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도 세탁하는
'빨래판' 아세요?
현대인들이 잊고 살고 잃어버린 것 중 하나가 '빨래판板'이 아닌가 싶다. 빨래판은 빨래를 물결처럼 홈을 파 둔 나무로 만든 빨래판위에 올려놓고 치대고 문질러 빨래속에 있는 때가 빠져나가게 하는 완전 수동식 '세탁기'인데,
여기에 그치지 않고 빨래는 냇가에서 다시 넓적한 돌 위에 올려두고 빨래 방망이로 다시 두들기며 땟물이 쏙 빠지게 했는데 예전에는 흔히 보던 모습이지만 근래에는 이런 풍경을 '세탁기'로 그대로 옮겨와 세탁기 광고 카피에 사용하기도 한다. 바쁘게 사는 현대에서 세탁기의 등장은 그래서 여성들의 삶을 여유롭게 하기도 하고 편하게 만들며 웰빙의 장을 여는 멋진 생활용품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는 한편. 세탁기는 여성들로 하여금 생활속에서 여유를 가지게 만들면서 빨래판시대에 가질 수 없었던 스트레스 해소법을 동시에 가져갔다. 빨래판을 많이 사용하는 시대를 살펴보면 여성들의 삶은 한恨문화를 만들 만큼 눈물로 보내는 세월이 허다했는데 내 어머니나 우리 이웃의 어머니들이 대부분 그런 삶을 살았는데 여성들이 시집살이가 시작되면 눈과 귀와 입을 각각 3년씩은 막고 살아야 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니 답답한 마음을 풀어야 할 때 말은 하지 못하고 답답한 속마음을 빨래판에 대고 치대고 문지르며 그것도 모자라 빨래 방망이로 빨래가 찢어져라 내리치며 울분을 달랬던 것인데 그 모습을 본 아낙네들이 응...저 집에 무슨일이 있었나 보구랴!...하고 빨래하는 모습만 보고도 스트레스의 정도를 알아 차릴 수 있었다. 물론 빨래터에서 수다는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세탁기가 등장한 이후로 당시의 삶과 많이 달라져 핵가족으로 분화된 지금은 시집살이와 같은 말못하고 살아야 하는 스트레스가 없어진 대신 여유가 만든 '우울증'이 새로운 병病으로 다가 온 것이다. 우울증의 원인이 반드시 빨래판하고 관계는 없지만 사람들이 살아가는 동안 우울은 늘 동반될 것이나 그 해소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지난주 양수리에 있는 그린토피아와 세미원을 다녀 오면서 본 돌로 만든 상징적인 빨래판이 지천에 널려 있는데 세미원을 다녀 가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이곳에 들러서 취할 것은 사실 아무것도 없다. 다만, 그림과 같은 빨래판을 보면서 마음을 씻으라는 것이다. 현대인들에게 던져주는 화두치고는 너무 고상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정적인 세미원의 풍경속에서 동적으로 졸졸 거리며 흐르는 단지속 물들을 바라보며 우울의 근저에 있는 원인을 생각하다가 그 원인이 욕심과 무관하지 않음을 떠 올리게 됐다.
사람들 마음속에 가득한 욕심들은 마침내 이 가을의 어느날 외로움으로 다가오고 그 외로움은 더 채울 수 없는 욕심으로 말미암은 것으로 떠나가는 계절과 함께 동반해 온 것이었다. 그러니까 얼마간은 더 채울 수 없는 계절인 겨울이 코 앞에 다가 온 것이다.
이럴때 우리들 속을 꽉 채우고 있는 욕심이라는 때를 물에 담궈서 불린다음 빨래판에다 대고 치대고 문지르고 다시 방망이질을 더하면 어느덧 우울했던 마음들이 구정물처럼 쏙 빠져 나가는 것을 보게 된다. 현대인들에게 우울증은 '자살'을 동반할 정도로 심각한 병으로 인식되는데 아직 마땅한 처방법이 없는 것으로 보아 그 원인을 놓고 설왕설래 하지만 최소한 내가 본 우울증은 빨래판을 잊고 산 댓가가 아닌가 하는 생각과 함께 문명의 부산물로 생긴 마음의 병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 모든 사물들은 더하면 빼야하고 잃었다고 생각할 때 채워지는 법 아닌가?
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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