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이 잊고 살던 풍경
-전철 속에서 바라본 무지개 신기해-
"서울에서
무지개를
볼 수 있다니!..."
지난 7월 31일 오후 7시경, 3호선 전철은 약수역에서 한강을 건너고 있었다. 이날따라 사람들이 붐벼 입석으로 서서 가던 중 멀리 창밖으로 큼지막한 무지개가 걸린 게 보였다. 사람들은 무지개 따위엔 관심이 없는 듯 모두 고개를 아래로 떨구고 스마트폰의 앱에 열광하거나 어디론가 카톡을 날리고 있는 모습들. 도시인들에게 무지개는 낮선 존재란 말인가. 슬며시 카메라를 꺼내 창 밖을 주시하자 앞 좌석에 앉은 한 새댁이 '뭔가' 궁금해 한다.
"아저씨 뭐 찍으세효?..."
"조~기 창밖 너머로 무지개가 떳어요. 무지개...ㅎ"
아랫배가 볼록한 새댁이 고개를 돌려 바라본 곳. 서울숲 너머 아차산 꼭대기에 큼지막한 무지개가 걸린 것이다. 사람들의 틈바구니 속을 헤집고 겨우 작은 공간을 하나 찾아 셔터를 몇 번 눌렀다. 다리 난간 몇 개가 무지개를 가려 서너 컷 후에 두 컷의 무지개 사진을 얻을 수 있었다. 전철 유리창이 좀 더 깨끗했다면 보다 선명한 무지개를 얻을 수 있었을 텐데...
"(아저씨)신기해요.
서울에서 무지개를 볼 수 있다니...^^ "
그제서야 몇 사람이 창밖의 무지개를 바라봤다. 그러나 그분들의 표정을 보니 '신기하긴 뭐가 신기해?'라고 반문하는 것 같다. 그리고 다시 눈을 아래로 깔고 스마트폰에 열중하는 사람들. 무지개는 도시인이 잊고살던 풍경이거나 잃어버린 풍경일까. 비온 후에 생기는 자연의 한 현상이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던 시대는 점점 더 우리로부터 멀어지는 것 같다. 어릴 적 무지개를 쫓아 앞동산까지 달음박질한 시간이 엊그제 같은 데 사람들의 관심은 딴 데 가 있는 것. 사람들이 고개 숙인 전철 속 곳곳에선 알 수 없는 소리가 난무한다.
"카톡!...까똑 까까똑 까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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