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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갤러리/도시락-都市樂

솔향기와 함께 춤을 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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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향기와 함께 춤을 추다
-木神의 生氣에 빠져들다-



사람을 이렇듯 기분좋게 만드는 나무가 또 있을까...


보면 볼수록 기분좋게 빠져드는 '솔 숲의 풍경'은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었다. 필연이란 숙명같은 것이겠지만 따지고 보면 늘 자기와 가장 가까운 장소나 시간 곁에서 뭉기적 거리다가 어느날 발길에 차인 것과 별로 다르지 않다. 어쩌다 먼 여행길에 만난 악연같은 우연과 생김새 조차 다른 것. 필연은 비켜갈 수 없는 운명과 다름없으므로, 거부하기 보다 온 몸으로 받아들이는 게 더 중요한 것. 그게 사람을 나락에 빠뜨리는 악연이라 할지라도, 즐거움으로 받아들이면 행복한 인연으로 변하는 게 세상의 이치였다. 지천명의 세월을 지내다 보면 절로 깨닫는 자연의 법칙.

9월 어느날, 솔향기 날리는 산기슭 작은 언덕 위의 두 그루 소나무 밑에서 살랑거리는 바람에 땀을 식히다가 흠칫 놀라고 있었다. 전에 몰랐던 뚜렸한 느낌이 땀에 젖은 어깨을 톡톡 두드리며 일깨우는 것. 그 곳을 올려다 보니 황톳빛으로 물든 적송의 메마른 껍질과 초록빛 솔잎이 손을 내밀었다. 춤을 추잔다. 족히 100년은 훌쩍 넘었을 아름드리 적송은 돌아가신 조모님와 비슷한 또래의 나이건만 손 내민 곳을 올려보고 있노라니 철갑을 두른 용맹한 장군상. 그 순간부터 목신이 이끄는 행복한 춤사위에 빠져들었다. 


솔향기와 함께 춤을
 
































































































...

유년기...하늘 끝까지 가지를 뻗은 소나무는 바라보기 조차 힘들었다. 전혀 나와 상관없는 거목이었을 뿐이다. 그런데 어느날 뒷동산의 비탈진 언덕 위에 뿌리를 내린 키작은 소나무는 달랐다. 어린이가 까치발로 손을 뻗으면 간당간당 솔방울까지 딸 수 있는 나무. 솔가지 속으로 손을 내밀면 매마른 껍질과 뾰죽한 솔잎이 앙탈 부리듯 가녀린 손등을 파고든다. 솔잎은 뽀숭한 잔털이 나 있는 이마에 이미 닿아있다. 솔방울을 따는 수고로운 손길 너머로 향긋한 솔향기가 진동했다. 

그때부터 솔은 제아무리 덩치가 커도 내 친구였다. 머리가 커져 바삐지내는동안 솔 곁에서 지내는 시간이 적어도, 가끔 솔만 생각하면 온 몸의 세포들이 파다닥 거렸다. 이틀 전 잊고 지내던 오래된 '솔의 추억'이 황톳빛 붉은 솔가지로부터 내게 전해졌다. 목신이 베푼 생기 넘치는 은혜가 아니고 또 뭐겠나. 무엇이든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관심을 가지면 세상은 춤으로 화답한다. 솔이 내게 전해준 정겹고 생기발랄한 전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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