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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포동 이야기

구룡마을,30년동안 1만병을 수집한 술 수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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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마을 화재현장에서 만난 이색 풍경
-30년동안 1만병을 수집한 술 수집가-




"얼마나 오랫동안 인내한 것일까...?"


이곳은 지난달 11일 화재로 전소된 구룡마을 7-B지구의 잿더미로 변한 화재현장 모습이다. 새까맣게 그을린 잿더미 속에서 눈에 띄는 술병들. 술병들이 상자 속에 가득히 담겼는데 대략 1만병 정도의 분량이 잿더미 속에 묻혀 있었다. 이재민의 부탁으로 화재현장을 수습하고 있는 지인들에 따르면 "30년동안 1만병을 수집한 술 수집가"가 이곳에 살고 있었다는 것. 





그분들의 부연 설명에 따르면 어느 술 수집가는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다"고 말했다. (애주가인)필자로선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증언이었다. 30년동안 1만병을 마셨다면 모를까. 30년동안 서로 다른 종류의 술 1만병을 치곡차곡 수집한 게 믿기지 않을 정도. 그동안 수집한 술 종류를 보니 수 십년된 고급 양주부터 희귀한 소주까지, 다양한 술들이 잿더미 속에 묻혀 있었다.



구룡마을 화재현장에서 만난 이색 풍경




잿더미로 변한 화재현장에서 양해를 구하고 촬영을 시작하면서 참 묘한 기분이 들었다. 아직 개봉도 안 된 한 종이상자를 열자마자 빼곡히 쌓인 술병들. 상자 속에는 특정 브랜드 뿐만 아니라 다양한 브랜드의 술병들이 한 병 혹은 여러병이 눈에 띄었다.




애주가들이 아니라도 브랜드 이름만 봐도 언제쯤 출시된 것인지 대략 알 수 있을 정도. 애주가인 필자 조차 모르는 종류의 술(이름)들이 다양하게 수집되어 있었다. 그중 특이한 점은 특정 브랜드의 샘플이 유난히도 돋보였다. 샘플병 수집은 주로 양주병 한 두개 정도일 텐데 이름모를 술 수집가는 샘플 포함 1만병의 술을 수집해 오고 있었던 것.




그 중 손에 잡히는 한 샘플을 보니 '한라산물 순한소주'라 적힌 라벨의 제주산 소주도 보인다.




뿐만 아니라 한 번쯤은 보거나 마셔봤을 것 같은 술병들...




화재현장에서 구출(?)된 다양한 술병들이 자루 속에 담겨 옮겨질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현장을 돌아서면서 술수집가의 심정을 헤아려 보게 됐다. 그는 30년동안 1만병의 술을 수집해 왔다는 데 과연 취미가 '술병 모으기'였을까 싶었던 것. 따라서 생각을 바꾸어 보니 묘한 기분이 드는 것. 화재 직전까지 당신은 구룡마을에 살아오면서 '언제인가 내 집 마련을 꼭 해내고야 말겠다'는 다짐으로(술병모으기 취미) 대리만족 하지 않았는가 싶은 생각들. 




그러고 보니 주인으로부터 고이 간직된 술병들이 인고의 세월을 견디게 해 준 '인내와 아픔의 술병'으로 다가오는 것. 남들이 호의호식 하고 흥청망청 할 때 한 푼이라도 더 아껴 내집마련을 하고싶지 않았을까. 그런데 어느날 화재로 모든 것을 날려버린 것. 그 참담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 같다. 연말연시를 맞이해 술자리 횟수가 많아지고 있고, 체감경기는 그 어느때 보다 꽁꽁 얼어붙었다고 한다. 서민의 시름을 달래주었던 담뱃값이 새해부터 한 갑에 무려 2000원씩이나 인상되므로, 술값까지 덩달아 오르지 말라는 법도 없다. 이래저래 서민들의 시름은 깊어만 간다.




내가 꿈꾸는 그곳의Photo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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