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ATAGONIA/Puerto Montt

여행자를 기쁘게 한 '황조롱이'가 사는 섬


Daum 블로거뉴스
 


그 섬에 '황조롱이'가 산다
-여행자를 기쁘게 한 '황조롱이'가 사는 섬-



여행자의 심정이 그런 것일까.
 


우리 말에 '고향 까마귀만 봐도 반갑다'라는 말이 있다. 녀석을 처음 본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까마귀는 아니었다. 정지 비행의 달인이자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의 '황조롱이(kestrel)'였다. 녀석은 하필이면 빠따고니아 투어를 떠나오기전, 도시 한복판에서 조우(황조롱이 생쥐사냥 후 포식 장면)한 적 있었다. 당시 녀석은 어디서 포획했는지 쥐 한 마리를 두 발로 움켜쥐고 뜯어먹고 있었다.

녀석은 우연히 마주친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매목(─目 Falconiformes) 매과(─科 Falconidae)에 속하는 중형의 맹금류(猛禽)였다. 지구반대편 칠레의 로스 라고스 주 뿌에르또 몬뜨의 땡글로 섬에 도착한 직후 맨 처음 만나게 된 동물은 이 섬 곳곳에서 방목되고 있는 말 세 마리와 그 곁에서 짝짓기를 시도하며 놀고있는 황조롱이였다. 녀석을 만난 곳은 말들이 풀을 뜯고 있는 땡글로 섬 꼭대기의 목초지.




땡글로 섬 위에서 바라본 앙꾸드만의 푸른 바다와 눈을 머리에 인 안데스. 땡글로 섬에 황조롱이가 살고 있었다.




맨 처음 발견하게 된 황조롱이 한 마리...




녀석은 말들 곁에서 괜한 참견을 하는 듯...(풀이 맛있냐?...)

"니들이 풀 맛을 알기는 아느뇨?..."




녀석의 정체에 대해서는 이미 몇 개월 전에 조우한 경험이 있는터라, 생김새만 봐도 황조롱이란 것을 단박에 알게 된 것. 녀석은 이 섬에 오랫동안 살아온 것인지 한 마리가 아니라 여러마리가 곳곳에서 땡볕이 내리쬐는 풀밭 위에서 놀고있었다. 또 가끔씩 앙꾸드만에서 불어오는 상승기류를 타고 하늘 위로 솟구치거나 한동안 멈춰 서있기도 했다. 

그런데 녀석들은 이방인을 전혀 겁내지 않았다. 반가운 마음에 카메라를 들고 다가서면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장소를 이동할 뿐 크게 경계하지 않았다. 그래서 적당한 거리까지 다가 선 후 야생의 황조롱이 모습을 처음으로 카메라에 담아본 것이다. 정말 멋진 황조롱이의 자태였다. 녀석의 습성은 특이하다. 






남들은 다 자기집을 짓는데, 녀석들은 
자신이 둥지를 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부살이를 즐기는지 새매나 말똥가리가 지은 둥지나 하천의 흙벽, 암벽의 오목한 곳에 번식한단다. 그곳에 흰색 바탕에 어두운 적갈색 무늬가 산재한 알을 4~6개 낳는다고 알려졌다. 




황조롱이는 그저 임대주택(?)을 빌어 새끼를 기른 후 유유자적 하는 것일까. 녀석들은 집을 짓는 실력이 없거나 필요치 않은 생각(?)을 하며 진화해 왔는지 모르겠다. 마치 '집시(Gypsy)'같은 존재. 녀석의 또 다른 라틴어 이름은 '잡아서 가지고 가다'라는 뜻의 '랍타르(raptare)'이다. 새매류.독수리류.민목독수리류.매류 등의 주행성(晝行性) 맹금류들만을 라틴어로 이렇게 부른단다. 마치 인질강도를 연상케 하는 무서운 녀석.




그런데 부리부리한 부리만 빼놓고 보면 볼수록 생김새는 착해 보인다. 그게 이역만리 지구반대편에서 만난 황조롱이에 대한 '고향 까마귀'같은 첫인상이었던 것. 황조롱이는 주로 "유럽.아프리카.중국.러시아.한국.일본.인도·말레이시아.필리핀.타이 등지에 분포한다"고 <브리테니커> 사전이 소개하고 있었지만, 남미대륙은 빠뜨리거나 빼 먹은(?) 것. 뿌에르또 몬뜨가 품고 있는 땡글로 섬에 황조롱이가 서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관련포스트 황조롱이 생쥐사냥 후 포식 장면 등 뒤에서 이글거리는 초고감도의 봄 / 그 섬의 풀꽃에 반하다

 
봄볕이 따사로워 사랑하기 좋은 계절. 한 녀석이 짝짓기에 열심이었다. 그리고 황조롱이에 대한 첫인상이 좋았던 추억 하나. 녀석들에게 주홍글씨처럼 각인된 또다른 무서운 이름인 '잡아서 가지고 가다'라는 뜻은 또다른 의미를 함축한 듯 하다.

땡글로 섬 꼭대기는 이 섬의 다른 곳처럼 목초지가 곳곳에 조성된 곳인데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세상이 다 평온해 보였던 것. 들꽃은 물론 풀을 뜯는 말들과 멀리 앙꾸드만의 푸른 바다와 안데스까지 통째로 졸고있는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 그 풍경을 막 연출해 놓고 우리를 기다린 봄의 전령사들이 땡글로 섬에서 잠시 쉬고 있는 것처럼 여겨졌다면 억지였을까. 

 



황조롱이가 안데스의 콘돌에 얽힌 전설처럼, 하늘의 명을 이어받아 북부 빠따고니아 곳곳에 봄을 선물해 놓고 잠시 쉬고 있는 것 같은 그런 풍경. 이들이 곧 이 섬에서 떠나게 되면 봄은 저 멀리 사라지게 될 것 같은 그런 느낌. 따라서 눈 앞에서 이방인을 살피며 포즈를 취해주고 있는 녀석은 봄의 전령사였던 셈이다. 황조롱이가 봄을 나꿔채 우리에게 선물한 것.
 



























세상은 우연으로 보기에 너무도 필연같은 일들이 적지않다. 여행자의 심정에서 지우지 못하고 있는 황조롱이에 대한 단상도 그런 것인지. 녀석들은 고향 까마귀들처럼 우리가 땡글로 섬을 떠날 때까지 우리곁을 맴돌거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따라다녔다. 지천에 널린 풀꽃과 황조롱이들이 없었다면, 말들만 풀을 뜯는 땡글로 섬은 얼마나 심심하고 황량했을까. <계속>


베스트 블로거기자Boramirang
 


내가 꿈꾸는 그곳의 PhotОтправить сообщение для Марта с помощью ICQ 이야기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