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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TAGONIA/Puerto Montt

여행길에서 만난 꽃돼지 너무 귀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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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나들이 나선 꽃돼지 너무 귀여워
-여행지의 '베이스켐프' 집으로 돌아 가는 듯-




그곳이 어디든 돌아갈 곳이 없다면...
 


참 귀여운 꽃돼지들이 봄나들이에 나섰다. 뿌에르또 몬뜨의 중심지에서 1시간 남짓 떨어진 거리에 위치한 챠이까스 (어촌)마을로 투어를 떠난 우리는 돌아갈 시간이 됐다. 길 위에서 지낸 시간을 접고 숙소로 돌아가야 했다. 봄날이라고 하지만 땡볕트레일은 점점 더 피곤하게 만들었다. 뿌에르또 몬뜨의 봄날 전부가 땡볕 때문에 졸고 있는 듯 한 시간에, 우리의 걸음은 점점 더 속도를 잃어가고 있었던 것.

그 때였다. 까르레떼라 오스뜨랄 곁의 한 울타리 안에서 여행자의 발길을 가볍게 만드는 장면이 눈에 띈 것이다. 그곳에는 말로만 듣던 '꽃돼지'들이 무리를 지어 어미곁에서 놀고 있었다. 돼지가 이렇듯 귀엽게 보인 건 참 오랜만이다. 오래전 이웃의 돼지우리에서 본 새끼들은 볏집 속을 뒹굴며 놀고 있었던 기억. 그러나 그런 기억들은 머리가 크면서부터 기억 저편으로 사라졌다. 언제부터인가 돼지는 우리 안에서 지저분하게 사육되는 동물 쯤으로 인식하게 된 것.

그런데 7번 국도 까르레떼라 오스뜨랄 곁은 한 울타리 속에서 봄나들이에 나선 돼지들이 오래된 기억을 되돌려 놓은 것. 녀석들은 가축이 아니라 반려동물처럼 보이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 같은 모습. 그 귀여운 모습을 울타리 곁에서 지켜보고 있자니 땡볕트레일의 피곤이 한 방에 사라지는 것이다. (역시 집이 좋긴 좋은 곳이군...)
 




작아 보이지만 큰 차이, 여행과 방랑의 차이점 


한국을 떠나 지구반대편 남미의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빠따고니아를 두루 거치는 투어를 마치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을 때, 우리가 감수한 것들이 당장 눈에 띄기 시작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여행지가 우리를 매우 불편하게 했다는 것. 하루 이틀도 아니고 한 달 두 달도 아니고, 자그마치 9개월을 남의 나라 낮선 땅에서 떠돌고 있었으니, 구심점 잃은 행성같은 신세 아닌가. 여행과 방랑의 차이점을 극명하게 드러내 보여주는 것. 


누구인가 이런 차이점에 대해 정리해 두지않았다면, 방랑을 하면서 여행을 하는 줄 알 것이며, 여행을 하면서 방랑을 하는 것 쯤으로 착각하게 될 것이다. 정처없이 떠도는 게 방랑이며, 정처를 두고 유람을 떠난 건 매우 큰 차이. 정처는 구심점과 다름없는 말이자, 그곳은 여행이 끝나면 장차 돌아갈 곳이었다. 만약 정처없이 떠돌게 된다면 그건 매우 슬픈 일이기도 하다. 여행중의 몰골은 주로 그런 형편으로 보이는 것.

따라서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희망이 생긴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었다. 그곳에는 가족이 있으며 이웃이 있으며 자기가 태어나고 자란 땅이어서 하찮아 보이는 흙냄새까지도 귀해 보이는 것이다. 그곳은 하루는 물론 장차 머리를 뉠 곳이기도 했다.

 

그런데 여행지에서 조차 하루 일과를 정리해 줄 정처가 없거나 부실하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 점점 더 힘들어 하다가, 마침내 투어가 끝나고 나면 '집이 좋긴 좋다'라며 실토를 하게 되는 것. 여행지에서 잘 놀다가 집이 좋다라는 건 또 무슨 말인가. 꼬집어 말하면 여행지에서 눈은 호강할 지언정, 귀하신 몸둥아리가 주로 홀대를 받았다는 사실이었다. 꽃돼지들의 봄나들이가 불현듯 뿌에르또 몬뜨의 숙소를 그립게 만드는 것. 숙소에는 민박집 아주머니와 우리가 두고온 짐 밖에 없는데 그곳을 그리워 하다니...우리는 어느덧 지쳐있었던 것일까.




우리는 뿌에르또 몬뜨로 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천천히 걷는동안 침묵에 빠진 앙꾸드만(灣)을 흘깃 거렸다. 그땐 이유를 몰랐다. 피곤하면 어디든 주저앉아 편히 쉬고 싶은 건 당연한 일. 뿌에르또 몬뜨가 품고 있는 앙꾸드 만은 '라 시에스따'를 즐기는 듯 바다와 뭍의 모든 것들이 깊은 잠에 빠진 듯 했다.

파도소리를 잃어버린 침묵의 바다. 우리가 깊은 잠에 빠져들면 이런 모습일 것 같다. 무슨 바다가 코를 고는 듯 파도소리는 없을지라도 뒤척이기라도 해야 할 게 아닌가. 그런데 이곳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국도변에서 작은 꼼지락거림이 포착되었던 것이다. 그게 바로 꽃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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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만난 꽃돼지 너무 귀엽다 




우리는 뿌에르또 몬뜨에서 이곳의 상징꽃처럼 널리 퍼져 피어있는 '아르힐라가'를 통해 대자연이 주는 힐링을 톡톡히 즐기고 있었다. 지천에 널려 노란꽃을 선물해 준 아르힐라가 숲을 바라보고 있자면 아무런 생각도 나지않고 한 곳에 푹 빠지는 것. 식물의 꽃이 그런 역할을 하고 있었다.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여행지에서 다시금 느끼는 것.
 

그리고 우리 앞에서 봄나들이에 나선 꽃돼지들. 녀석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몸이 오글거리는 것 이상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다. 돼지(새끼)가 반드시 식재료가 아니라 반려동물이 될 수도 있는 게 이런 모습들 때문일 것. 그냥 바라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는데 무슨 말이 필요할까.

(헉...저 꼬랑지 좀 봐.ㅋ 돌돌 말린 게...포동포동 살찐 얼라돼지들...ㅋㅋ 넘 귀엽다. ^^*)
 



그래서 말도 안 되는 봄 노래 한 소절...돼지 돼지 꽃돼지...(입에 따다 물고요.^^)




여행지의 '베이스켐프' 집으로 돌아 가는 듯




우리는 길을 걷다말고 울타리에 매달려 한동안 녀석들을 지켜봤다. 여행지의 길 위에서 무수히 많은 사람이나 풍물을 지켜본 것 이상으로, 실제로 길 위에서 개나 소나 양이나 닭이나 돼지 등 가축들은 물론 야생의 희귀한 동물들까지 만나보게 된 것. 그들은 각자의 운명에 따라 방랑을 하기도 했고 여행을 즐기기도 했다. 또 적당히 사육되기도 했다.

참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너댓시간의 '땡볕트레일'을 마치고 메뜨리(Metri) 마을에서 버스에 다시 올라타 뿌에르또 몬뜨 숙소로 돌아가는데 마치 집으로 돌아가는 듯 편했다. 그곳에 가면 마리아가 반겨줄 것이지만 그녀의 그런 반김은 오래된 습관이나 다름없었다. 우리는 민박집의 손님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친분은 있을 망정 철저한 계산이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랄까.




칠레는 빠따고니아 등 천혜의 대자연을 간직한 풍요로운 땅이지만, 이곳에서는 석유나 LPG가 생산되지 않는다. 모두 인근의 아르헨티나 등지에서 수입해서 쓰는 형편. 따라서 주로 취사와 난방을 하던 장작 난로 만으로는 여행자를 맞이하기 어려운 것이다. 반드시 샤워시설을 갖추어야 할 텐데 물을 데우는 건 LPG보일러였다. 

따라서 샤워시간은 LPG사용 시간과 비례했으므로 짬만 나면 LPG타령이다. 아껴쓰라는 것. 어떤 곳에서는 아예 시간을 10분으로 못 박아 둔 곳도 있다. 비용을 많이 지불한 호텔같이 근사한 곳이면 아무런 탈도 없겠지만, 여행지에서 '알뜰투어'를 하는 동안 '짠물'이 된 우리가 받을 수 있는 대우는 주로 이러했다. 

그게 여행을 마치고 난 다음 우리로 하여금 '집이 좋긴 좋다'라는 푸념을 늘어놓게 만드는 것이다. 사정이 그러하다 해도 하루 종일 길 위에 있다가 '베이스켐프'로 돌아가는 길은, 마치 집으로 돌아가는 듯 편안한 마음이 든다.
 


뿌에르또 몬뜨의 바다 곁을 수 놓은 아르힐라가 숲이 너무 아름답다.



버스 속에서 바라본 풍경...그러나 아직도 달콤함 이상의 지독하게 짙은 꽃향기가 온 몸을 두른 듯 하다.











멀리 뿌에르또 몬뜨의 중심가가 눈에 띄자 반가움이 앞선다.




뿌에르또 몬뜨에 가까워지자 작은 물결이 인다. 만조때가 된 것. 하루종일 침묵하던 앙꾸드만은 오후가 되자 슬며시 기지개를 펴는 것이다. 저 멀리 대형십자가를 등에 진 곳이 땡글로 섬(Isla Tenglo). 그 아래로 하얗게 빛나는 곳이 땡글로섬의 작은 촌락이자 뿌에르또 몬뜨 항구 입구이다. 숙소에서 눈치껏(?) 샤워를 마치고 꿀맛같은 단잠에 빠져든 후, 다음날 아침 땡글로 섬을 돌아봤다. 그곳에는 뿌에르또 몬뜨의 또다른 매력이 여행자를 기다리고 있었다.<계속>


베스트 블로거기자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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