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수가!..."
지난 5일 매미의 우화현장을 다녀온 이후 매미의 생태환경이 어떤지 다시금(9일) 현장 부근을 관찰했다. 희한한 일이었다. 매미의 생태에 관해 관심을 가지는 순간부터 지천에 널린 게 매미들이 벗어놓은 우화 모습이었다. 녀석들은 거추장 스러웠을 과거의 흔적을 도시의 한 지역에 벗어던지고 여름 한 철을 나고 있었던 것.
그런데 먼저 들른 우화현장 근처의 지하철 정류소를 걸어나오다가 발견한 매미의 우화 모습은 기상천외했다. 매미는 보도 옆에서 가느다란 풀 줄기 끄트머리에 의지하여 땅바닥을 응시한 채 우화를 한 것이다. 신기했다. 그로부터 자세히 관찰해 본 우화현장에서는 매미들의 우화 모습이 천편일률적이 아니라, 각자가 처한 환경에서 처지에 가장 적합한 우화 도구를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전편 <매미의 우화현장을 가다-1부 매미,도시의 여름을 지배하는 자>에서 잠시 소개해 드린 바, 매미는 유충상태로 약 3년에서 7년동안 유충 상태로 지내는 데 미국의 어떤 매미는 17년동안 유충상태로 지낸다고 한다. 그래서 녀석의 별명은 17년매미라고 부를 정도다. 매미는 대략 7월쯤이면 물 속 혹은 하수구 등지에서 뭍으로 올라와 우화를 하는 데 우화를 하고 3~5일뒤부터 짝짓기를 위해 열심히 울어댄단다.
그게 한여름밤 혹은 한 낮의 숲 속을 시끄럽게 만드는 매미의 울음소리. 매미들은 그렇게 대략 한 달정도의 짧은 삶을 마감한단다. 한 달을 살기 위해 7년 내지 17년동안 열심히 유충으로 살아온 것.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매미들이 덜 억울해 할까...2부에서는 '기상천외한 매미의 우화현장'을 살펴보도록 한다. 아울러 3부에서는 '매미의 최후'를 다루게 될 것이다.
기상천외한 매미의 우화현장
관련 포스트(1부)에서 본 매미의 우화 과정은 주로 왕벚나무 서식지였고 몇 개의 예외가 있었다. 소나무와 은행나무를 우화도구로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매미가 즐겨(?)사용하는 우화도구는 반드시 그런 나무들이 전부가 아니었던 것이다. 대로변 보도에서 울타리를 향해 셔터를 누르고 있는 한 남자를 보는 눈이 등 뒤에서 느껴지기도 했다. (갸우뚱...뭘 하는 걸까.) 자세히 들여다 봐야 눈에 띄는 것.
매미들이 좋아하는 우화 현장
우화도구는 나무의 수종에 관계없이 대체로 비슷한 장소.
매미가 즐겨찾는 우화 장소는 상대적으로 빛이 밝은 곳이자 소음이 많은 지역이었다.
그러니까 매미의 우화 현장은 주로 대로변 혹은 이면도로의 가로등이 밝은 곳이자,
사람들의 발길과 자동차 소음들이 어우러진 곳이었다.
그런 환경에서 발견된 귀뚜라미를 닮은 녀석(이름을 모르겠다.ㅜ)은 매우 불리한 여건일 것 같기도 했다.
혼자 찌르륵 소리를 내 봤자 짝짓기는 허탕치기 일쑤일 것.ㅋ
그러나 매미들은 달랐다.
일단 울타리 근처에서 낡은 옷을 벗어 던지 직후부터
대로변의 자동차 소리 보다 더 크게 매암매암매암...매~하고 노래부르고 있는 것.
매미들은 대단히 큰소리로 목청껏(?-매미는 목청으로 우는 게 아닌 거 아시죠? ㅋ) 떠들어 댓다.
그러나 사람들은 매미 소리 따위엔 별 관심이 없었다.
그저 여름 한 철이면 나타났다가
소음만 일으키고 사라지는 곤충정도로 생각한 것일까.
기상천외한 매미의 우화 현장
이 장면은 매미의 우화 현장에서 만난 백미였다.
사진 몇 장과 영상을 얻기 위해 보도블럭에 엎드려 촬영한 사진들이다.
대략 30센티미터 남짓한 풀줄기 끄트머리에서
매미 한 마리는 영원을 꿈꾸고 있었을까.
보면 볼수록 신기했다.
누가 도시 한켠 아파트 울타리에서 자란 잡초를 거들떠 볼 것이며,
누가 그곳에서 매미가 우화할 것이라고 생각할까.
인간들은 바쁘게 산다.
인간들은 욕심이 많다.
인간들은 욕망이 넘친다.
그런데 매미 한 마리의 탄생 과정을 살피고 있노라니
거의 성자 수준아닌가.
평생을 단 한 벌의 옷에 의지해 살다가
어느날 한 달의 생애를 끝으로 우리 곁에서 사라지는 것.
아시시의 성프란체스코도 단벌의 옷으로 삶을 마감했다지...
뭐...그렇다고 매미더러 성자라고 할 수 없지만
녀석들의 우화 현장을 목격하고 있노라니 별 생각이 다 들었다.
곤충계와 영장류...
만물의 영장이라는 21세기의 인간들은
지구촌 곳곳을 오염시키고 황폐화 시키는 것도 모자라
동족과 이웃을 함부로 살상하는 무자비한 생물들.
사람사는 세상에서 '사람이 희망'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갈수록 강퍅해지고 난폭해지며 뻔뻔스럽고 사악해지며
절망의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
그게 문명사회라는 곳에선 이미 도가 지나쳐버지 오래다.
그에 비하면 매미나 동물들은 자연에 순응해 잘도 살아가고 있는 것. 녀석들이 우리 곁에서 안 보이거나 여름 한 철 늘 들어오던 소리를 못 듣게 된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생활환경이 많이 오염된 것으로 생각해야 옳았다. 매미의 생태사이클을 감안하면 매미가 많이 출몰하는 때(해)와 그렇지 못한 때가 있을 것. 녀석들의 번식이 왕성한 생태환경이라면 나무의 나이테처럼 넓은 폭의 생태환경을 유지할 것이다. 그땐 그만큼 우리가 살고있는 도시의 환경이 나아진 게 아닐까.
녀석이 세상에 태어나
마지막으로 사용한 탈의장(?)은
담쟁이 덩굴 한 닢...
말라 비틀어진
빈 가지 하나!...
어떤 녀석들은 자기의 마지막 삶을 위해 소나무 껍질을 타고 오르기도 했다.
또 어떤 녀석들은
마지막 여행을
친구들과 동행하는 모습들...
아파트단지 한 블록을 돌아 이번에는 아파트단지 안에서 대로변을 향해 관찰을 시작했다.
이때부터는 전혀 다른 양상의 우화 현장이 목격되기 시작했다.
어느날 매미들이 동시에 휴거(携擧, rapture)를 경험하는 종교의식을 치루었는 지
대로변 아파트단지 안쪽 풀숲에는 매미들이 벗어둔 옷들이 지천에 널려있었다.
왕벚나무도 은행나무도 소나무도 그 어떤 나무들도 아닌,
어디 몸을 기댈 곳만 있다면 옷을 훌러덩 벗는 우화도구로 사용한 흔적들.
녀석은 아카시 잎사귀에...
또 한 녀석은 씀바귀의 가느다란 잎사귀에 의지해
자기의 마지막 노래를 부를 꿈을 꾼 것이다.
그렇다고 매미 유충들이 전부 나지막한 이파리 혹은
높은 나무 줄기로 올라가 옷을 벗은 건 아니었다.
땅바닥에는 미처 높은 곳으로 오르지 못한 매미 유충들이
순교자세(?)로 우화를 한 흔적이 공동묘지의 무덤처럼 군데군데 빼곡했다.
매미계에서도 카스트 제도 내지 사회적 계급이 존재하는 지
어떤 녀석들의 우화 현장은 보다 '럭셔리'했다.
우아한 나뭇가지 하나를 붙들고 과거를 벗어던진 것.
녀석은 꽤 높은 곳까지 기어올라 옷을 벗었다.
우화 과정의 결과물은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 데
이들은 경쟁적으로 높은 곳으로 올라간 듯한 고행(?)의 흔적들...
매미들은 취미도 달랐다.
어떤 녀석들은 무조건(?) 높은 곳으로 기어올라갔지만
이녀석들은 왕벚나무 이파리 하나씩 분양을 받은 듯한 모습들.
오른쪽이 대로에 면한 아파트단지의 울타리며
이곳은 매미 소리가 진동을 하는 곳.
차소리가 매미소리에 묻힐 정도였다.
매미 유충들이 이파리를 분양(?) 받는 방법도 다양했다.
녀석들은 벌레먹은 허름한 이파리 한 개에 의지해 우화를 단행했다.
그러나 가장 우아한(?) 우화 현장은 오후 햇살이 가득한 곳.
왕벚나무 줄기 높은 곳으로 이동한 매미 유충들이었다.
그리고 일반의 예상을 깨뜨릴
서민(?) 유충들의 기상천외한 우화가
나지막한 풀숲에서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경이로운 모습이었다.
풀잎을 지붕삼은 우화 현장.
두 녀석은 이웃이었다.
또 한 녀석은 아슬이슬하게
풀잎 끄트머리에서 우화를 한 대담한 녀석이다.
그런 반면 보다 소심한 녀석은 나지막한 곳에서 우화를 했다.
맨 땅바닥 보다 조금은 더 나아 보이는 우화 현장.
한녀석은 왕따(?) 유충이었을까.
무리와 조금 떨어진 곳에서 우화를 한 녀석도 눈에 띄었다.
그러나 적지않은 매미 유충들은 무리를 지어
주로 한 곳에서 우화 의식을 치르고 있었던 것.
매미의 우화 현장을 돌아서는 길에 만난 몇 녀석들은
측백나뭇잎에 대롱대롱 매달린 채 우화를 한 흔적이 남았다.
매미들의 주요 우화 현장은 대로변이자 소음이 큰 지역이고 산기슭과 가까운 지역이었다.
그곳은 밤이면 가로등불과 자동차 전조등이 즐비한 밝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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