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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포동 이야기

그곳에 너구리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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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너구리가 산다
-도시의 정글에서 만난 너구리-




"녀석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너구리 한 마리가 대낮에 한 인간과 눈을 마주치며 잠시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곳. 너구리 성체 한 마리와 조우한 매우 짧은 시간동안 녀석의 모습을 뷰파인더로 들여다 본 건 딱 두 차례. 너무 아쉬운 만남이었다. 하지만 인간들이 모여사는 도시의 정글에서 녀석이 잘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참 다행이었다. 두 컷의 사진 속에 포착된 너구리 성체는 외견상 건강해 보였기 때문이다. 


얼마전 이 아파트단지의 외곽에서 만났던 너구리 가족은 온몸에 피부병이 번진듯 형체가 엉망이었다. 너구리 가족 전체가 비루먹어 건강이 안쓰러워 보였던 것이다. 녀석들은 저녁나절 몇 번 마주친 적이 있는 데(그들 같았다), 작은 강아지 정도의 크기로 자라 아파트단지 곳곳을 뒤져 먹이사냥에 나선 모습들이었다. 


거기에 비하면 어제(3일) 오후에 우연히 마주친 너구리 한 마리는 꽤 컷다. 중개(犬) 정도의 다 자란 어른 너구리의 모습. 녀석은 만남의 기회를 오래 주지않았다. 짧은 시간 단 두 번만 마주치고 사라진 것이다. 녀석이 사라진 곳은 도시의 오래된 아파트의 지하공간. 주로 '아파트냥'들이 살아가는 작은 공간이 녀석 혹은 이들 가족들의 보금자리였다. 그곳에 너구리가 살고 있었던 것. 그 현장은 이랬다.



그곳에 너구리가 살고 있었다




녀석은 우연히 눈에 띄었는 데...(애완견을)잘 못 봤나 싶어 녀석이 사라진 곳을 살며시 다가가는 순간, 녀석은 한 인간이 자기 곁으로 다가오는 걸 눈치챘던 것일까.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자동차 곁에서 몸을 숨기고 접근하는 한 인간을 응시했다. 아마도 녀석은 자기가 사는 곳을 노출 시키고 싶지않았기 때문에 '어떻게 할까' 하고 잠시 망설였던 건 아니었던 지. 녀석을 카메라에 담기 위한 장소가 적절치 않아 이번에는 자동차 뒤를 돌아 녀석을 살펴보기로 했다.




(살금살금...아주 살금살금...쉿~) 주차된 자동차 뒤로 살며시 돌아 뷰파인더를 들여다보니 어둑한 그림자 아래서 녀석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들켰다!ㅜ)하지만 녀석을 포착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 재빨리 카메라의 노출을 맞추고 원 샷...그리고 이번에는 녀석의 모습을 동영상에 담을 찰라였다. 그순간 녀석은 이 아파트의 작은 구멍 속으로 사라졌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녀석의 헌팅(촬영)에 실패한 것. 그러나 용케도 두 컷의 사진을 남겼다.




녀석이 순식간에 사라진 작은 동굴(?)은 아파트 지하에 마련된 주거공간. 

이곳은 녀석이 살아가기에 편리한 공간이었나 보다. 

주변을 살펴보니 녀석이 자주 이곳을 들락거린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집 앞이 뺀질뺀질(?) 했던 것.




귀갓길에 녀석의 모습을 LCD창으로 확대해 보면서,
기회가 닿으면 멀찌감치서 녀석의 삶을 훔쳐보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녀석에겐 매우 귀찮은 존재 하나가 생긴 셈이다.
하지만 인간들이 모여사는 도시의 정글에서 
녀석이 잘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는 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다시 만나고 싶은 오래된 친구같이 귀한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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