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가길로 떠나는 힐링여행
칠흑같이 어두운 밤 성웅 이순신 장군께선 어떤 생각을 하고 계셨을까.
그러나 필자의 갯가길 체험은 11구간의 안굴전-진모로 이어지는 코스를 답사했다. 여수 갯가길의 제1코스는 23km에 이르고 12개 구간으로 조성되어 있었다.(관련 포스트 참조) 그리고 지난 21일 여수의 화려한 밤바다를 수놓고 있는 '밤바다코스'가 추가로 개장됐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었다.
여수의 아름다운 밤바다를 둘러보기 전 필자는 진남관 앞 이순신광장에서 일행을 기다리며 광장에 세워둔 기념비를 둘러보고 있었다.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의 일부분을 기록해 둔 기념비에는 눈에 띄는 글이 발견됐다. 내용을 천천히 음미해 보니 위대한 시민과 자랑스러운 국가가 저절로 만들어 지는 게 아니란 걸 새삼스럽게 느끼게 된다. 갯가길 투어가 준 선물이기도 해 잠시 기념하고 넘어가기로 한다.
-갑오년(1594년) 1월 12일(신묘) 맑음
아침을 먹은 뒤에 어머니께 돌아가겠다고 인사를 드리니
"잘 가서 나라의 치욕을 속히 씻어라." 하고
몇 번이고 타이르셨지만 헤어짐에 대해서는
조금도 슬퍼하지 않으셨다.
이순신광장의 이순신 장군 동상 바로 뒤에 위치한 여수진남관(麗水 鎭南館)의 행정구역은 '전남 여수시 동문로 11 (군자동)'이다. 여수진남관은 1598년(선조 31) 전라좌수영 객사로 건립한 건물로서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승리로 이끈 수군 중심기지로서의 역사성과 1718년(숙종 44) 전라좌수사 이제면(李濟冕)이 중창한 당시의 면모를 간직하고 있으며, 건물규모가 정면 15칸, 측면 5칸, 건물면적 240평으로 현존하는 지방관아 건물로서는 최대 규모로 알려지고 있다.
진남관의 평면은 68개의 기둥으로 구성되었는데 동.서측 각각 2번째 협칸의 전면 내진주를 이주(移柱)하여 내진주 앞쪽에 고주(高柱)로 처리하였다. 이 고주는 곧바로 종보를 받치고 있고 대량은 맞보로 고주에 결구하여 그 위에 퇴보를 걸었다. 전후면의 내진주와 외진주 사이에는 간단한 형태의 퇴량을 결구하였고 측면 어칸에는 2개의 충량을 두어 그 머리는 내부 대량위로 빠져나와 용두로 마감되었다.
기둥은 민흘림 수법을 보여주고 있으며, 그 위에 짜여진 포작은 외부로는 출목 첨차가 있는 2출목의 다포계 수법을 보이고, 내부에서는 출목첨차를 생략하고 살미로만 중첩되게 짜서 익공계 포작수법을 보여주고 있다. 외부출목에 사용된 첨차에는 화려한 연봉 등의 장식을 가미하였고 특히 정면 어칸 기둥과 우주에는 용머리 장식의 익초공을 사용하였다.
각 주칸에는 1구씩의 화려한 화반을 배열하여 건물의 입면공간을 살려주고 있으며, 내.외부 및 각 부재에는 당시의 단청문양도 대부분 잘 남아 있다. 또한 건물 내부공간을 크게 하기 위하여 건물 양측의 기둥인 고주(高柱)를 뒤로 옮기는 수법을 사용하여 공간의 효율성을 살리고, 가구는 간결하면서도 건실한 부재를 사용하여 건물의 웅장함을 더해주고 있다. 건물의 양측면에는 2개의 충량(측면보)을 걸어 매우 안정된 기법을 구사하고 있는 등 18세기초에 건립된 건물이지만, 당시의 역사적 의의와 함께 학술적, 예술적 가치가 뛰어나다며 <문화재청>이 소개하고 있었다.
너무 자주 봐 왔고 익숙했던 때문인지 이순신 장군과 거북선을 까마득히 잊고 산 것이다. 여수는 거북선의 고향이었다. 우두리항에는 어둠이 깔리고 있었다. 곧 여수 밤바다를 구경하게 될 텐데 한 소시민의 가슴에서 메아리처럼 회자되는 게 이순신 장군의 모친이 타일러 주신 말씀과 거북선이었다.
"잘 가서 나라의 치욕을 속히 씻어라."
차가운 바닷바람이 살랑거리는 여수의 밤바다는 도시인의 가슴을 알록달록 하게 만들었다.
해질녘 서울에서 아파트 창을 열면 닭장 속에서 쏟아지는 듯한 불빛이었건만...
"흠...멋졌뿌러!!..."
그게 여수 토박이가 본 여수 밤바다의 '황홀한 매력'을 일컫는 일성이었다. (어둠 속에 황금빛으로 빛나는 게 진남관의 야경이다.)
그런데 필자는 작은 언덕 위의 뷰포인트를 돌아오면서 여수 밤바다의 매력이 어디에 있는 지 다시 생각할 시간을 가졌다.
우리가 맨 처음 뷰포인트로 이동할 당시 지나쳤던 작은 골목길이 너무도 정겨웠던 것.
바둑이가 멍멍 하고 짓던 그 작은 오솔길에는 여수 앞 바다에서 잡혔던 생선들이 은빛 은은한 달빛을 쇠고 있었다.
여수가 거북선의 고향이면서 사람들의 입맛을 잘 챙겨준 맛있고 풍족한 아름다운 항구라는 것.
그리고 거북선대교 아래에 도착해 우리에게 익숙한 하멜(표류기)의 이야기를 주고 받을 때 어떤 생각이 든 지 아시나...
거북선의 고향 여수가 이순신 장군 보다 하멜을 더 추억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묘했거든...
그런데 그 순간 거북선대교 밑으로 다가오는 한 척의 유람선 때문에 기분이 좋아진거야.
거북선대교 밑으로 돌진해 오는 여객선 한 척!...
그 순간 여수 밤바다가 황홀하게 내 가슴에 안기는 거 있지...
난 숨을 죽이며 거북선(을 닮은) 유람선이 다가오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어!...
마치 이순신 장군께옵서 노량해전에 나설 때 같은 느낌이랄까.
여수 밤바다의 야경은 대도시의 불빛 보다 더 화려할 수는 없는 법이야.
네덜란드가 고향인 하멜은 일본의 나가사키로 항해하던 중 태풍을 만나 우여곡절 끝에 여수를 탈출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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