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보는 개포동 이야기
-민망했던 세차 풍경-
"민망했다.
그러나
이 장면 만큼은
(고발용으로)남겨둬야 했다."
자리에서 일어서기 전 스마트폰으로 몇 장의 사진을 남겼다. 사진은 어느 관광버스 운전기사가 아파트단지내에서 세차하는 풍경. 오래된 아파트단지의 어린이 놀이터 근처의 공터에 버스를 세워두고, 가까운 화장실에서 물을 길어 버스를 세차하는 모습이 낮설다 못해 민망했던 것. 누가 곁에 있거나 말거나 너무도 떳떳하게 세차하는 모습을 보아하니, 아파트단지내에서 상습적으로 세차를 해 왔던 것 같았다. 세차를 하고난 새까만 구정물이 금새 바닥으로 스며든다.
운전기사가 세차한 곳은 때가 많이 낀 바퀴 휠과 엔진룸이 있는 버스 뒷편 등. 금방 뺀질뺀질 윤기가 흘렀다. 세차도구도 훌륭하게(?) 갖추어져 있었다. 이때 자동차 한 대가 나타났다. 알고보니 운전기사의 아내. 트렁크가 열리면서 세차도구와 아이스박스를 쏟아냈다. 이곳은 세차전용 공간이란 말인가.
장의자에 앉아 잠시 숨죽이며(?) 지켜본 이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사회의 어두운 한 단면을 보고있는 것. 누가 보거나 말거나 아니 보는 사람이 더 민망하게 여길 정도로 공중도덕은 저만치 사라진 것. 이같은 일이 윗물부터 흐려지지 않았으면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버젓히 행해질 수 있을까.
"아저씨, 이런 데서 세차하면 안 되잖소."
속으로 이렇게 말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다. 그러나 그런 말이 씨알이나 먹힐까. 만약 그렇게 충고를 했더라면 시비를 자초하게 될 지도 모를 일이었다. 공중전화부스에서 시비를 걸다가 목숨을 잃은 사람도 있고, 층간소음 때문에 일어난 시비에서 조차 사람을 죽이는 세상. 수 백명이 이유를 알 수 없는 참사를 당해도 그 누구도 책임지지않는 세상에서, 한 운전기사를 향해 '공중도덕을 지킵시다'라고 말하면 돌아오는 말은 이랬을까.
"내가 사람을 죽였소?
누구 물건을 훔쳤소?!
그냥 세차 좀 했소!
하여 그게 무슨
큰 죄를 지은 것처럼 말해야 되겠소?..."
만약 그가 이렇게 대답을 했다면 "죄송합니다"라며 그냥 돌아섰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미안한줄도 모르고 민망한줄도 모르며 점점 더 뻔뻔스러운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우리사회는 어떻게 될까.
내가 꿈꾸는 그곳의Photo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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