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철의 시계와 우리들의 시간
-천안함 사건은 대한민국의 발가벗은 현주소-
"속고 속이는 세상...!"
최근 대한민국의 시계를 보면 초침과 분침은 물론 시침까지 모두 사라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시계 자체가 분해되며 카오스(chaos) 상태로 빠져든 것 같은 느낌. 사람들이 특정 집단의 이익만을 위해 '독재자의 딸'을 선택하면서 생긴 희한한 일들이 눈만 뜨면 새로운 사건 등으로 우리 앞에 다가오는 것. 한 두 번이 아니라 골백번을 거듭 생각해 봐도 미친 짓과 다름 없는 것. 정치판은 예나 지금이나 음모와 술수가 전부라지만 이젠 대 놓고 사기질이다. 그 가운데 천안함 사건은 대한민국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바로미터랄까.
사흘 전, 김황수 경성대 명예교수(물리학)가 천안함 사고당시 발생한 지진파의 특유한 주파수 형태와 113m 길이 잠수함이 충돌했을 때 나타나는 주파수(고유진동수)가 일치한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에 게재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김 교수와 머로 카레스타 캠브리지대 연구원이 최근 국제학술지 '음향학과 진동학의 진전(Advances in Acoustics and Vibration)'에 제출해 게재된 '천안함 침몰의 진짜 원인은 무엇인가'(What Really Caused the ROK’s Cheonan Warship Sinking?)는 천안함의 잠수함 충돌설이 단순한 '괴담'이나 '유언비어'가 아니라 과학적으로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논증했다는 것. 관련 기사를 읽어보니 그럴 듯 했다...그럴 듯 했다.
관련 기사에 등장한 천안함 침몰에 대한 과학적 접근은, 그저 '그럴 듯 한 것'으로 밖에 다가오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로 쇼킹한 내용은 아니었다. 그게 사실일지라도 대한민국에서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이론이랄까. 상식으로부터 출발한다는 과학이 4년의 시간을 흘려보내며 '천안함 잠수함 충돌설'을 내놓은 건 상식에 부합하지 못하는 이론 정도로 생각되는 것. 남들이 열심히 연구한 업적을 폄훼하려는 게 아니라 천안함 사건이 그저 연구 논문 속에서 박재된 이론으로 남는 게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전 우연히 길을 걷다가 쿵 하는 소리가 크게 들린 곳을 돌아보니, 그곳엔 택시 한 대가 버스와 추돌한 현장. 쿵 소리와 함께 직감적으로 추돌사고가 일어났다는 건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상식이었다. 대략 1.5톤 전후의 택시의 공차 중량과 45인승 버스의 공차 중량이 11~12톤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마을버스의 공차 중량은 그 절반 정도에 미칠 것. 그런데 달빛 교교한 백령도 앞 바다의 잔잔한 해역에서 배수량 1,220톤에 달하는 초계함이 작전 중에 모 잠수함과 추돌 혹은 충돌했을 경우 어떤 소음으로 나타날까.
천안함 침몰 사건 생존자들의 법정 증언에 따르면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배가 90도로 기울었다"고 말한다. 또 천안함 함장이었던 최원일은 '배가 1초만에 기울었다'고 말해 유가족들로부터 돌팔매질을 당할 뻔 하기도 했다. 상식 밖의 일이 최원일 등으로부터 거의 매일같이 보도되었던 게 천안함 사건 전후의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군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는 '천안함은 북한의 1번 어뢰에 폭침 당한 것'으로 조사를 끝마쳤다. 그리고 2014년 12월 어느날 해군에서 천안함 전시시설을 만들어 놓고 '안보교육장'으로 부활시킨다나 뭐라나.
천안함이 국방부와 민군합동조사단의 발표대로 폭침되었다면,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대부분의 승조원들은 고막이 찢기거나 눈알이 튀어나오는 등 처참한 모습으로 폭사했을 것이란 게 일반적인 평이었다. 그러나 최근 천안함 의무대장의 법정 증언에 따르면, 당시 사망한 승조원의 사인을 정확히 가려내지 못한 채 '미상'으로 남겼다. 그동안 익사체로 알려진 승조원들의 사인을 흐지부지 덮어버린 것이랄까.
아니나 다를까 언론에 잠시 등장한 천안함 잠수함 충돌론은 사흘만에 흐지부지 사람들의 기억으로부터 멀어지고, 그 자리에 국방부의 안보교육장이 해괴한 탈을 쓰고 들어선 것. 천안함의 진실은 이미 밝혀졌지만 사람들은 진실에 목말라 하지않았다. 시원한 생수가 그립다가도 어느새 콜라를 탐하면서 해갈의 본질을 잃어가고 있는 것. 세월호 참사도 그랬다. 유가족들에겐 일 분 일 초가 1년같이 여겨질 지 모르지만, 이를 지켜보는 사람의 입장에선 전혀 입장이 다른 것. 신 선생의 시계와 우리들의 시간도 그런 것인 지...
우리는 한 공간속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느끼는 시차는 전혀 다르다. 절박한 마음을 담은 시계는 빨리 돌아가는 듯 애간장을 태우고, 남의 일처럼 여긴 진실의 모습은 어느덧 관조로 돌아선다. 천안함 잠수함 충돌설이 시의적절한 순간에 '1번어뢰'처럼 발표되었드라면, 독재자의 딸과 그녀의 어리버리한 짝꿍 맹바기의 간담은 서늘하지 않았을까. 2014년 12월 현재 거짓을 진실로 둔갑시킨 무리들은 여전히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권력 지키기에 좌불안석이다. 필자가 좋아하는 아웅산 수 치(Daw Aung San Suu Kyi) 여사는 그들더러 이렇게 말했지.
"부패한 권력은 권력이 아니라 공포다.
권력을 잃을지 모른다는 공포는 권력을 휘두르는 자를 부패시키고,
권력의 채찍에 대한 공포는 거기에 복종하는 사람을 타락시킨다."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보는 듯한 명언이 아웅산 수 치 여사로부터 일찌감치 발현되고 있었지만, 우리는 여전히 거짓을 진실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속고 속이는 세상에 살고있다. 사람들은 천안함 침몰의 진짜 원인이 (이스라엘) 잠수함과 충돌한 것이라 하고, 그게 미군의 한 제독으로부터 '규칙적인 훈련 중에 일어난 (교통)사고'라고 말했다.
천안함 잠수함 충돌설은 일찌감치 대두됐지만 사람들의 시선을 북쪽으로 돌린 건 대한민국 국방부의 고장난 시계. 이념의 대립각을 세우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하는 비민주.반민족적 세력들이 이 땅에 설치는 한, 천안함의 침몰원인은 여전히 상식 밖의 폭침이 아닐까. 신 선생의 시계와 우리들의 시간이 서로 다른 것도 이들이 만들고 있는 허상 때문인 것. 천안함 침몰 사건은 대한민국의 발가벗은 현주소이며, 우리가 만들어 가고있는 허상이다. 어둔 밤 새벽이 더디오는 것처럼 생각되지만 어느새 아침이 밝는다. 그때가 그리워 잠 못 이루며 몇자 끼적거리니 '인간세상이 참 부질없다'는 생각도 든다.
내가 꿈꾸는 그곳의Photo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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