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아저씨...
추석은 잘 쇠셨나요?..."
추석 전의 일이다. 마실출사을 다니면서 자주 보게된 오래된 아파트의 한 경비아저씨의 이마엔 땀이 마를 날 없었다. 거의 언제나 분리수거장 곁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오가며 '수고많으십니다'라고 말을 건넸지만, 그것 만으로 늘 부족해 보여 어느날 해가 뉘엿거리던 오후에 막거리 한 통을 대접해 드렸다. 고맙다며 인사를 한 그 분을 다음에 다시 만났을 땐 미안해 죽을 맛이었다.
나를 보자마자 그 경비아저씨는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다.
인사를 받고 싶었다면 막걸리 한 통이었겠는가.
그 다음부터는 경비아저씨가 안 보이는 곳을 돌아 다녔다.
그리고 추석을 앞 둔 어느날, 다시 그 자리를 방문 하면서 가슴이 뭉클해 왔다. 분리수거장 곁에 잠시 주차(?)해둔 리어카 앞 자리에 땀에 흠뻑 젖은 수건이 놓여있었던 것. 경비아저씨가 잠시 쉬는 시간이었다. 하루종일 땡볕 아래서 치워도 치워도 표시도 잘 안 나는 자기의 소임을 다 하고 있었던 것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결코 아무나 할 수 없는 직업. 내게 '경비아저씨'란 직책은 그렇게 인식되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경비아저씨는 대개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이 많고, 동작이 굼뜨는 분들이 적지않았다. 그러나 아무도 안 보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는 분...그분은 자기 일터가 분리수거장이었다. 누군가 버린 조화 조차 아름답게 볼 수 있는 시선이란, 반드시 직업 때문이 아니라 이웃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 때문이 아닐까...아무튼 경비아저씨,추석은 잘 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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