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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온 山들/늘 그리운 淸溪山

청계산에 밀뱀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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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산에 밀뱀이 산다
-나뭇가지로 변신한 밀뱀의 능청-



"녀석은 
얼마나 가슴을 조렸을까?..."

누군가 얼핏 보면 나뭇가지처럼 여길 수 있는 한 장면이 눈 앞에 펼쳐졌다. 밀뱀으로 여겨지는 배암 한 마리가 나무덤불 위에서 꼼짝달싹도 하지않은 채 카메라와 눈을 맞추고 있는 모습. 녀석은 방금 등산로 곁에서 스스륵 자취를 감춘 후 능청맞게도 나뭇가지처럼 변신한 것. 녀석의 코 앞 대략 30cm  앞까지 카메라를 들이밀었지만 모른척 했다.




녀석을 발견한 건 아주 짧은 순간이었으므로 숲 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영상에 담을 수 있었다. 이후 덤불을 헤치고 녀석의 존재를 확인해 본 것이다. 아마도 녀석의 가슴은 콩닥콩닥 뛰고 있었을 것. 녀석이 살아가고 있었던 장소는 청계산 청계골 상류지역이었다. 청계산에 밀뱀이 살고 있었던 것. 필자가 좋아하는 청계골의 여름끝자락은 이런 모습들이다.


청계산에 밀뱀이 산다


청계산의 정상 매봉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는 원터골로부터 옛골 등 수 많은 진입로가 있다. 그 길 대부분은 여러 번 정도 이상 섭렵해 본 곳. 그중에서도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코스는 인적이 드문 청계골이다. 청계골 하류 지역 오솔길로 들어서면 맨처음 만나게 되는 풍경. 서울 지역에 비가 몇 차례 내린 후 수량이 불어난 골짜기는 여느 명산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물은 맑고 차다.



청계골에 발을 들여놓은 지 채 몇 분도 지나지 않아 옥수를 만나게 된다.
서울 근교에 이런 명소가 있다는 건 축복이다.




골짜기를 따라 걷다 보면 냉기가 온몸을 휘감는다. 

아침햇살에 비친 녹색의 실루엣은 천국으로 가는 길을 닮았다.

기분좋은 산행은 이렇게 시작되는 것.




사람들은 주로 많이 다니는 등산로를 택하지만

우리는 물소리가 졸졸 거리고 냉기가 충만한 이 골짜기를 너무 사랑했다.




요즘 이 골짜기는 물봉선이 한창이다.

도시에서 자취를 감춘(?) 사마귀 한 마리가 물봉선에 홀딱 반한 곳.(그럴 리가...^^)




몇 해전인가 이곳에서 커다란 능구렁이 한 마리를 발견한 적도 있었다.

녀석은 오솔길을 건너 숲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그게 청계산에서 배암을 발견한 최초의 일이었다.


관련 포스트에서 언급한 사실이지만 

나는 배암을 무척 싫어했다.

어릴 때 주변에서 너무 흔했던 배암들은 발견 즉시 죽음을 당하기도 했다.

아이들이 너무 무서워한 나머지 돌로 쳐 죽인 것.





무엇 보다 배암의 꿈틀거림과 혀를 날름거리는 모습 등 생김새는

바이블이 만들어낸 원죄 이상의 징그러운 느낌을 주고 있었던 것.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세상을 살아가는 횟수가 늘어나면 늘수록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생물들의 생명이 귀해 보이는 것.

특히 자주 다니던 산 속에 다양한 생물들이 분포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얼마나 행복한 지 모를 일이었다.

이날 청계골에서 처음으로 다람쥐를 발견하기도 했다.

(커다란 바위 위에 엉덩이만 노출(?) 시킨 게 다람쥐...^^)




청계산 대부분의 등산로는 잘자란 나무들로 그늘을 만들고 있지만 
청계골은 길마재까지 갈동안 대부분의 지역이 
덮힌 천혜의 냉방장치나 다름없는 곳이다. 
상류까지 물소리를 들으며 사색할 수 있는 참 조용한 곳.



아침햇살에 비친 달개비꽃이 

두 팔을 벌려 춤을 추는 곳.




청계골 골짜기를 따라 걷다보면 

10분도 채 안되는 위치에 나무다리 하나가 보인다.

정상적인 코스로 왔다면 

저 다리 위를 걷고 있었을 것.





우리는 이 다리를 <메디슨카운티의 다리>로 부르고 있었다.

이 골짜기에 들어서기만 하면 

기분좋은 추억이 생길 듯한 곳.

숲 속으로 한줄기 빛이 쏟아진다.




여름끝자락 청계골은 

물봉선을 만나지 못하면 억울해 할 정도랄까.

등산로를 따라 시선을 골짜기에 두면 

평범한 풍경도 왜 그렇게 귀해 보이는 지...




박새 한 마리의 출현에도 

셔터가 절로 터진다.



참 아름다운 광경이다.

이 골짜기에 녀석이 없었다면 

또 얼마나 황량했을까.




세상 사람들이 저 새들처럼 살아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참사를 외면하는 권력도 필요없고

그 비싼 아파트를 분양 받고 가계빚 때문에 허리가 휘청거리지 않아도 될 터이고

청춘 대부분의 시간을 입시 공부에 매달리며 

대기업에 입사 못해 안달을 부리지 않아도 될 것.

그저 산이 내 준 것만으로 만족하며 사는 생물...





달라이라마는 그 때문에 인간의 가장 어리석은 짓을 행복론을 통해서 설파했던가.

행복하기 위해 불행을 자초한 인간들의 삶이 새 한 마리로부터 비쳐진다.

어느덧 밀뱀이 출현한 장소 근처에 도착했다.

그림의 좌측은 물이 졸졸 거리는 골짜기...





발 아래는 지천에 널린 물봉선이 

영롱한 이슬을 머금고 있다.




청계골에 들어선 지 대략 40분정도의 시간이 흐른 곳.

그 곳은 골짜기의 물소리가 잦아드는 청계골 상류 지역 

물봉선이 흐드러지게 핀 곳이었다.

그곳에서 밀뱀과 조우하게 된 것.




녀석은 이방인의 출현에도 불구하고 

체념한 듯 나뭇가지로 위장하고 있었다.




숲 덤불이 어두워 카메라의 ISO를 조절하고 있는동안에도 녀석은 꿈쩍도 하지않았다.

조금전 숲 덤불 속으로 사라질 때 모습과 전혀 다른 모습.

녀석은 자기가 노출된줄도 모른다고 생각했을까.




녀석의 바로 코 앞까지 진출해 카메라를 들이댓는 데도 

녀석은 나뭇가지처럼 변신하며 능청(?)맞게 굴고 있었다.





녀석이 살아가고 있었던 골짜기에 

팥배가 수두룩하게 떨어져 달콤한 향기가 코를 찌르고

산중턱엔 어느덧 가을냄새가 물씬 풍긴다.

녀석은 곧 겨울잠을 청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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