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아팟던 한 해였을까...?"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백승우 감독을 만난 곳은, 구랍 29일 알파잠수기술공사(대표 이종인)에서 가진 조촐한 송연 모임에서였다. 구면인 백 감독은 필자('나'라고 한다)의 맞은 편에 앉아 일행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는데 2014년의 소회에 대해 "일단 한 해가 빨리 가서 좋구요. 한 해가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매우 짧게 말했다. 그렇지만 백 감독의 한 마디 속에 함축된 내용을 곰씹어 보면, 백 마디의 웅변 보다 더 나은 명대사 같이 다가왔다.
2014년 한 해 대한민국을 통째로 패닉상태로 몰아넣은 세월호 참사와 '십상시의 난'까지 이어지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 정치와 정부가 해낸 일은 전무했던 것. 백 감독이 미소를 지으며 말한 소회는 절망속에서 희망을 갈구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짧은 소회를 들은 후 나는 백 감독의 자켓에 달린 색바랜 노란 리본을 주시했다. 정치인들의 옷깃에 달린 '샛노란 리본'과 달리 백 감독의 가슴팍에 매달린 '색바랜 리본'의 차이점이랄까.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건 영화감독 백승우가 '천안함에 대해서 뭐라고 생각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사회가 이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걸 보여주는 게 저 한테는 가장 중요한 거 거든요."
<출처: http://www.youtube.com/watch?v=LeEwyfJSNIY#t=1485>
이날 백 감독은 송년 인삿말을 통해 "멜로를 찍어보겠다"는 말에 좌중이 박장대소한 것도, 그의 냉철한 사고와 따뜻한 가슴 때문이었을까. 영화인들도 보통 사람들과 별로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영화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흥행)하는데 실패하면 제작사는 물론 감독까지 쪽박을 차게될 것. 그런 의미에서 백 감독은 정체불명의 특정 권력에 의한 피해자인 동시에, [천안함 프로젝트]라는 타이틀 하나만으로 사람들의 관심사를 이끌어 내는 데 성공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의 가슴에 매달린 색바랜 리본 하나로, 지난 한 해 우리 국민들이 겪은 불행 전부를 대변해 주고 있는 것. 이런 영화인들이 우리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 마음이 따뜻해져 온다. 어떤 장르를 찍던 새해 대박나시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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