 즐비했습니다. 연꽃세상입니다. 2006-0426 북한산을 다녀오며 보라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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