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차
잘~파는 방법!..."
어제(18일) 오후의 일이다. 아파트단지에 주차된 차량 곳곳에 자동차 재판매를 권하는 스티커(명함)가 줄줄이 붙어있었다. 이런 풍경은 예전에 볼 수 없었던 모습으로,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어서 사진 몇 장을 남겨두고 몇 자 끼적거리고 있다. 사진 한 두장 더 보면 이러하다.
내차 잘~파는 방법으로 재판매 내지 매매를 권유하고 있는 명함이 꽂힌 차량은
주로 연식이 최근의 차량들이었다.
잘 타 봤자 1~2년 정도됐을까.
상담을 통해 당일 현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문구가 눈에 띈다. 이들은 빚더미에 허덕이는 차주를 상대로 돈놀이를 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는 모습이다. 이미 중고차가 된 자동차를 사들여 시세차익을 챙기는 한편, 혹시라도 대출을 받은 차주 등으로부터 비싼 이자를 챙기는 것. 이런 영업이 버젓이 행해질 수 있는 건 수요가 있기 때문일 것. 참 아찔하고 위험한 사회로 변한 대한민국의 대도시 풍경이다.
얼마전 비슷한 사례의 한 직장인은 이런 방법 등으로 '외상값'을 돌려막다가 결국 아파트에서 뛰어내린 사람도 있었다. 자살의 이유가 빚감당을 하지 못해 일어난 매우 불행한 사건이었다. 그는 자살을 선택하기 전에 빚을 갚기 위해 또다른 빚은 내고 빚갚을 돈을 충당하기 위해 카지노 등을 전전하며 도박에 빠져들며 한탕주의에 빠져들었던 직장인이었다. 직장인이 받는 월급 내지 연봉은 고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입 이상의 지출에 열중한 게 화근이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직자들의 재정상태는 건전하다 못해 넘쳐난다. 그런데 비해 도시의 한 아파트단지 주차장에 주차된 차량의 운전석 문짝엔 중고차 매매를 권하는 명함이 달라붙는 것. 돈이 남아 돌아가는 곳은 지하경제며 돈줄이 마른 곳은 서민들의 허세였을까. 조금은 극단적인 비교가 될지 모르겠지만 사진 한 장을 소개해 드리고 글을 맺는다.
이 자동차는 남미의 스위스라고 불리우는 아르헨티나의 세계적 휴양지 산 까를로스 데 바릴로체(San Carlos de Bariloche)에서 시내 주행중인<르노 12>였다. 외모만 보면 '이게 굴러갈 것인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이지만, 잘도 굴러 다닌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고쳐 쓰고 아껴쓴 결과 수 십년째 타고 다닐 수 있었던 것. 이곳에서 이런 풍경을 보는 건 전혀 낮설지 않다. 방금 출고한 '삐까번쩍'한 새차보다 낡은 차들이 더 많아 보이는 곳.
이들이 제아무리 클래식한 향수에 빠져 산다고 해서 새차를 타고 싶지않을까. 아르헨티나는 자원이 풍부해도 만성적인 경제위기와 불황을 겪고 있는 나라며 최근에는 국가 디폴트를 선언한 나라다. 이런 나라에선 우리처럼 달콤한 '외모 지상주의'에 빠져들지 않는다. 더군다나 차창에 "내차 잘~파는 방법!..."이라며 꼬드기는 일은 눈을 씻고도 찾기 힘든 나라다. IMF 홍역을 앓고도 홍역의 아픔을 모른다면 다시 홍역을 치룰 준비를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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