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처음 등장한 이 분은 단감학 박사라 불러도 모자라는 단감농사의 대가인 김종문(56) 선생이다. 창원시 의창구 북면 월계리에서 단감 농사를 지은 지 30년이 되는 김 선생은 관련 학과는 물론 경영학 과정까지 거친 엘리트 단감 농사꾼이었다. 그는 취재가 끝날 때까지 갱상도 사투리를 입에 달고(?) 인터뷰에 응했다. 아마도 함께 동행한 분들이 갱상도 출신이 아니라면 통역이 필요했을 지도 모를 정도로 갱상도 사투리가 몸에 밴 분이었다.
필자의 고향이 부산이었기 망정이지, 아마도 타 지역 출신이었다면 그의 따뜻한 마음씨를 읽지 못했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는 시종 겸손했고 근면 성실이 몸에 밴 듬직한 농부였다. 김 선생이 짓는 단감 농사는 대략 2만 5천평 규모로 축구장 8개 정도 되는 면적의 엄청난 크기였다.김 선생의 단감 과수원에서 한 해 150톤 이상의 단감을 출하해 내고 있었다. 도시인들 내지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규모의 단감과수원 농사를 30년동안 지어온 것. 그 분을 통해 경남단감의 현주소를 동행 취재해 봤다.
당신께서 굳이 관련 학과를 공부하지 않아도 이 분야의 장인이 틀림없었다. 따라서 그를 내조하는 아내의 고생은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될 일. 지난 26일 농협중앙회 경남산지육성회와 단감경남협의회가 주최하고 경남도민일보 해딴에가 주관한 경남단감축제 취재 중에, 김 선생을 만나 당신께서 사랑한 아내에게 '사랑한다'는 애정표현을 부탁해 봤다. 그는 보통 사람들이 가진 갱상도 사람에 대한 편견(?)을 그대로 드러내 보였다.(영상을 열어보시면 가슴이 훈훈해지며 절로 기분이 좋아질 걸요? ^^) 영상에서 확인되는 것처럼 김 선생은 아내에게 결코(?) 사랑한다는 말을 건네지 못할 정도로 쑥스러워 했다.
사랑 고백이 쑥스러운 단감학 박사
필자가 아는 갱상도 사람들은 주로 그랬는 데 전부가 그런 건 아니었다. 요즘 신세대는 전혀 그러하지 않을 것. 하지만 그 짧은 애정 표현 조차 하지 못하는 것. 오히려 그 몸짓이 '시의 함축적 언어'처럼 들릴 정도라니 자꾸 재촉하는 건 결례일까. 서두에 세계적 단감 산지 '경남 창원단감'이 널리 전파되지 못한 이유를, 갱상도 사람들의 무뚝뚝한 애정 표현 때문일까 싶은 화두를 던졌다. 그러나 김 선생을 만나 창원단감 이야기를 나누는동안 단감의 속살이 투명하게 비칠 정도로 단감학 박사였다. 애정 표현은 무뚝뚝해도 단감에 관한한 속속들이 다 알고 있는 것. 그 현장으로 가 본다.
김종문 선생의 단감과수원이 위치한 월계마을 입구엔 큼지막한 표지석 하나가 서 있고 마을 앞은 도로공사가 한창이었다.
마을입구에는 이 마을에서 생산한 '하늘아래 첫단감'이 출하를 기다리고 있는 풍경. 이곳을 지나면서부터 주변은 온통 단감과수원이다. 마을 어귀는 물론 나지막한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싼 월계마을은 말 그대로 '단감이 천지빼까리'다. 김종문 선생은 대략 50가구가 살고있는 이 마을의 이장이자 단감농사의 대가였다.
자동차 GPS에 주소를 찍고 전화번호 하나만 달랑 들고 김 선생을 찾아나선 건 10월 26일 오후 1시 경. 오전과 달리 오후가 되자 이곳은 한여름을 방불케 할 정도로 볕이 따갑고 더운 날씨였다. 동네에 들어서자마자 주민 한 분께 '김종문 씨를 아느냐'고 물었더니 가르쳐 준 곳은 이곳. 멀리 창고 하나가 보이는 데 나중에 알고 보니 엉뚱한 곳. 그러나 온통 단감 나무 밖에 안 보이는 이곳에서 월계마을의 단감과수원 규모를 어림짐작 할 수 있었다. 작은 골짜기 하나를 사이에 두고 주변은 온통 단감나무 뿐이었다.
길을 잘못 들었지만 단감과수원 한쪽에서 자라고 있는 감나무엔 홍시가 빼곡했다. 감나무 아래를 살펴보니 온통 낙과된 홍시들. 녀석들은 주체하지 못하고 단감을 떨어뜨리고 있었는 데 글쎄...홍시는 아무도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홍시 하나를 주워 입에 넣어보니 물컹한 식감에 달짝지근한 맛은 있건만 이곳 경남단감 산지에서 생산되는 단감과 거리가 멀다. 이때 김 선생과 통화가 연결됐다. 단감 수확에 바쁜 중에 누를 끼치는 일이라 조심스러웠는 데 마을 회관 앞에서 기다린다며 전갈이 온 것.
단감학 박사 김종문 선생의 단감 과수원으로 가다
인연은 이런 것일까?...길을 잘 못 들어 엉뚱한 곳에서 김종문 선생을 기다렸는 데 하필이면 그곳에서 김 선생의 단감과수원을 바라볼 수 있었다. 위 사진의 맞은 편 산기슭 대부분이 김 선생의 단감나무 과수원이었던 것. 월계마을은 온통 단감나무 투성이였다. 월계의 본 뜻(?)을 헤아리면 달 속의 그림자인 '월계수' 떠올릴 정도지만, 월계마을에 들어서자마자 월계수가 단감나무인 듯 하다.
*위 사진 속에서 멀리 조금 전 일행이 머물렀던 단감과수원(창고)이 보인다. 김종문 선생의 단감과수원 반대편의 모습. 월계마을은 온통 단감과수원이다.
이른 아침이면 뽀얀 안개가 단감나무의 늦잠을 모른 채 하고, 늦은 밤에는 달님이 은빛 뽀얀 가루로 단감 표면에 분을 바르는 곳. 지구별 최고의 당도와 상품을 자랑하는 경남단감의 지리적 조건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특이했다. 이날 아침 필자는 '한계령' 원작시자 한사 정덕수 선생과 함께 이곳에서 가까운 동판저수지에서 안개 자욱한 동판저수지의 비경을 찍고 있었다.
단감박사가 말하는 단감농사의 현주소
창원단감 혹은 경남단감의 주산지는 주로 낙동강 수계 습지에 자리 잡고 있었으며, 일조량과 일교차가 큰 곳이었던 것. 경남단감의 정체성은 그렇게 탄생하며 세계적 단감산지로 우리 곁으로 다가온 것이다. 이날 아침 이곳 날씨는 짙은 안개에 덮여 시계가 한 50m나 됐을까.
동판저수지를 촬영한 사진을 참조하면 경남단감 산지는 출하(수확)시기에도 안개가 자욱한 것. 단감은 내한성이 약해 수확시기인 9~10월의 평균기온은 21~23도가 적당하다는 데, 습지가 발산한 안개가 적당한 온도를 유지해 주는 듯 했다. 그렇다면 이곳 단감산지의 단감농사 현주소는 어떤 모습일까?...단감박사 김종문 선생의 단감과수원을 방문해 생생한 현장의 모습을 (영상으로)밀착 취재해 본 게 위의 영상에 나타난 내용이다.
단감농사 속을 들여다 보다
(영상을 열어보셨나요? ^^) 김종문 선생으로부터 들어본 단감농사는 매우 힘들어보였다. 김 선생은 이곳 월계리에서 태어나 대학을 졸업한 후 30년동안 단감농사를 지어오신 분이자, 이 지역 토박이였다. 어느 분야의 일을 하든 30년동안 한가지 일을 해 왔다면 특정 분야에 대해선 이른바 '도사'가 되는 것. 김 선생은 그런 분이었다.
하지만 단감 농사란 게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았다. 드넓은 단감과수원을 운영하면서 엄청난 생산량을 거두어 들이고 있었지만, 단감 수확시기에는 늘 일손 부족으로 애를 먹는 것. 수확 시기엔 2만 5천평의 단감과수원에 필요한 일손이 대략 20명 정도에 인건비는 5천만원 정도를 지불하고 있다고 했다. 이렇게 한 해 농사를 지어 거둔 순수익은 얼마나 될까?...
단감농사 한 해 수익 1억원의 엘도라도
김 선생은 1억원 정도라고 말했다. 요즘은 화폐 단위나 씀씀이 등이 워낙 커 보여서 그렇지, 단감농사를 지어 한 해 1억원의 순이익을 거둘 수 있다면 '과일의 엘도라도'라고 말해도 괜찮지 않을까. 관련 포스트에서 언급한 바 단감은 우리나라와 FTA를 맺은 농산물의 천국 칠레에서 조차 넘 볼 수 없는 지리적 조건 등을 갖추고 있고, 동남아는 물론 북미까지 수출을 하고 있는 황금알을 낳는 과일이다.
또 단감의 원산지 중국을 위협하고 있는 미래의 과일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도대체 경남지역에서 생산되는 단감은 어떤 과일이길래 세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을까. 경남단감의 특징 등을 농협중앙회 경남산지육성팀과 단감경남협의회 그리고 월계리의 김종문 선생 등으로부터 경남단감의 특징 등을 알아보기로 한다.
현지에서 만나본 단감학 개론
그동안 우리나라는 주로 떫은 감나무를 재배하여 건시나 숙시(홍시) 등으로 가공해 이용해 왔지만, 1910년경 일본에서 생식할 수 있는 단감이 도입되면서부터 여러 단감 품종으로 개발되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었다. 단감은 주로 생과일을 섭취하며, 건과(곶감)와 숙과가 후식으로 널리 이용돼 왔다.
단감의 재배지는 주로 경남(창원,김해,밀양,창년,진주 등),경북(칠곡,청도),전남(승주)에서 재배돼 왔으며, 단감의 판매형태는 재래시장과 유통업체가 조금씩 다른 모습이었다. 재래시장에서는 주로 겉모습이 드러난 '벌크판매' 위주였지만, 유통업체 등지에서는 소포장 혹은 5개들이 PP봉지나 상자판매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단감의 정체와 단감의 종류
단감은 진달래목 감나무과 감나무속의 나무에서 열리는 과실로, 단과(丹果)라고 부르기도 하는 데, 단감의 대표적인 품종으로는 '서촌조생','차랑','부유'가 있었다. 서촌조생의 경우 수확시기는 9월 중.하순으로 비교적 수확시기가 빠른 조생종이었으며, 단감의 중량(개당)은 220~260그램정도로 단감의 색깔은 짙은 등황색을 띄며, 육질은 부유 보다 약간 연하며 과육의 갈반(褐斑,갈색을 띠는 반점) 크기가 적고, 떫은 맛이 전혀없고 당도가 높은 게 특징이었다.
이에 비해 차랑의 수확시기는 서촌조생 보다 다소 늦어 10월 상.중순이며 크기는 서촌조생과 비슷했다. 과일의 형태는 평원형이며 껍질(과피)은 등황색에 과분(껍질에 뽀얗게 묻은)이 많고, 과실의 횡단면이 4각형이하는 게 특이했다. 과즙은 부유보다 적지만 육질은 치밀하고 당도가 높은 게 특징.
*단감은 크기에 따라 선별장에서 분류되며 최상품(3L)으로부터 제일 작은 크기의 3S까지 7종류로 분류된다.(사진=김종문 선생의 단감분류장에서)
그리고 단감재배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부유의 수확시기는, 10월 하순부터 11월 중순으로, 평균 중량은 200~220그램으로 서촌조생과 차랑 보다 조금 적었고, 늦게 수확되는 품종이자 필자가 방문한 김종문 선생의 단감과수원에 심어진 단감의 종이 부유였다. 부유의 과형은 평원형이며, 과피는 등황색으로 광택이 나고 끝은 등글고 옅은 4개의 골이 있는 게, 전자의 두 종의 감과 다른 형태의 과형이었다. 또 부유는 과즙이 풍부하고 식감과 당도가 뛰어난 우수한 품종으로 알려졌다.
개략 살펴본 바 단감은 종류에 따라 조생종(9/21~9/30)과 중생종(10/1~10/20),만생종(10/20~11/15)으로 나뉘었는 데 이날 월계리에서 만난 단감의 품종은 부유로 만생종이었다.자료를 정리하는동안 경남단감에 매료되어 포스트의 지면이 점점 더 길어지고 있다. 따라서 싱싱한 단감고르기나 단감보관법 등 단감의 효능과 김 선생의 단감과수원에서 만난 생생한 이야기 등은 3부에서 다시 만나기로 한다. 사랑 고백이 쑥스러운 단감학 박사 김종문 선생의 단감 구매는 단감선별장에서 만난 위 연락처(010-3566-8313)로 하면 된다. 아울러 경남단감을 구매할 수 있는 곳은 아래와 같다.
*이날 필자가 칭한 단감박사 김종문 선생이 단감과수원을 방문한 일행을 안내하고 있는 모습이다.(좌로부터 김종문 선생, 블로거 캔디님, 블로거 이춘모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