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가시는 걸까...?
두 연인이 걸음을 옮기는 곳은 1794년(정조 18년)에 축성 공사를 시작해, 2년 뒤 1796년에 완공된 수원 화성의 남포루 아래 위치한 홍예문(虹霓門)이다. 이 길은 경기도청-시민회관-정조대왕동상으로 이어지는 전장 1.9km의 팔달산 회주도로 벚꽃 명소다. 이 길은 해마다 4월이 찾아오면 눈부신 벚꽃으로 장관을 이루는 곳이기도 하다. 수원시 전경이 내려다 보이는 회주도로를 따라 걷다보면 마치 딴 세상으로 가 있는 듯한 묘한 기분이 드는 곳.
이맘때면 우리나라 대부분의 지역에서 벚꽃이 만개해 시선을 어지럽게 할 정도로 눈부시지만, 수원 화성으로 이어지는 팔달산 회주도로의 벚꽃은 남다르다. 전국이 온통 눈부신 꽃비를 날린다면 수원 화성에 찾아든 화신은 그리움이 덕지덕지 달라붙은 듯한 풍경을 연출하고 있는 모습이랄까. 지난 9일, 평일에 짬을 내 수원 화성의 벚꽃 명소를 다녀왔다. 그 아름다운 모습을 소개해 드리도록 한다.
수원 화성의 그리운 4월
장안문에서부터 이어지는 성곽길을 따라 걷다보면 북서포루 근처에 수령이 수 백년 이상 돼 보이는 큼지막한 느티나무 한 그루가 버티고 서있다. 느티나무 잔가지 너머로 팔달산이 보이고 그 위로 서장대(화성장대)의 실루엣이 드러나 보인다. 수원 화성에는 지휘소 격인 장대가 두 개 있는데 서장대라 불리는 화성장대의 편액은 정조대왕이 친히 쓴 것이다. 정조대왕이 1795년(정조 19년) 윤 2월 12일 현륭원 참배를 마치고 서장대에 올라 주야간 훈련을 직접 지휘했다고 하는 역사적인 장소이다. 지난 9일 성곽을 따라 회주도로 쪽으로 이동하면서 팔달산 중턱에 위치한 회주도로의 벚꽃길을 멀리서 바라본 풍경.
정조대왕의 얼이 되살아난 듯 수원 화성은 온통 들떠있는 듯한 모습이자 효심 지극했던 당신이 그리워지는 4월의 풍경이었다. 수원의 벚꽃 명소는 팔달산 회주도로 포함 모두 12곳으로 알려졌다. 광교마루길로부터 서호천,고향의 봄길,칠보둘레길,경기도청 및 팔달산 회주도로,수원월드컵경기장,만석공원,황구지천,봉영로,숙지공원,농촌진흥청 주변 그리고 일월천로가 수원시가 선정한 12대 벚꽃명소란다.
그 중 필자('나'라고 한다)는 팔달산 회주도로와 수원화성에 찾아든 4월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아왔다. 늘 그러했듯이 수원 화성으로 발길을 옮기다보면 필요 이상(?)으로 셔터음이 작렬한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화성 삼매경에 빠져들며 등줄기에 땀이 흠뻑 젖는 것. 시선에 따라 달라지는 뷰파인더를 들여다 보고있는 동안 무릉도원 같은 별천지 속으로 온통 마음을 빼앗기는 것이다.
이날 나를 그리움으로 유혹한 곳은 팔달산 회주도로 근처에 위치한 남포루 근처였다. 그곳엔 하얀 벚꽃이 피어나는 게 아니라 하늘에서 새하얀 꽃비가 쉼 없이 쏟아지는 곳이기도 했다. 카메라가 후각까지 전달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가득했던 곳. 그곳을 함께 가 본다.
수원 벚꽃 명소 200배 즐기기 <상편>
조금 전 팔달산 회주도로 곁에 줄지어 선 벚꽃을 둘러보고 남포루 쪽으로 이동해 발 아래로 펼쳐진 수원 화성의 봄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수원 화성은 온통 봄꽃 축제로 마음껏 들떠있는 가운데 성곽에서 내려다 본 회주도로의 풍경은 딴 세상을 훔쳐보는 듯한 묘한 재미를 안겨주었다. 나의 수원 벚꽃 200배 즐기기는 이렇게 시작됐다. 많은 분들이 회주도로를 직선으로 걸으며 벚꽃을 감상하고 있었다면, 나는 회주도로 주변에 펼쳐진 장관을 시선을 달리해 바라보는 것. 이런 모습이었다.
성곽의 틈새로 드러나 보이는 회주도로 위에는 벚꽃이 날리고 있었다. 다녀온지 이틀이 지났으므로 지금쯤 벚꽃이 만개해 아찔함을 더해줄 것 같은 곳. 이날 평일임에도 많은 시민들이 벚꽃 나무 아래서 기념사진을 찍느라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그런데 그분들이 장소를 조금만 더 이동해 본다면 수원 화성에 깃든 그리움 같은 풍경을 담을 수 있지않았을까.
벚꽃 명소답게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찿아오셨다. 이번에는 남포루 아래로 발길을 옮겨봤다.
남포루 아래로 가는 길에 바라본 홍예문은 딴 세상으로 이어지는 통로일까. 사람들이 쉼 없이 드나들고 있었다.
남포루로 이어지는 오솔길에서 뒤돌아 보니 약수터 뒤로 산벚꽃이 새싹들과 눈을 맞추고 있다. 이맘때 가장 고운 봄산의 풍경.
숲속에서는 연두빛 물결이 일렁이고 회주도로의 벚꽃길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그리고 남포루 아래서 만난 진풍경...산벚나무 가지에 산비둘기 한 마리가 화성으로 이동하는 상춘객을 굽어보고 있었다.
짝 잃은 산비둘기가 내려다 보는 건 다정한 연인들...
하늘에서 정조대왕께옵서 내려다 보시면 이런 풍경일까...?
잠시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회주도로는 그리움 가득하다. 터질듯 말듯한 꽃봉오리들은 주말에 찾아올 손님들의 몫. (지금쯤 활짝 피었겠지? ^^)
아래서 올려다 본 남포루는 봄볕에 졸고있는 듯 산벚이 벚이되어 이방인의 시선을 끈다. 포루는 성벽에서 돌출시켜 벽돌을 이용해 3중층으로 지은 누각 건축물로 화포를 감추어 두고 있는 곳이다. 위.아래에서 한꺼번에 공격할 수 있도록 한 성곽 시설물 중에서 가장 중무장된 시설이다. 남포루는 팔달산 남쪽 중턱 회주도로 곁에 위치해 있으며 성 밖으로 약 8.8m 돌출돼 있다.
벚꽃이 만개한 풍경들은 화려하지만 성벽에 기댄채 꽃을 피운 산벚의 단아함은 아무데서나 쉽게 찾을 수 없는 풍경이다. 선조님들의 손때묻은 돌들이 200여 년의 풍상을 겪는동안 색이 바랠대로 바랬다. 그 모습을 보고있자니 산벚꽃이 선조님의 얼처럼 넌지시 다가온다.
주지하다시피 세계문화유산으로 유네스코에 등재된 수원 화성은 정조의 효심이 축성의 근본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당쟁에 의한 당파정치 근절과 강력한 왕도정치의 실현을 위한 원대한 정치적 포부가 담긴 정치구상의 중심지로 지어진 것이며, 수도 남쪽의 국방요새로 활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 그런데 역사는 참 아이러니 하다. 200여년의 세월이 흐른 오늘날 화성은 정조의 효심에 이끌린 사람들이 줄을 잇는 곳. 팔달산 회주도로는 수원의 벚꽃 명소가 됐다.
천천히 둘러보고 싶었지만 아쉬움을 뒤로하고 발길을 화성 안으로 돌렸다.
꽃비 내리는 팔달산 회주도로
수원화성을 관통하는 팔달산 회주도로로 벚꽃놀이에 나선 분들은 팔달산 중턱에 위치한 대원사 뒤로 펼쳐진 수양벚꽃으로부터 눈을 떼지 못할 것 같다. 마치 꽃비가 쉼 없이 내리는 듯한 풍경은 환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할 것. 팔달산 회주도로 벚꽃의 백미가 이곳에 감추어져 있었다. 숨이 멎을 듯한 풍경들...!
(흠...어떠세요? ^^) 이런 데를 혼자 가시겠다면 말리진 않겠지만, 그런 용기는 잠시 덮어두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꼭 찾아보시길 강추해 드린다. 나의 호기심을 무한 자극한 풍경 때문에 이번에는 대원사 경내로 침입(?)해 올려다 본 풍경들...이랬다.
사람들은 이곳에 서면 올려다 보고 사진을 찍곤 했다. 나무 아래서 보면 이런 풍경들.
우리나라에는 꽤 많은 벚꽃 명소가 있다. 어디를 가도 벚꽃천지다. 그런데 벚꽃길이 성 안으로 이어지는 곳을 찾기란 쉽지않다. 벚꽃놀이를 통해 선조님들의 얼을 만나기란 더더욱 쉽지않은 것. 인심과 인정이 점점 매말라 가는 디지털 세상에서 효심 지극한 아날로그 향수를 짙게 느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더 늦기전에 짬을 내 수원 화성의 팔달산 회주도로를 걸어보시기 바란다. 그곳에 가면 알 수 없는 이끌림에 따라 화성 깊숙한 곳까지 걸음을 옮겨놓게 될 것. 그게 자기의 정체성에서 잠시 외출했던 그리움이란 걸 깨닫게 되면, 우리가 삶에 쫓겨 얼마나 바쁘게 살아가는 지 알게되지 않을까. 아름다움은 '신의 그림자'란다. 숨이 멎을 듯 아름다운 봄날, 신의 그림자가 즐비한 수원의 벚꽃 명소를 꼭 만나보시기 강추해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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