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열사와 친일 독재자의 딸
-헤이그 정상회담으로 본 이준 열사와 박근혜-
2014년 3월 현재 대한민국과 세계인의 좌표는 어디쯤일까...
사흘 전, 남산을 다녀올 기회가 있어서 안중근 의사 기념관 앞을 얼쩡거렸습니다. 그곳에는 안 의사의 왼손 장인(掌印)이 찍인 논어의 한 귀절이 커다란 바위에 새겨져있었습니다. 우리가 무수히 학습한 그 내용은 "견리사의 견위수명(見利思義 見危授命)"...이익을 보거든 정의를 생각하고, 위태로움을 보거든 목숨을 주라는 뜻입니다. 주지하다시피 안 의사께선 1905년 조선을 사실상 일본의 식민지로 만든 을사늑약(조약)이 체결된 데 저항해, 독립운동에 투신하신 위대한 선조님 중 한 분이십니다.
당신께선 논어의 한 귀절을 인용해 장인을 찍었는 데 약지(넷째 손가락) 첫 마디가 없습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1909년 동지 11명과 죽음으로써 구국투쟁을 벌일 것을 맹세하며 동의단지회(同義斷指會)를 결성할 때 손가락을 끊었던 것입니다. 당시 그 모습을 연상하면 울컥해지며 눈시울이 절로 뜨거워집니다. 아울러 요즘 우리나라의 모습을 생각하면 너무 초라하고 부끄러워지기도 하고요.
우리는 우리의 정체성 하나 때문에 목숨을 걸고 침탈자 일본에 저항한 수 많은 독립운동가를 기억하고 있는 데 그 중에 한 분이 안중근 의사이며 윤봉길 의사, 만국평화회의가 열리던 네덜란드 헤이그에 밀사로 파견된 이준 열사 등입니다. 안 의사가 남긴 논어 한 귀절을 떠올리면 목숨 걸고 저항하신 분들의 구국충정이 절로 느껴집니다. 100년이 좀 더 지난 과거의 우리 선조님들의 모습입니다. 그렇다면 100년 여의 시간이 흐른 대한민국의 현재는 어떤 모습일까요...
필자가 남산을 방문한 비슷한 시기에 댓글정부에서는 한미일 3국의 정상회담을 발표했습니다. 정상회담은 이준 열사의 충정을 추억하게 만드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개최될 예정이었습니다. 어느날 뜬금없이 발표된 3국 정상회담의 주의제는 '핵안보'였습니다.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Nuclear Security Summit, 核安保頂上會議)를 헤이그에서 개최하게 된 것 때문에 자연스럽게 만나게 된 3국이지만 속내는 전혀 달라보입니다. 먼저 핵안보정상회의 의의를 살펴볼까요.
"핵안보정상회의는 미국과 중국 등 주요 핵무기 보유국과 원전 보유국이 참여하여 2년마다 열리는 국제 정상회의입니다. 2001년 미국에서 일어난 9.11 테러 이후 핵을 이용한 테러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증대되면서, 테러집단이 핵물질을 악용하지 못하도록 핵안보를 강화하는 문제를 세계 각국 정상들이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2009년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프라하 선언'에서 핵 테러를 국제안보에 대한 최대 위협으로 규정하며 핵물질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국제적인 노력을 전개할 계획임을 밝히고, 이러한 노력을 포함하여 궁극적인 '핵 없는 세상'을 구현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핵 문제와 관련한 최대 규모의 국제회의로 2010년 4월 워싱턴에서 제1차 핵안보정상회의가 개최되었다."
<출처: 브리테니커>
제2차 핵안보정상회의는 2012년 3월 26~27일 대한민국 서울에서 열린 바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주최국으로 선정된 이유는 세계적인 수준의 원자력 기술 보유국으로서 그 동안 비핵화 의지 등 NPT(Nuclear Nonproliferation Treaty 핵 확산 방지 조약) 규범을 성실히 준수하며, 민수용 원자력 이용을 활발히 추진해온 평화적 핵 이용 모범국이라는 점이 주요하게 작용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내 원자력 관리 실태를 참조하면 친미국가인 한국을 이용한 정치적 쇼에 지나지 않습니다.핵안보정상회의 의의를 참조하면 이 기구는 미국에 의한 미국의 이익을 위한 친미세력의 회의라 할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일어난 9.11테러는 인류의 참극에도 불구하고 음모론이 여전하고, 테러 배후로 지목된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으로부터 아무런 증거를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이라크는 미국의 이익을 위한 침략전쟁의 재물이란 게 이를 지켜보는 세계인들의 시선입니다. 초강대국에 의한 침탈사로 남은 게 핵안보장상회의 당사국 미국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로부터 대략 10 여 년의 세월이 흐른 후 이번에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통해 핵안보정상회의의 존재의미를 생각하게 됩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우크라이나는 과거 소련 시절의 핵무기를 이어 받아 세계 3위의 핵보유국이었습니다. 우크라이나가 주변 강대국으로부터 영토주권과 독립을 보장받은 건 세계 3위의 막강한 핵을 포기하는 것이었지요. 러시아도 이 약속에 참여했습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사태로 그 약속은 휴지조각으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구소련에서 독립하면서 확보했던 핵 탄두 1,900 개 등 세계 3위의 핵전력을 포기한 엄청난 대가를 치루게 된 것입니다. 만약 우크라이나가 핵탄두를 그대로 보유하고 있거나 소량이라도 보유하고 있었다면 러시아가 함부로 크림반도 점령 같은 침략행위를 할 수 있을까요. 미국이 911테러를 빌미로 이라크를 침공한 것과 별로 달라보이지 않습니다.
미국과 러시아의 침략전쟁의 공통분모는 핵탄두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아니 뗄래야 뗄 수 없는 절대적 요소입니다. 북한같은 약소국가들에게 핵탄두 포기를 말하면서 자기들은 여전히 핵탄두 보유를 통해 무장해제를 주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게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나타난 핵안보정상회의의 딜레마이자 모순입니다.
핵안보정상회의 의의에 따르면 핵무기 보유국과 원전 보유국은 핵탄두를 전부 폐기하거나 핵물질로부터 핵무기를 만드는 행위를 금지해야 합니다. 아울러 원전 자체를 폐기해야 마땅할 것입니다. 그러나 핵무기 또는 원전 보유 자체를 이유로 들어 친미세력은 용납되나 반미세력은 응징의 대상이라고 하면, 그 보다 더 위험한 일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그 모습은 즉각적으로 러시아로부터 나왔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다음 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게 외신의 모습입니다. 핵안보정상회의가 지닌 모순이 푸틴으로부터 발현된 것일까요.
맨 처음 게제된 사진은 1907년 7월 5일자 '만국평화회의보' 1면에 실린 헤이그 특사들의 모습(왼쪽부터 이준,이상설,이위종)입니다. 이분들은 <만국평화회의보>와 인터뷰를 통해 일제의 불법적 조선침략을 폭로했습니다. 일제에 의한 을사늑약의 체결로 한국은 외교권을 상실하여 자주 국가로서 국제적인 인정을 받지 못하게 된 데 대한 특사파견이었습니다. 네덜란드의 헤이그에서 26개국의 대표가 참석하는 제 2회 만국평화회의가 열리게 되자, 1906년 4월 고종은 전 의정부 참찬 이상설과 전 평리원 검사 이준을 이 회의에 파견하게 된 것입니다.
이준은 을사늑약의 불법성을 지적한 고종의 신임장과 러시아 황제에게 보내는 친서를 휴대하고, 1906년 4월 22일 서울을 출발했던 것입니다. 이준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이상설을 만나 러시아로 가서 이위종과 합류했는 데, 일행은 주한 러시아 공사를 지냈던 베베르(Veber, K. I.)를 통해 러시아 황제에게 친서를 전하고, 6월 25일 헤이그에 도착하게 됩니다.
그러나 특사파견은 뜻대로 되지 못했습니다. 일행이 회의 의장인 러시아 대표 넬리도프(nelidorf)를 만나 고종의 신임장을 제시하고 호소문을 전달한 다음, 한국 대표의 회의 참석과 을사조약의 파기를 의제에 포함시켜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일제의 반대로 회의 참석이 제지되고 만국 평화 회의 참석이 제지되는 참담함 앞에 놓이게 된 것이지요. 이때 분함을 참지 못하고 이준 열사께서 복부를 베어 자결을 시도한 사건이 헤이그에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100년 여의 세월이 지난 대한민국에서는 선조님들의 목숨을 건 투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제강점기 같은 상황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그 정도가 얼마 만큼인지 가늠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논어의 한 귀절을 인용한 "이익을 보거든 정의를 생각하고, 위태로움을 보거든 목숨을 주라"는 안중근 의사의 어록을 말하면 '어리석음의 대명사'처럼 여길 게 틀림없습니다.
한 푼이라도 더 챙겨서 '나 혼자만 잘 살면 그만일 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든 사회적 풍토에서, 더군다나 '위태로움을 보거든 목숨을 주라'고 말하면 제정신으로 한 말로 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아울러 이러한 현상은 나라의 정체성과 무관하지 않아서, 댓글사건 등으로부터 발생한 '댓통령의 권위'는 그 어떤 수사를 통해서도 믿으려 들지 않을 것입니다. 더군다나 국가기관이 개입한 부정선거의 수혜자는 우리 선조님들을 욕보인 일제와 밀접한 관계를 지녔던 유신독재자 박정희의 딸입니다.
독재자의 딸이 핵안보정상회의를 무색하게 만든 당사자 혹은 극우주의 부활을 외치는 아베신조와 정상회담을 한다는 건, 권력을 지키기 위한 수단 외 무엇이 더 있겠습니까. 우크라이나 사태를 통해 푸틴이 저지른 침탈전쟁의 배후에는 핵무기가 있고, 핵무기는 강대국을 만드는 조건이자 약소국을 유혹하는 자기방어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이익을 보거든 정의를 생각하고, 위태로움을 보거든 목숨을 주라는 한마디가 뼈에 사무치는 새벽입니다. 우리가 잊고 살거나 잃어버린 진정한 인류의 가치입니다.
당신께선 논어의 한 귀절을 인용해 장인을 찍었는 데 약지(넷째 손가락) 첫 마디가 없습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1909년 동지 11명과 죽음으로써 구국투쟁을 벌일 것을 맹세하며 동의단지회(同義斷指會)를 결성할 때 손가락을 끊었던 것입니다. 당시 그 모습을 연상하면 울컥해지며 눈시울이 절로 뜨거워집니다. 아울러 요즘 우리나라의 모습을 생각하면 너무 초라하고 부끄러워지기도 하고요.
우리는 우리의 정체성 하나 때문에 목숨을 걸고 침탈자 일본에 저항한 수 많은 독립운동가를 기억하고 있는 데 그 중에 한 분이 안중근 의사이며 윤봉길 의사, 만국평화회의가 열리던 네덜란드 헤이그에 밀사로 파견된 이준 열사 등입니다. 안 의사가 남긴 논어 한 귀절을 떠올리면 목숨 걸고 저항하신 분들의 구국충정이 절로 느껴집니다. 100년이 좀 더 지난 과거의 우리 선조님들의 모습입니다. 그렇다면 100년 여의 시간이 흐른 대한민국의 현재는 어떤 모습일까요...
필자가 남산을 방문한 비슷한 시기에 댓글정부에서는 한미일 3국의 정상회담을 발표했습니다. 정상회담은 이준 열사의 충정을 추억하게 만드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개최될 예정이었습니다. 어느날 뜬금없이 발표된 3국 정상회담의 주의제는 '핵안보'였습니다.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Nuclear Security Summit, 核安保頂上會議)를 헤이그에서 개최하게 된 것 때문에 자연스럽게 만나게 된 3국이지만 속내는 전혀 달라보입니다. 먼저 핵안보정상회의 의의를 살펴볼까요.
"핵안보정상회의는 미국과 중국 등 주요 핵무기 보유국과 원전 보유국이 참여하여 2년마다 열리는 국제 정상회의입니다. 2001년 미국에서 일어난 9.11 테러 이후 핵을 이용한 테러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증대되면서, 테러집단이 핵물질을 악용하지 못하도록 핵안보를 강화하는 문제를 세계 각국 정상들이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2009년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프라하 선언'에서 핵 테러를 국제안보에 대한 최대 위협으로 규정하며 핵물질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국제적인 노력을 전개할 계획임을 밝히고, 이러한 노력을 포함하여 궁극적인 '핵 없는 세상'을 구현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핵 문제와 관련한 최대 규모의 국제회의로 2010년 4월 워싱턴에서 제1차 핵안보정상회의가 개최되었다."
<출처: 브리테니커>
제2차 핵안보정상회의는 2012년 3월 26~27일 대한민국 서울에서 열린 바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주최국으로 선정된 이유는 세계적인 수준의 원자력 기술 보유국으로서 그 동안 비핵화 의지 등 NPT(Nuclear Nonproliferation Treaty 핵 확산 방지 조약) 규범을 성실히 준수하며, 민수용 원자력 이용을 활발히 추진해온 평화적 핵 이용 모범국이라는 점이 주요하게 작용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내 원자력 관리 실태를 참조하면 친미국가인 한국을 이용한 정치적 쇼에 지나지 않습니다.핵안보정상회의 의의를 참조하면 이 기구는 미국에 의한 미국의 이익을 위한 친미세력의 회의라 할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일어난 9.11테러는 인류의 참극에도 불구하고 음모론이 여전하고, 테러 배후로 지목된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으로부터 아무런 증거를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이라크는 미국의 이익을 위한 침략전쟁의 재물이란 게 이를 지켜보는 세계인들의 시선입니다. 초강대국에 의한 침탈사로 남은 게 핵안보장상회의 당사국 미국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로부터 대략 10 여 년의 세월이 흐른 후 이번에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통해 핵안보정상회의의 존재의미를 생각하게 됩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우크라이나는 과거 소련 시절의 핵무기를 이어 받아 세계 3위의 핵보유국이었습니다. 우크라이나가 주변 강대국으로부터 영토주권과 독립을 보장받은 건 세계 3위의 막강한 핵을 포기하는 것이었지요. 러시아도 이 약속에 참여했습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사태로 그 약속은 휴지조각으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구소련에서 독립하면서 확보했던 핵 탄두 1,900 개 등 세계 3위의 핵전력을 포기한 엄청난 대가를 치루게 된 것입니다. 만약 우크라이나가 핵탄두를 그대로 보유하고 있거나 소량이라도 보유하고 있었다면 러시아가 함부로 크림반도 점령 같은 침략행위를 할 수 있을까요. 미국이 911테러를 빌미로 이라크를 침공한 것과 별로 달라보이지 않습니다.
미국과 러시아의 침략전쟁의 공통분모는 핵탄두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아니 뗄래야 뗄 수 없는 절대적 요소입니다. 북한같은 약소국가들에게 핵탄두 포기를 말하면서 자기들은 여전히 핵탄두 보유를 통해 무장해제를 주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게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나타난 핵안보정상회의의 딜레마이자 모순입니다.
핵안보정상회의 의의에 따르면 핵무기 보유국과 원전 보유국은 핵탄두를 전부 폐기하거나 핵물질로부터 핵무기를 만드는 행위를 금지해야 합니다. 아울러 원전 자체를 폐기해야 마땅할 것입니다. 그러나 핵무기 또는 원전 보유 자체를 이유로 들어 친미세력은 용납되나 반미세력은 응징의 대상이라고 하면, 그 보다 더 위험한 일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그 모습은 즉각적으로 러시아로부터 나왔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다음 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게 외신의 모습입니다. 핵안보정상회의가 지닌 모순이 푸틴으로부터 발현된 것일까요.
맨 처음 게제된 사진은 1907년 7월 5일자 '만국평화회의보' 1면에 실린 헤이그 특사들의 모습(왼쪽부터 이준,이상설,이위종)입니다. 이분들은 <만국평화회의보>와 인터뷰를 통해 일제의 불법적 조선침략을 폭로했습니다. 일제에 의한 을사늑약의 체결로 한국은 외교권을 상실하여 자주 국가로서 국제적인 인정을 받지 못하게 된 데 대한 특사파견이었습니다. 네덜란드의 헤이그에서 26개국의 대표가 참석하는 제 2회 만국평화회의가 열리게 되자, 1906년 4월 고종은 전 의정부 참찬 이상설과 전 평리원 검사 이준을 이 회의에 파견하게 된 것입니다.
이준은 을사늑약의 불법성을 지적한 고종의 신임장과 러시아 황제에게 보내는 친서를 휴대하고, 1906년 4월 22일 서울을 출발했던 것입니다. 이준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이상설을 만나 러시아로 가서 이위종과 합류했는 데, 일행은 주한 러시아 공사를 지냈던 베베르(Veber, K. I.)를 통해 러시아 황제에게 친서를 전하고, 6월 25일 헤이그에 도착하게 됩니다.
그러나 특사파견은 뜻대로 되지 못했습니다. 일행이 회의 의장인 러시아 대표 넬리도프(nelidorf)를 만나 고종의 신임장을 제시하고 호소문을 전달한 다음, 한국 대표의 회의 참석과 을사조약의 파기를 의제에 포함시켜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일제의 반대로 회의 참석이 제지되고 만국 평화 회의 참석이 제지되는 참담함 앞에 놓이게 된 것이지요. 이때 분함을 참지 못하고 이준 열사께서 복부를 베어 자결을 시도한 사건이 헤이그에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100년 여의 세월이 지난 대한민국에서는 선조님들의 목숨을 건 투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제강점기 같은 상황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그 정도가 얼마 만큼인지 가늠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논어의 한 귀절을 인용한 "이익을 보거든 정의를 생각하고, 위태로움을 보거든 목숨을 주라"는 안중근 의사의 어록을 말하면 '어리석음의 대명사'처럼 여길 게 틀림없습니다.
한 푼이라도 더 챙겨서 '나 혼자만 잘 살면 그만일 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든 사회적 풍토에서, 더군다나 '위태로움을 보거든 목숨을 주라'고 말하면 제정신으로 한 말로 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아울러 이러한 현상은 나라의 정체성과 무관하지 않아서, 댓글사건 등으로부터 발생한 '댓통령의 권위'는 그 어떤 수사를 통해서도 믿으려 들지 않을 것입니다. 더군다나 국가기관이 개입한 부정선거의 수혜자는 우리 선조님들을 욕보인 일제와 밀접한 관계를 지녔던 유신독재자 박정희의 딸입니다.
독재자의 딸이 핵안보정상회의를 무색하게 만든 당사자 혹은 극우주의 부활을 외치는 아베신조와 정상회담을 한다는 건, 권력을 지키기 위한 수단 외 무엇이 더 있겠습니까. 우크라이나 사태를 통해 푸틴이 저지른 침탈전쟁의 배후에는 핵무기가 있고, 핵무기는 강대국을 만드는 조건이자 약소국을 유혹하는 자기방어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이익을 보거든 정의를 생각하고, 위태로움을 보거든 목숨을 주라는 한마디가 뼈에 사무치는 새벽입니다. 우리가 잊고 살거나 잃어버린 진정한 인류의 가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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