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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나와 우리덜/나와 우리덜

가을에 걷기 좋은 가장 아름다운 길!



가을에 걷기 좋은
가장 '아름다운' 길!


왠지 모를 헛헛함이 자신을 옥죄는 듯한 계절입니다. 바쁜 삶 속에서 괜히 안절부절하지 못하고 어디론가 멀리 떠났다 오면 그 헛헛함이 사라질 것 같은데 멀리 떠난들 그 헛헛함을 지울수가 없었습니다.

얼마간 시간이 흐른 다음 그 헛헛함이 가을을 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그 헛헛함은 오래전 사춘기 때 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병病 같기도 하고 으례히 겪어야 할 통과의례 같아 보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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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때 누군가 곁에서 자신을 꼬옥 품어주었으면 좋으련만 그 '누군가'도 나와 같은 열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챈 다음부터는 그저 조용한 곳에서 그 열병이 식기만을 기다렸습니다. 그렇게 세월은 흐르고 반백이 넘었지만 여전히 나를 품어줄 대상을 찾고 있는 것입니다. 가을은 그렇게 나를 열병속으로 밀어 넣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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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열병이라는 헛헛함은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너무도 아름다운 자연의 섭리였습니다. 보다 성숙해질 기회를 제공한 게 가을이었고 삶을 반추해 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사춘기 때 앓던 그 병을 받아들고 약방문을 찾아 나서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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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찾아간 곳은 양수리의 두물머리에 위치한 세미원입니다. 관수세심 觀水洗心관화미심觀花美心...'물을 보면 마음을 씻고 꽃을 보면 마음을 아름답게 하라'는 물과 꽃의 세상입니다. 지금 그곳에 가면 이른봄 연못에서 얼굴을 내밀었던 연닢이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고 거울같은 수면 곁 갈대들이 해질녘 빛을 받아 푸른색이 온통 금빛으로 물들어 가고 있습니다. 그 황금빛이 헛헛함의 실체였고 두물머리는 그 빛 모두를 품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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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면 열병같은 마음을 식혀줄 뿐만 아니라 무거운 마음을 곱게 내려둘 수 있고 가시돋힌 나를 포근히 품어줄 넉넉한 품이 있습니다. 어디든지 사람들이 발길을 옮기는 곳은 그렇듯 자신을 한없이 너그럽게 품어 줄 곳으로 가는 길이 있게 마련이어서 세미원에서 두물머리로 나아가는 길 곁에는 대나무로 만든 방책이 늘어서 있는데 지금 그 방책 사이로 보이는 풀꽃들이 절정을 이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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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참으로 묘한 존재여서 내 속에 가득했던 헛헛함들은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서 곧 사라질 풀꽃들의 운명을 대하면서 오히려 위로를 받고 있는 것입니다. 내게 허락된 '생명'의 시간을 최선을 다하여 살다가 떠나는 길...그 곁에서 조용히 사색할 수 있는 길은 흔치 않습니다. 이 계절이 지나가기 전 꼭 한번 걸어봐야 할 아름다운 길이 지척에 있는데 아마 이 길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길 중 하나인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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