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발걸음이
가벼운 이유는 무엇일까?..."
얼마전 여름끝자락의 마실출사에서 마주친 할아버지의 표정은 (로또)대박을 맞은 듯 조금은 상기된 표정이었다. 표정만 봐도 당신께서 행복한 지 불행한 지 단박에 아는 법. 어떤 사람들은 엄청난 권력과 돈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불행한 표정을 짓고 사는가 하면, 또 어떤 사람들은 겨우 입에 풀칠만 하고 사는 것 같은 데도 불구하고 늘 싱글벙글 웃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할아버지는 후자의 경우였다. 비록 남루해 보이는 차림이지만 할아버지는 입에 풀칠이나 하고 살 정도로 가난하거나 남에게 손을 내밀 정도는 아니었다. 이곳 ㄱ아파트단지에 오래 사는 사람들은 낡은 아파트지만 '내 집'을 가진 사람들이 적지않고, 전세를 살아도 서울의 웬만한 동네 못지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아버지는 늘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마실을 다닌다.
그런 할아버지께선 필자를 눈여겨 보지않았겠지만, 나는 마실출사를 다니면서 가끔씩 마주친 분이다. 할아버지는 주로 분리수거장 곁에서 서성거리며 사람들이 버린 물건들을 재활용이 가능한 지 등을 가늠하고 계셨던 것이다. 이날 할아버지가 챙긴 재활용품은 낡은 가스렌지와 목이 꺽인 선풍기 한 대였다.
누군가 이사를 하면서 버린 물건을 줏은 것인 데 재활용품을 챙긴 것 만으로도, 할아버지는 소중한 보물을 챙긴 듯 발걸음이 가볍고 표정이 행복해 보이는 것. 할아버지는 근면과 검소, 절약이 몸에 밴 탓인지 늘 이같은 모습이었다. 대한민국 국민 다수가 이런 생활습관으로 산다면 우리 경제는 어떤 모습일까...
소비를 줄이거나 거의 하지 않아 내수가 죽고 경제가 침체될까. 이틀 전 뉴스를 살펴보니 내년의 세수 부족 규모가 10조원에 달한다는 내용과 함께 경기회복이 지연되면 나라의 재정이 더욱 악화될 예정이란다. 관련 뉴스는 이렇게 말했다.
"(상략)내년 예산안이 376조원으로 올해보다 20조2000억원(5.7%) 늘어났다.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로, 경기 부양을 위해 추경편성 수준의 금액이 더해진 '슈퍼예산'에 해당된다. 내년 재정적자는 33조원을, 국가채무는 570조원을 각각 넘어설 것으로 전망돼 박근혜 정부 이후 재정 건전성이 우려된다.
(중략)...대선때 줄이겠다고 약속했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도 경기부양을 명분으로 늘어났다. 내년도 SOC 예산은 올해보다 7천억원 늘어난 24조4천억원이 책정됐다. 이처럼 씀씀이는 대폭 커지나 세수 상황은 악화돼 재정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새누리당)이명박 정권 5년에 이어 박근혜 정권에서도 5년내내 재정적자 행진이 계속될 전망이다.(하략)"
<출처: http://www.viewsnnews.com/article/view.jsp?seq=114115>
뉴스는 더 읽어보나마나 나라에 (거두어 들일)세금과 돈이 없는 데 씀씀이는 여전하다는 말이며, 그게 재정건전성으로 나타난 것. 한마디로 말하면 나라살림이 엉망진창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관련 뉴스를 살펴보면 수입은 없는 데 지출만 커지면서 가계부채에 이어 국가부채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었던 것. 나라의 재정건전성이 이러한 때, 할아버지의 홀가분한 발걸음과 표정을 보는 건 기분좋은 일이다.
특정인들이 무차별적 담뱃세 인상 등을 통해 불특정다수의 호주머니를 털어 연명하고자 할 때, 국가와 정부가 설 자리는 어디있으며 공직자가 필요하기는 할까. 높아지기만 한 눈높이를 낮추지 않고 이대로 간다면, 다시금 우리는 'I am F"로 추락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할아버지 곳간은 그 어떤 외풍이 불어와도 튼실해 보인다. 근면과 검소와 절약이 체질화 된 것이자, 보물과 다름없는 생활습관이 지속되고 있었던 것. 우리가 일찌감치 바꿔야 할 생활습관이 할아버지로부터 발현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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