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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TAGONIA/Puerto Montt

등 뒤에서 이글거리는 초고감도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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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뒤에서 이글거리는 초고감도의 봄
-땡글로 섬에서 본 몬뜨 항구의 초고감도의 봄날 -



바라보면 모른다. 마주 봐야 안다.
 


무슨 까닭에서 인지 우리는 늘 한 곳만 응시하고 있었다. 뿌에르또 몬뜨에 가면 그 언덕 위에서 늘 앙꾸드만(灣) 저편 바다만 바라봤다. 그곳에는 늘 구름에 덮힌 수평선 위로 거무스럼한 산들이 엎드려 있었다. 우리가 가 보고 싶었던 빠따고니아 중심은 그곳에 위치해 있었다. 뿌에르또 몬뜨 버스 터미널에서 가까운 작은 언덕 위에 서면 그곳은 그렇게 멀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엎어지면 코 앞에 닿을 듯 가까운 곳에 '땡글로 섬(Isla Tenglo)'이 나지막하게 자리잡고 있는 곳. 해발 100m도 채 안 되는 그 섬(언덕) 위에서 바라보면 앙꾸드만은 전혀 딴 모습으로 보일 것 같았으며, 그 곳에 가면 뿌에르또 몬뜨의 또다른 모습을 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앙헬모 어시장을 들락 거리는 동안 늘 바라만 봤던 땡글로 섬은 아르힐라가의 샛노란 꽃으로 뒤덮힌 곳이었다. 뿌에르또 몬뜨 중심가에서 멀어지면 어디든지 봄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었던 것.

그런데 우리가 늘 바라보던 시선을 접고 땡글로 섬에서 뿌에르또 몬뜨 항구 쪽을 마주보는 순간, 우리 등 위에서 절정으로 불타오르던 아르힐라가는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던 것. 한 곳만 바라보며 놓친 또다른 봄의 모습이자, 마주 봐야 알 수 있었던 귀한 장면이었다. 우리는 그곳에서 뿌에르또 몬뜨의 또다른 매력에 푹 빠지고 있었다. 



절정에 이른 '몬뜨' 항구의 봄날

 




우리는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있었다. 7년 전 뿌에르또 몬뜨를 방문했을 땐 땡글로 섬의 선착장에서 가까운 해변만 돌아봤을 뿐이었다. 오래 머물 시간적 여유도 없었거니와 오래 머물 이유 조차 뚜렷하지 않았다. 그리고 귀국 후 남미일주를 복기해 보면서 뿌에르또 몬뜨에서 아쉬움이 남았던 지역이 땡글로 섬의 정체였다.

지도를 펴 놓고 하늘 위에서 내려다 보면 뿌에르또 몬뜨 항구가 위치한 곳은 앙꾸드만 깊숙한 곳에 위치해 있다. 마치 어머니의 자궁처럼 아늑하고 은밀한 곳이었다. 그 가리막 역할을 땡글로 섬이 하고 있었던 것이다. 보면 볼수록 신비로운 장소에 뿌에르또 몬뜨 항구가 시설되어 있었다. 우리는 그 항구를 늘 평면적으로 바라봤고, 땡글로 섬의 맞은 편 언덕 위에서 내려단 본 뿌에르또 몬뜨 항구는 너무 아름다웠다. 맞은 편 땡글로 섬에서 몬뜨 항구 쪽으로 바라봐도 그런 느낌이 들까. 




우리는 7년 전부터 가슴 속에 품어왔던 호기심을 찾아 땡글로 섬으로 향했다. 땡글로 섬으로 가는 작은 선착장. 작은 보트에 몸을 싣고 5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곳. 선착장에서 바라본 땡글로 섬은 땡볕에 졸고있는 듯 하다. 
 



선착장에서 바라본 뿌에르또 몬뜨 중심지역 뒷편으로 깔부꼬 화산이 봄볕에 구름을 말리고(?) 있다.




뿌에르또 몬뜨 중심지역 방파제에서 보면 늘 소리없이 만조와 간조를 반복하고 있었던 곳.




그 한가운데에서 바라 본 뿌에르또 몬뜨 항구도 조용하긴 매한가지.




우리는 늘 이 항구의 오른편에서 왼편을 바라만 봤다.




그러나 오늘 만큼은 다르다.




땡글로 섬에 도착해 반드시 언덕 위에 설 것이며, 그곳에서 몬뜨 항구를 마주보게 될 것.




땡글로 섬에 상륙해 맨 먼저 만난 풍경...




간조 때의 뿌에르또 몬뜨 항구에 정박한 배들은 모두 할 일 없이 뒹굴고 있는 한가로운 모습이다.




수도선부(水到船浮)...녀석들은 이 항구에 물이 차야 앙꾸드만으로 나아갈 수 있다. 




땡글로 섬의 촌락 조차 졸고있는 듯 




간조 때의 바다는 만조 때 보다 애닯다. 그리움은 비워두면 둘수록 더욱 간절할 것.




땡글로 섬의 작은 촌락에 봄나들이 나선 '뽀요(pollo,치킨이자 닭이다)' 일가족...ㅋ




아빠뽀요 엄마뽀요...뒤로 병아리떼 뿅뿅뿅...^^




뿌에르또 몬뜨의 간조 때 모습은 또다른 볼거리를 만든다. 방금 상륙한 선착장 근처로 땡글로 섬의 뭍의 풍경이 도심지와 비교된다.




조금더 이동하자 깔부꼬 화산이 머리를 내민다.




뿌에르또 몬뜨 하늘을 무시로 뒤덮고 있던 구름들이 서서히 물러가고 있다.




구름이 물러가면 더 큰 모습으로 다가서는 깔부꼬 화산이 뿌에르도 몬뜨 항구를 굽어살피는 듯...




이끼처럼 달라붙은 매생이들이 미끈 거리는 해변을 따라 이틀 전 봐 두었던 땡글로 섬 진입로에 들어섰다.
 



마침내 앙헬모 어시장을 마주보게 됐다. 우리는 늘 저곳에서 이쪽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고도를 높이면 어떤 모습일까.




땡글로 섬으로 올라가는 트레킹 길은 인적이 없어 조용하다 못해 진공상태처럼 느껴진다. 그 길에서 돌아보고 또 돌아보며 맞은 편 앙헬모 어시장 쪽을 돌아본 곳. 




땡글로 섬의 중턱에 이르자 뿌에르또 몬뜨의 중심가도 졸고 있다. 조금 전 우리가 건너온 선착장이 손에 잡힐 듯 하다. 이곳이 뿌에르도 몬뜨 항구의 입구 모습이다. 1853년에 세워진 이곳은 수 많은 노래와 사연을 만들어 낸 곳. 그 노래와 사연들 속에는 우리의 추억도 동시에 포함된 곳이다. 고도를 조금더 높이자 마침내 마주치게 된 뿌에르또 몬뜨의 또다른 모습. 아늑하게 펼쳐진 항구 저 너머로 아르힐라가의 샛노란 꽃이 불붙듯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가던 길을 멈추게 만든 뿌에르또 몬뜨의 속살 속에 감추어진 진풍경이 눈 앞에 펼져진 것. 마주보게 되면 진심을 알 수 있다는 게 이런 것인지. 그대신 바라볼 때 늘 가슴에 품고있던 호기심이나 신비로움은 판도라의 상자를 연 듯 사라지는 것. 이곳이 뿌에르또 몬뜨를 신비롭게 만든 
자궁처럼 아늑하고 은밀한 곳일까.




앞서 걷는 아내 위로 땡볕이 쏟아지고 있고 언덕길을 돌아서면 땡글로 섬의 정상에 서게 된다. 그리고 뒤돌아 본 곳. 그곳에는 뿌에르또 몬뜨의 봄이 절정에 다다르고 있었다. 이런 풍경 앞에서는 할 말을 잊게 된다. 그저 바라만 볼 뿐...
 



몬뜨 항구의 봄은 등 뒤에서 샛노랗게 이글거리며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순도 99.9%의 초고감도의 봄날이었던 셈이다. <계속>
 




베스트 블로거기자Boramirang
 


내가 꿈꾸는 그곳의 Photo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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