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 처음 보는 놀라운 녀석들...!"
지난 13일 오전 11시 48분경, 서해안고속도로에서 부안을 경유할 때쯤 저만치 앞에서 새떼들이 고속도로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고속버스(관광버스)가 100km정도의 속도를 유지한 채 달리고 있었으므로 녀석들의 정체는 단박에 드러났다. 생전 처음 보는 까마귀 무리였다. 어림잡아 수 천 마리는 될 것 같아보였다. 우리 속담에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마라'는 말이 있다.
그건 어디까지나 편을 갈라 흑백을 논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지어낸 말. 까마귀는 길조다. 까마귀는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준다고 해 반포조(反哺鳥) 혹은 효조(孝鳥)라고 부르기도 한다. 인간들이 자기를 낳아준 연로하신 부모를 외면하는 데 비하면 까마귀만도 못할 것. 그런 반면에 녀석들은 농작물이나 과실에 해를 끼치기도 하지만 농작물을 망치는 해충을 잡아 먹기도 한다.
고속버스가 지나친 곳은 전북 부안의 곡창지대였다. 녀석들은 이곳에서 겨울을 나고있었던 걸까. 전하는 말에 따르면 까마귀는 신령스러운 새로 앞일을 예언하는 능력이 있다고 여겼다. ≪삼국유사≫ 권1 사금갑조(射琴匣條)에는 '까마귀가 비처왕을 인도하여 못 속에서 나온 노인으로부터 글을 받도록 하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비처왕은 "거문고갑을 쏘라."는 글의 내용을 보고 궁주(宮主)와 잠통한 내전의 분수승(焚脩僧)을 처치하였고, 정월 보름을 오기지일(烏忌之日)로 정하고 찰밥을 지어 제사하였는데, 이로부터 '까마귀날' 또는 '까마귀밥'의 습속이 생겼다"고 전한다.
아울러 까마귀는 '신의 의지'를 전달하는 신령스러운 능력과 함께 죽음이나 질병을 암시하는 불길함의 상징이라는 양면성을 가지고 우리들의 정서에 자리매김 하고 있던 새였다.
하지만 '네가티브'적인 요소를 가슴속에 담아둘 필요가 있을까.
이날은 진도 팽목항으로 가는 길이었다. 필자는 그곳에서 2박 3일의 취재여행을 떠났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을 만나 행복했던 기억이 있다. 그게 하늘을 새까맣게 뒤덮은 까마귀떼 때문이라는 확증은 없지만, 생전 처음 보는 녀석들 때문에 대략 10여 초동안 놀라움을 금치 못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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