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스님의 공양을 받아들면 성스러운 밥이 된다...!"
오늘은 새해 첫날,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 설날이다. 우리가 너무 잘 아는 설날은 묵은해를 보내고 좋은 새해를 맞이하라는 의미에서 여러 가지 행사와 놀이가 이루어진다. 집안의 조상들에게 차를 대접하는 의미로 지내는 '차례(茶禮)'에는 떡국과 탕, 과일, 술, 포, 식혜 등을 차린다. 차례를 지내는 조상의 범위는 돌아가신 아버지 내외와 할아버지 내외, 증조할아버지 내외, 고조할아버지 내외의 4대조까지이다.
2015년 2월 13일 오후 5시 30분경, 진도 팽목항에서 허겁지겁 이동해 온 곳은 진도 군청 앞이었다. 조금만 늦었다면 세월호 도보행진단의 진도 입성을 만나지 못할 뻔 했다. 차에서 내려 거의 뛰다시피 도착한 진도군청 앞에서 도보행진단의 꼬리를 만날 수 있었다. 그곳에서 도보행진단의 저녁 공양을 준비하고 있던 짜장스님을 만나게 됐다.
공양을 하기 전 도보행진단의 1일 해단식을 둘러보니 세월호 유가족들의 얼굴에 피곤이 묻어난다.
18박 19일 동안 먼 길을 걸어오면서 지칠만도 했지만 한 사람의 낙오자도 없이 진도 군청 앞에 도착해 19박을 앞두고 있는 것. 표정들을 살피자니 다시 먹먹해진다. 설날을 일주일 앞 둔 날이었다.
몇몇 유가족 분들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당신들을 18박동안 지켜준 힘은 무엇일까. 세월호의 진실을 인양하기 위해 안산 분향소를 출발해 진도 팽목항까지 이어지는 거리는 줄잡아 450km...!
이날 세월호 실종자 유가족과 생존자 가족 등 시민들의 가슴과 등에 부착한 이름과 요구사항 중에 눈에 띈 게, 아직도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의 이름들이었다. 조은화,허다윤,남현철,박영인,양승진,고창석,권재근,권혁규,이영숙...!
단원고 2학년 9반 故임세희 양(17)의 아버지 목걸이 속의 세희 양이 울컥하게 만든다. 단원고 양승진 선생님의 부인은 "여보,아내는 팽목항을 못 떠나고 있어요. 보고싶고 그립습니다"라고 썼다. 단원고 2학년 6반 故남현철 군의 부모님은 "현철아, 엄마 아빠는 숨 쉬는 것도 미안해"하고 적었다. 이런 분들이 설날을 맞이하면 기쁘겠는가. 이런 분들이 지난해를 잊고 새해를 맞이할 수 있겠는가. 이런 이웃들이 우리 곁에서 여전히 슬피 울고 있는데 설날이 기쁘겠는가...!
짜장스님의 아름다운 공양이 시작됐다
도보행진을 끝마친 유가족과 시민들이 받아든 공양은 착하다 못해 어딘가 허전해 보인다. 이날 짜장스님이 준비한 공양은 배추시래기를 곁들인 된장국이었다. 방금 쪄낸 따뜻한 쌀밥에 된장국을 말아먹는 것. 그동안 미식에 찌든(?) 사람들에게 이런 공양은 쳐다볼 일도 없을 지 모른다. 그러나 하루 종일 걷고 또 걸은 도보행진단 앞에 놓인 공양은 그 어떤 요리 보다 맛 있고 고마울 것. 음식의 재료나 요리의 래시피를 따지던 사람도 '정성'이 무엇인 지 깨닫게 되면 밥이나 음식 앞에서 얼마나 겸손해지겠는가.
도보행진단은 밥 한 그릇을 받아들 때마다 "고맙습니다"라며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유가족과 시민 참여자들이 밥 한 그릇을 받아들고 간 곳은 정자가 아니면 맨 땅바닥 그리고 서서 먹었다.
다행히 바람은 불지않았지만 진도 군청 앞 광장은 차가웠고 대리석 바닥은 얼음장 같은 곳.
세월호 진실 인양을 위해 하루 종일 걷고 또 걸은 도보행진단 앞에 밥 한 그릇...!
사람들은 밥 한 릇을 앞에 두고 누구를 떠올렸을까...!
밥을 앞에 두고 밥을 먹지 못하는 사람들...그분들이 세월호의 진실을 찾기 위해 안산에서 팽복항까지 도보행진을 나선 것. 이분들의 요구사항은 "세월호를 인양해 진실을 꼭 밝혀주세요"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 현장에서 짜장스님의 공양이 이어지고 있는 것. 이날 도보행진단의 저녁 공양을 위해 자원봉사자들의 수고가 있었다. 설걷이로부터 시작해 공양을 돕는 일 등, 필자는 그분들의 손길을 보면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양이란 이런 것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양(供養)의 참뜻은 '부처 앞에 음식물이나 재물 등을 바치는 행위'이다. 짜장 스님이 사명으로 여긴 '밥 퍼주는 일'이 결국 이웃을 부처로 모시는 성스러운 행위가 아니었던가.
이제 숙소로 돌아가야 할 시간. 집을 놔 두고 길을 나선 지 18일째 되는 날. 하룻밤만 더 자고나면 아이들을 만날 수 있을까...이날 유가족 분들의 숙소는 진도초등학교의 체육관(철마관)으로 정해져 고단한 몸을 뉘였다. 짜장스님의 공양간은 대략 오후 7시가 넘어서야 마무리 됐다. 자원봉사자들이 함께한 공양을 통해, 밥 한 그릇에 담긴 매우 평범한 듯 심오함을 깨닫게 된 날이다.
오늘은 우리 민족 최대의 설날이다. 설날을 통해 모처럼 가족간의 유대를 통한 행복을 느낄테지만, 우리 이웃에 해가 바뀌도록 '눈물이 마르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 될 것 같다. 그분들을 위해 먼 길을 달려와 공양을 해주신 짜장스님과 자원봉사자들에게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다음 날(14일)은 오전 5시부터 도보행진의 마지막 날 전부를 바쁘게 날아다니면서(?) 취재한 기적같은 날이었다. 설연휴에도 가슴 먹먹했던 2박 3일간의 진도 여행기는 계속된다. 참,영상속에 귀한 장면들이 담겨져 있음을 참조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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