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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TAGONIA

Patagonia,하늘을 닮은 호숫가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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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erto Varas,Patagonia CHILE
-하늘을 닮은 호숫가 산책-



"
어디가 하늘일까...!"

우리는 장끼우에 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를 걷고 있었다. 그런데 하늘길을 걷는 듯한 착각이 일 정도로 호수와 하늘의 경계가 모호해졌다. 오전 중에 이곳에 도착할 때만 해도 하늘엔 먹구름이 시꺼멓게 끼어 금방이라도 폭우를 쏟을 것 같았지만, 뿌에르또 바라스를 한바퀴 도는동안 하늘은 점점 더 코발트빛으로 물들어 갔다. 희한한 날씨다. 




하늘이 사라진(?) 자리에 호수가, 호수가 나타난 자리에 하늘이 겹쳐보이는 착시현상은 이곳을 떠날 때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뿌에르또 옥따이와 뿌에르또 바라스에서 알 수 없는 엑스터시를 느꼈다면, 그 주체는 때 묻지 않은 대자연의 모습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갈증의 원인도 모른 채 욕망의 허상을 쫓아 살아왔는 지 모른다. 또 죽는 날까지 우리의 오감을 가리고 있는 그 허상들은 삶을 얼마나 부질없게 만드는 지...!




150일간의 파타고니아 여행기 16편

-하늘을 닮은 호숫가 산책-


그러나 파타고니아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잊고 살거나 잃어버린 감성이 오감을 톡톡 자극하며 생명이 무엇인 지 다시금 깨닫게 하는 것. 이 땅에 가장 위대한 존재가 인간이라고 학습하는 순간부터 잃어버리기 시작한 세상의 위대한 존재들이 눈 앞에 펼쳐진 것이다. 한 여행자를 품어준 장끼우에 호수는, 마시고 또 퍼마셔도 해갈이 안 되던 삶을 한순간에 해갈 시켜준 고마운 존재 이상의 신앙같은 곳이었다. 뿌에르또 바라스를 떠나면서 마지막으로 본 모습들은 또 어떻고...!



우리는 조금 전 이곳의 한 호텔 펜션에서 자라고 있던 양치식물 등을 돌아봤다. 그 식물들은 여행자의 발길을 붙들고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곳.




다시 호숫가로 다가서 길을 걷고 있노라니 작은 언덕엔 이름도 알 수 없는 무수한 풀꽃들이 여행자를 반기며 손을 흔든다.




자세히 관찰하지 않으면 존재 조차 모를 앙증맞은 풀꽃들은 <아시시의 프란체스코>를 환희에 들뜨게 만들었을까. 닫혀진 마음 문이 열리면 세상은 천국으로 다가오는 모습들. 먼나라에서 온 한 여행자에게 장끼우에 호수가 준 큰 선물이었다.



언제 버들강아지 앞에서 그토록 기뻐한 적이있는가.



언제 풀꽃 앞에서 무릎을 꿇은 적있었던가...!



구름이 한 점씩 사라지자 속을 훤히 드러내 보인 장끼우에 호수의 자태.




희한한 경험이었다. 이곳을 찾았을 때 우중충 하던 하늘이 서서히 개이면서 호수의 빛깔까지 바꾸어 놓은 것.




평범하기 이를데 없어 보였던 자연현상이 비범함으로 다가서는 것이다.




발걸음은 앞으로 향하고 있지만 시선은 호수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한다.




어느새 호수 위로 내려앉은 하늘...!





"어디가 하늘일까...?"


발 아래로 물새 두 마리(보이시는 지.. ^^)가 볕을 쬐고 있는 모습이 여행자를 닮았다. 뉴스를 통해 가끔씩 접한 소식들 중에는 전투기 조종사들이 바다와 하늘을 구분하지 못하는 착시현상 때문에 추락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해할 듯 난해했지만 장끼우에 호수를 바라보자 납득이 가는 것. 에어쇼(Air Show) 등을 통해 기체의 상하가 뒤바뀌는 과정에서 바다를 하늘로 착각해 돌진해 사고를 일으키는 것이다




코발트빛으로 변하기 시작한 호수는 하늘을 닮았다. 그러나 호수 본래의 모습은 너무도 착해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것.




한 때 뿌에르또 바라스의 관문이었을 선착장이 뼈대만 드러내 놓은 곳. 이제 이 작은 도시는 년중 사람들로 넘쳐나는 휴양지가 됐다. 호숫가 주변을 돌아보면 그 이유를 단박에 알 수 있는 곳. 하늘을 닮은 호수는 삶에서 찌든 때를 말끔히 씻어낼 것만 같다.




이제 숙소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 호수는 자꾸만 뒤돌아 보게 만든다.




호숫가에 버려진 밀알이 꽃을 피운 곳에 봄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었다. (뿌에르또 바라스여 안녕~)




이곳 사람들은 자연을 닮아서 그런지 조형물 조차 자연의 일부가 된 아름다운 곳. 우리 여행의 시작은 금수강산이 다 파헤쳐질 때 떠나 온통 부러움 뿐이었다. 그 덕분(?)에 자연 속으로 깊이 빠져들 수 있는 계기가 됐을까.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만난 이정표 하나...그곳에 엔세나다(ENSENADA)로 표시된 곳이 눈에 띈다. 이 길을 따라 장끼우에 호수 동쪽으로 달려가면 오소르노 화산이 코 앞에 바라보이는 곳. 뿌에르또 몬뜨에 머무는동안 여정에 포함된 곳이다. 환상의 드라이브 길이 펼쳐지는 명소다.




뿌에르또 바라스에서 뿌에르또 몬뜨로 이어지는 국도변에 자지러진 아르힐라가 숲이 장관이다.




여행자의 배고픔을 달래줄 저녁밥상이 기다리고 있는 숙소로 가는 풍경은 늘 이렇다. 하루 일과(?)가 끝난 것.  미니버스 앞 좌석에 앉아 바라본 곳은 너무 오래토록 눈에 익어 우리 동네같은 생각들...찬거리는 주로 이곳에서 구입하곤 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만난 뿌에르또 몬뜨 원도심에 남아있는 오래된 풍경들. 색이 다 바랜 목조건축물 앞으로 어지럽게 널린 통신선로가 변화를 실감케 하고 있는 곳. 그런데 여행자의 눈에 비친 뿌에르또 몬뜨는 여전히 10년 전의 모습이 더 좋아보인다. 도시의 시간은 미래로 갈수록 발전하는 듯 도태되고, 도시에서 벗어나는 순간부터 자기의 본래 모습을 발견하고 기쁨에 넘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우리는 여행지의 대어를 낚아챈 듯 다시 길을 나섰다. <계속>



내가 꿈꾸는 그곳의Photo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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