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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동판저수지의 오묘한 마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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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동판저수지의 만추
-동판저수지의 오묘한 마력에 빠져들다-



참 묘한 매력이자 마력을 갖춘 곳


꽤 오래 전의 일이다. 춘천의 소양댐 아래 콧구멍 다리에서 소양5교까지 천천히 걸어본 적 있다. 소양강은 이미 강의 기능을 상실한 채 수로 역할만 충실히 수행하고 있었지만 소양강 뚝방길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뚝방길은 비포장으로 흙길이었다. 흙길에는 작은 돌맹이들이 깔려있어서 걸을 때 마다 자갈자갈 거리며 기분좋은 소리를 냈다. 뚝방길에서 시선을 소양강으로 돌리면 흐름이 멈춘 강물 곁으로 버드나무 숲이 빼곡하고 철새들이 부지런히 먹이를 찾는 모습이 쉽게 눈에 띄었다.

소양강에 겨울이 찾아오면 소양댐에서 방류한 물이 물안개를 피우며 버드나무 숲을 하얀 얼음으로 뒤덮어 상고대를 연출하곤 했다. 머지않아 이곳은 명소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이 뚝방길 아래로 펼쳐지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사진을 좋아하는 동호인들에게 소문이 퍼지면서 소양강 상고대는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겨울이 되면 카메라를 어께에 맨 사람들이 줄을 지었다.




참 기분좋은 일이 소양강을 낀 춘천의 윗샘밭과 아랫샘밭에 걸쳐 일어난 것이다. 소양강의 명성은 '소양강 처녀'처럼 전설로 남았지만 상고대로 인해 소양강이 재조명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그게 전부였다. 두 해 전 다시 방문해 본 소양강 뚝방길은 예전의 풍경이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비포장 흙길은 우레탄 포장으로 말끔히 새단장 되었고, 우려했던 가로등이 뚝방길 전체로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그 공사는 4대강 사업의 일환이라고 했다. 소양강 곁으로 자전거 길을 만들어 둔 것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필자가 방문 한 날에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한 명도 안 보였다. 그 이후로 두 번 다시 소양강 뚝방길을 찾을 이유가 없었다. 




어쩌면 그곳에 살고있는 사람들은 그런 풍경을 통해 '발전'이라는 수식어를 붙일지 모르겠다. 딴 곳은 다 개발하는 데 개발이 안 된 곳을 '낙후된 곳'이라 생각할 수도 있는 것. 우리네 토목문화는 잘 한다고 하는 게 늘 그 모양이다. 가만히 놔 두면 더 좋을 것을 손을 대는 순간 자연이 부자연스럽게 변하는 것이다. 비경을 간직한 창원의 동판저수지를 보면서 걱정스러운 마음이 앞서서 소양강 뚝방길의 개발 문제를 언급했다. 



눈부신 아침나절, 눈 앞에 펼쳐진 동판저수지는 묘한 매력과 마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그저 바라보는 것 만으로 힐링을 경험하는 것. 온 몸에 덕지덕지 두른 혼탁한 마음들이 한순간 저수지 속 왕버들 숲으로 빠져드는 것이다. 우리가 잘 아는 영국의 (여류)소설가 버지니아 울프는 자기의 생애 마지막 날 오즈 강으로 사라져 죽음을 맞이했다. 당신을 괴롭힌 정신질환을 견디지 못한 것. 

  



주지하다시피 그녀는 어릴 때 의붓오빠로부터 행해진 성적학대의 기억을 끝내 털어버리지 못한 채 평생동안 나쁜 기억을 간직하고 살다가 유서를 남기고 강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역사는 '만약'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러나 버지니아 울프가 살고있던 동네 근처에 동판저수지 같은 비경이 있었다면 사정이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 


자기 자신을 죽이고 싶도록 미운 생각 조차 단박에 내려놓게 만드는 아름다운 세상이 곁에 있었다면, 버지니아 울프가 페미니즘의 대모라는 수식어는 사라졌을지도 모르겠다는 다소 엉뚱한 생각. 우리는 누구나 크고 작은 상처 하나쯤 가슴에 품고 살 텐데 그 상처를 치유해 줄 수 있는 건 약물이 아니라 자연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그 눈부시게 아름다운 풍경이 어느 가을 아침나절 내 앞에 펼져지고 있는 것이다. 그 현장을 느긋하게 감상해 보시기 바란다. 



동판저수지의 오묘한 마력에 빠져들다































창원의 동판저수지는 주남저수지의 명성에 가려 일반에 널리 알려지지 못한 저수지였다. 산남저수지와 함께 주남저수지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지만 널리 알려지지 않은 명소. 그러나 그게 오히려 약이 된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들기도 했다. 서두에 언급했지만 적지않은 명소들이 유명세를 떨치는 즉시 개발의 손길이 미친다.

그러나 동판저수지는 달랐다. 비포장 뚝방길 곁에는 코스모스가 줄지어 피어있고 억새가 아침햇살에 눈부실 정도. 뚝방길 아래 저수지에는 왕버들과 수초들이 조용히 아침을 맞이하는 가운데, 정중동을 일깨우는 철새들이 무리지어 비행하는 모습은 동판저수지만의 자랑이 아닌가 싶다. 한순간 세상이 진공상태로 변해버린 듯한 곳. 사람들은 이런 풍경을 태고적 비경이라 했던가. 부디 동판저수지의 원형이 잘 보존되기를 바란다. **관련 포스트  창원 동판저수지에서 만난 오래된 추억 / 창원 동판저수지의 오묘한 마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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