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당을 가로챈 귀여운 녀석들...ㅋ"
150일간의 파타고니아 여행 중에 주로 '버스 앞 좌석을 애용했다'고 관련 포스트에서 언급했다. 버스 앞 좌석은 새롭게 만나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 시켜줄 뿐만 아니라 여행사진을 촬영하는데 최적의 장소이다. 아울러 버스 운전자를 적당히 귀찮게(?)해 친해지면 여행정보까지 챙길 수 있는 곳. 칠레('찔레'가 원음에 가깝다)의 찔레찌꼬에서 뻬리또 모레노로 이동해 아르헨티나의 대평원을 가로지를 때는 특별한 대우까지 받게 될 정도였다.
버스가 주행중일 때 안전운행상 칸막이로 막아둔 조종석에 초대된 것이다. 운전기사는 한 여행자의 문답에 지루하지 않았고, 덕분에 차창밖 풍경을 편안하게 촬영할 수도 있었다. 나중엔 운전기사의 자기나라 자랑질 때문에 은근히 불편하기도 했을 정도.ㅋ 아무튼 여행지에서 버스로 이동중일 때는 앞좌석 내지 엔진룸 위에 걸터앉아 창밖 풍경을 향해 슈팅을 날리곤 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좋은 명당을 빼앗기게 됐다. 사진에 나타난 두 녀석이 그 주인공들.
150일간의 파타고니아 여행기 12편
-나만의 테마여행 노하우-
녀석들은 하교길 초등학생들이었다. 뿌에르또 옥따이가 하루종일 왜 조용했나 싶었더니 아이들 대부분이 학교로 간 것. 우리가 다시 뿌에르또 바라스-뿌에르또 몬뜨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녀석들을 만나게 된 것이다. 체구가 작은 녀석들은 버스에 올라타자마자 단박에 시선을 가로 막고 명당을 가로챈 것이다. 녀석들은 운전기사를 '삼촌'으로 부르며 재롱을 떨고 버스 앞으로 쪼르르 다가간 후 달려오는(?) 도로의 경치를 감상하고 있었다.
내가 누리던 호사를 가로챈 귀여운 녀석들 때문에 한동안은 창밖 구경거리를 놓치고 만 것. 사진 한 장이 여행지의 우리 모습을 (거울처럼)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뿌에르또 옥따이를 떠나면서 이번에는 [나만의 테마여행 노하우]를 동시에 전해드린다. 먼나라 여행 혹은 여행지를 기분좋게 즐기는 한 방법이 될 것이다.
나만의 테마여행 노하우
필자는 150일간의 파타고니아 여행을 계획(기획)하면서 여행지를 구글어스와 론니플레닛 등의 여행정보를 통해 사전 답사를 마쳤다. 꽤 긴 시간이 걸렸다. 남미일주 당시에 부족했거나 아쉬웠던 점을 보완하며, 장거리 장시간 여행길을 이미지 트레이닝으로 정리하고 필요한 자료는 USB에 담았다. 우리는 150일간의 파타고니아 여행을 통해 '길 위에서 죽어도 좋다'는 생각으로 도전하게 됐던 것. 믿기시는 가...? (살아서 귀가하려면)준비가 많이 필요했다.
누군가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개고생'이라는 표현은 우리하고 먼 이야기였다. 이른바 '개고생'을 통해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 그 보다 더 탁월한 선택이 어디에 있을까. 사람들마다 오감을 통해 느끼는 행복은 천차만별이다. 예술가들은 주로 시각과 청각 등을 통해 행복할 것이며, 미식가들은 촉각(입맛)에 사로잡힐 것이다. 또 예민한 후각 등으로 바리스타와 소믈리에를 열광케 하는 것. 여행자가 길 위에서 행복한 것도 같은 이치랄까.
여행정보를 통해 학습한 여행지는 큰 테마로 분류(위 투어 루트 참조)하고, 현지의 모습은 작은 테마로 분류했다. 테마의 주제와 부제 등을 통해 여행지의 느낌을 극대화 하는 것. 뷰파인더를 통해 여행지를 보다 생생하게 누릴 수 있었다. 그렇게 모인 자료들은 나중에 여행기를 끼적거리거나 사진첩(도록)을 만들 때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사람들의 기억력은 생각 보다 형편없다.
세월이 지나면 행복했던 순간 몇 장면은 기억에 남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기억들은 점점 잊혀져가는 것. 따라서 여행지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오면 세월이 지나면 지날수록 곰삭아 맜있는 장아찌 같은 깊은 맛을 우려낼 것이다. 그게 요즘 끼적거리는 150일간의 파타고니아 여행기의 한 모습이다. 굳이 여행자와 관광객을 구분해 보면 이런 차이점이 존재하는 것.
여행사 등을 통해 팩케이지로 포장된 지정된 루트를 따라, 기념사진 찍기도 바쁜 일정으로 큰 비용을 들이면 여행을 다녀와도 그때 뿐이다. 그냥 '어디 다녀왔다'는 기억 뿐 여행지의 감흥이 빨리도 사라지는 것. 긴 여정의 여행을 통해 뼈저리게 느낀 점이다. 여행은 그냥 아무때나 떠날 수도 있지만, 준비를 많이 하면 할수록 비용도 절감되고 기쁨은 배가되는 법이었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뿌에르또 옥따이를 떠나면서 챙긴 테마 몇가지를 소개해 드린다.
뿌에르또 옥따이에서 챙긴 작은 테마
(이런 식물을 보신 적있으신가요...?) 줄기에 가시가 빼곡히 박힌 이 나무의 이름은 아라우까리아 아라우까나(Araucaria araucana)란 독특한 이름을 가진 녀석이다. 녀석의 정체와 파타고니아의 식물을 이해하기 위해 관련 사이트를 링크해 두고 파타고니아에 심취하게 된 것. 뿌에르또 옥따이에서 희한하게 생긴 나무를 만나게 됐다.
마을이 굽어보이는 언덕길을 따라 시선을 멈추면 그야말로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이 마을 언덕 위에 서면 우리가 평소에 보지못한 이질적인 풍경들이 다른 행성에 가 있는 듯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커다란 백짓장 같은 장끼우에 호수 건너편에 자리잡은 오소르노 화산과 흔히 접하지 못한 마을과 아라우까리아 아라우까나 나무 등이 한데 어우러진 것. 봄이 절정에 치달은 이 마을에서 발길을 돌리자니 쉽게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설렘 가득 안고 출발했던 여행지에서 돌아오는 길은 피곤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했다. 한 번 돌아선 시간은 과거속에 쌓이고 다시 눈 앞에 나타난 현상은 현재가 되어 미래의 향방을 가늠하게 될 것이다. 기막힌 타이밍이었다. 뿌에르또 바라스로 돌아가는 버스속에서 무지개를 만나게 된 것. 상서로운 징조였을까.
뿌에르또 바라스에 다시 돌아오자 빗방울이 간간히 날렸다. 북부 파타고니아 장끼우에 호수 위로 비가 쏟아져 내리면서 커다란 무지개를 걸어두었다.
한 노인이 버스터미널 옆의 어느 뷰티숍(?) 앞에서 비를 맞고 서 있다. 이곳 사람들은 우산도 없이 두툼한 차림 하나면 비옷이나 다름없는 곳.
까짓것 빗방울 몇 개가 여행자의 기를 죽일 수 있을까. 우리도 뿌에르또 몬뜨 숙소로 돌아가는 길은 저 노인의 모습과 별로 다를 바 없었다. 숙소에 도착하면 하루종일 싸돌아 다닌 흔적을 샤워기에 맡기고, 두툼한 알파카 이불 속을 찾아들게 될 것이다. 그리고 다시 길을 찾아 나설 것.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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