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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포동 이야기

눈 마주친 너구리 왜 뻘쭘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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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너구리가 산다
-2편,눈 마주친 너구리 왜 뻘쭘했을까-




"
오동통한 내 너구리?..."

아니었다!...모 식품회사의 광고 카피엔 너구리가 '오동통 한' 것으로 그려지고 있었다. 그러나 눈 앞에서 조우한 너구리는 추운 몽골이나 알래스카 등지에서 살아가는 몽골로이드의 모습처럼 두툼한 털모자를 쓰고 있는 것 같았다. 오동통 하지않은 것. 또 어떻게 보면 녀석은 영화속에서 본 스파이처럼 색안경을 끼고 있는 듯 하기도 했다. 그러나 녀석은 자주 만날 수 없는 도시속 야생동물로 볼 때마다 눈길을 사로잡는 묘한 매력을 지녔다. 그 모습을 영상과 사진에 담아봤다.





눈 마주친 뻘쭘한 너구리


영상에서 확인된 성체 너구리는 서울 강남의 오래된 ㄱ아파트단지에서 세 번째 만난 너구리의 모습이자, 가장 가까이서 만난 녀석이었다. 녀석과 눈을 마주친 시간은 대략 3분 여...눈을 마주친 녀석은 뻘쭘한 표정으로 오도가도 못했다. 이유가 있었다.




녀석을 맨 처음 만났을 때 표정은 이랬다.

그야말로 뻘쭘한 표정으로 눈이 마주친 것.

두툼한 털모자(?) 아래로 보이는 눈이...

응가 마려운 듯한 표정. ^^




녀석을 일부러 찾아나선 건 아니었다.

볕 좋은 가을 날 도시에 내려앉은 가을풍경을 카메라에 담으려 

오래된 아파트단지 외곽에 마실출사를 떠났던 것.

그런데 웬 녀석이 저만치 앞에서 후다닥 다가온 것이다.




카메라의 노출이 과한 이유는 

그늘이 짙어 녀석의 모습을 잘 볼 수 없을 것 같아 최대한 밝게 찍은 것.

녀석이 멈춘 곳은 아파트 지하 공간 앞이었다.





눈 마주친 너구리 왜 뻘쭘했을까 


녀석이 멈춘 곳은 하필이면 그곳이었는 데

직감적으로 '녀석이 사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녀석은 자기의 프라이버시가 다 노출된 상태에서 뻘쭘해 한 것.

금방 지하공간으로 몸을 숨기면 자기가 사는 곳이 탄로날 게 뻔했던 것.

녀석이 뻘쭘해 한 이유였다.




녀석은 살금살금 한 발자국씩 거리를 좁혀오는 

한 인간의 모습을 바라보며 어떻게 할까 고민하는 듯...




녀석과 이런 뻘쭘한 관계는 대략 3분 여의 시간이 흐르고 있었고,

그 시간에 녀석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남기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녀석의 표정을 보니 그게 못마땅 했던 것인 지...




뻘쭘한 관계는 이내 사라지고 말았다.




녀석은 결심을 굳히고 지하공간으로 사라진 것.

녀석은 뒷모습만 남긴 채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녀석이 사라진 뒤 한밤중이면 어슬렁 거렸을 녀석의 집 주변을 살펴봤다.

사람들이 쓰다 버린 의자 하나 사이로 풀꽃이 오롯이 돋아난 모습.

 



녀석의 앞마당 놀이터가 이곳이었는 지, 스티로폼을 긁은 자국이 선명하다.

어쩌면 너구리 새끼들이 사람들 몰래 이곳에서 놀았는 지도 모를 일...




도시에서 인간들과 함께 살아가면서 조용히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기특했다.
이날 내가 본 건 너구리였지만, 기억에서 지울수록 좋은 일. (너굴아 귀찮게 해서 미안해~^^)
녀석이(혹은 녀석들이) 잘 살아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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