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멍 탈출이 이렇게 힘이든단 말인가...ㅋ"
귀엽기 짝이없는 강아지 한 마리가 개구멍을 빠져나오는 표정을 보면 마치 '좀비의 표정'을 연상케 할 정도로 무섭다. 아니 재밌다. 어느 봄날 녀석을 만난 곳은 북부 파타고니아(칠레)에 위치한 작은 마을 '뿌엘로'에서였다. 당시 녀석들은 먼지를 흠뻑 뒤집어 쓴 것 같은 차림으로 길거리에서 우리와 조우했다. 그런데 녀석들은 애정결핍 증세에 빠졌던 지 불쌍해 보일 정도로 기가 죽어있었다.
눈동자는 총기를 잃었고 흔들어대는 꼬리는 배터리가 다 소진된 듯 힘 없는 모습. 녀석들에게 "오요오요..." 하며 손을 내밀자 사족을 못 쓰며 발라랑 뒤집어지는 것. 녀석들은 사람의 애정이 필요했지만 야속하게도 녀석들 주변에선 사람들을 찾기 힘들었다. 모두 일터로 나가 놀아줄 사람이 없는 것. 그날은 그렇게 녀석들과 헤어졌다.
*전편(파타고니아,애정결핍에 빠진 아이들)에서 만났던 애정결핍 강아지 두 마리
그리고 숙소를 정하고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보다가 녀석들을 다시 마주치게 됐다. 녀석들은 울타리 속에서 놀고 있었는 데 녀석들을 보자마자 반가운 마음에 다시 아는체 했다. 녀석들은 좋아죽었다. 그리고 급히 개구멍을 통해 탈출을 시도하는 것. 그 표정들을 순서대로 옮겨보니 이랬다.
개구멍 탈출에 나선 애정결핍 강아지
울타리 바깥에서 녀석들을 꼬드기자 고개를 내민 강아지 한 마리...여전히 눈망울엔 기운이 없어 보이지만 너무 귀엽다. 뿐만 아니라 봄이 절정에 이른 파타고니아 전역엔 풀꽃들 세상. 개구멍 근처에도 봄이 무르익었다. 개구멍 바깥에서 녀석들을 부르자 마음만 앞섰던 지 덩치 보다 큰 개구멍을 쉽게 통과하지 못한다.
녀석의 표정은 뭔가에 홀린 듯한 표정...(누가 날 불러주시는 거야...?)
생전 (좀비스러운)이런 표정 처음본다. 녀석은 탈출에 마음이 앞서 어쩔줄 모른다.(바쁨바쁨...디~게 바쁨 ㅋ)
그리고 또 한 녀석은 개구멍 탈출을 포기한 듯...무슨 생각에 잠긴 것일까?
울타리 위에서 아래로 내려본 녀석의 눈망울 속에서 외로움이 느껴진다. 귀엽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한 녀석. 주인이 귀가하려면 한참을 더 기다려야 하고, 주인이 귀가해 봤자 녀석들은 찬밥 신세였다. 울타리 속에 '개밥'이 보였지만 녀석들에게 필요한 건 사람들의 애정이 아니었을까.
"아저씨, 날 좀 데려가 주심 안되요...?"
*관련 포스트(전편) ➲ 파타고니아,애정결핍에 빠진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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