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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는 세상에선 사람이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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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는 세상에선 사람이 먼저
-생태교통 마을,성공이 더 걱정됐다-



먹음직 스러운 해물파전에 깃든 이바구...


이틀 전 휴일 오후, 필자는 수원화성의 행궁동 일원에서 펼쳐지고 있는 생태교통 현장의 '차 없는 마을'을 아내와 직접 둘러보고 왔다. 정말 궁금했기 때문이다. 누구인가 '아내 없이 살 수 있어도 차 없인 못산다'고 했던가. 우리는 그동안 자동차와 뗄래야 뗄 수 없는 문화 속에서 살아왔다. 그런 자동차를 하루 이틀도 아니고 한 달 동안 자기 집으로부터 멀어져 있다면 여간 불편한 게 아닐것.

그런데 수원시와 행궁동 주민들은 차근차근 이 행사를 준비한 끝에, 이틀 전 (9월 1일) 그 역사적인 실험을 수원화성의 행궁동에서 세상에 펼쳐보이게 됐다. 행궁동 일원은 9월 한 달 동안 '차 없는 생태교통 마을'이 되는 것이다. 그 현장 모습을 몇 편으로 나누어 소개해 드린다.




서울에서 자동차를 타고 수원에 도착한 후 생태교통 마을 근처 수원천변에 주차해 두었다. 대중교통이 아니라 직접 자동차를 운전해 수원으로 이동한 건 꽤 오래된 일이다. 서울에서 전철을 타고 수원까지 가면 1시간 30분이면 족해 굳이 자가용을 탈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집 앞까지 전철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자동차를 작접 운전한 이유는 생태마을 근처의 주차상태를 경험해 보고 싶기도 했던 것. 

행궁동 일원 생태마을 바깥은 생각보다 복잡했다. 자동차를 주차할 공간만 있으면 여지없이 자동차가 주차되어 있었다. 골목길까지 빼곡하게 자동차가 주차되어 있었던 것.
수원시민은 물론 이 행사를 보기 위해 생태마을을 찾은 관광객들도 필자와 같은 생각이었을까. 생태교통 축제 첫날이 일요일이어서 쉬는 점포가 많았기 다행이었다.

필자는 (수원시가)장안문 바깥에 준비해 둔 주차장을 미리 알고 있었지만, 결국 생태마을과 가까운 화홍문 앞 수원천변의 어느 가게 앞에 자동차를 주차했다. 그곳은 귀가할 때 보다 편리한 장소였다. 자동차문화의 지독한 중독현상이 여지없이 드러난 것. 



**사진 촬영에 흔쾌히 응해주신 행궁동 사람들. 이분들은 '사진을 잘 찍어 달라'며 '차 없는 마을이 너무 좋다'고 했다. 곁으로 행사 준비중인 전기자동차가 이동중이다.

자가용을 가진 사람들의 심정이 이러하므로 생태마을 사람들의 기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수원시와 행궁동 일원의 시민들이 위대해 보이는 이유가 한 달 동안 겪을 불편을 감수해 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마을 사람들은 한 달 동안 친환경 미래형 이동수단 등으로 출퇴근을 하거나 장을 보러 가는 등 자동차 없는 마을에서 살아가야 한다. 그게 너무 궁금했던 것이다.한달 동안 자동차 없이 생활하기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던 것. 

그러나 그런 생각은 기우였다. 생태마을을 돌아보는 동안 '
한달 동안 자동차 없이 생활하기'는 별 무리없이 성공하겠다는 생각이 단박에 들었다. 오히려 수원시(시장 염태영)와 이클레이,유엔 하비탓이 세계최초로 주최하는 이 행사의 성공 이후가 더 걱정되기도 했다. 한달 동안 자동차 없이 생활하는 가운데 길들여진 새로운 문화가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게 된다면 얼마나 서운할까. 그 다음 생태마을 사람들과 수원시의 고민을 해 보게 된 것이다. 그 첫 번째 고민은 이러했다.





생태교통 마을로 발길을 옮긴 후 맨 먼저 눈에 띈 건 해물파전. 신기했다. 해물파전을 처음봐서 신기한 게 아니었다. 생태마을 뒷골목 한편에 마련된 음식점 손님들이 길바닥에 나와 파전과 막걸리를 즐기고 있는 것. 언뜻 보면 별 것 아닌 풍경 같지만 참 귀한 풍경이었다. 자동차가 사라진 도로는 넓직한 공간을 만들었고, 자동차가 사라진 도로에선 자동차 배기가스로 인한 불쾌감을 전혀 느낄 수 없게 된 것이다.

자동차 소음과 보행자의 안전을 지켜줄 생태마을의 장점이 한 눈에 쏙 들어오는 것. 만약 자동차가 이 길을 다닌다면 위생상 음식을 먹을 공간이 못되는 것.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지만 자동차가 없으니 마치 농촌의 풍경을 섞어둔 듯 편안해 보이기도 했다. 평범해 보이는 음식점이 유명 맛집이 될 수 있는 건 주변환경이 한 몫 거든 것이다. 행궁동 일원은 완전히 변해있었다.




수원화성의 '화서문 옛길'은 몰라볼 정도로 말끔하게 단장되어 있었다.




뿐만 아니었다. 생태교통 마을 시범지역으로 설정된 행궁동 일원의 원도심이 완전히 재정비 됐고, 생태마을은 세계최초의 지속가능한 '미래형 마을'의 롤모델로 탈바꿈 하면서 행궁동은 세상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마을사람들과 이곳을 찾은 시민과 관광객들이 뒤범벅이 된 하루의 표정은 주로 이랬다.




포스트에 등장한 풍경들은 화홍문 앞 수원천변에서 생태마을로 걸어들어 오면서 촬영한 사진들.
 



화서문 사거리에서 생태마을의 주 도로인 화서문로에 들어서자 자동차가 사라진 도로는 시골 장날 풍경을 그대로 옮겨둔 듯 정겨움이 가득하고 편안해 보였다. 아직은 생태교통 개막 행사가 시작되기도 전의 모습인데 새롭게 정비된 행궁동의 모습은 전혀 새로운 마을로 거듭나고 있었다.


 

그동안 마을을 어지럽게 만들었던 전봇대와 통신케이블은 전부 정리되어 지중매설 돼 시야가 편안해졌다. 또 도로변의 돌출된 간판은 새로운 디자인으로 깔끔하게 새단장을 마쳤다. 사람들의 표정을 살피니 마치 딴 마을로 새로 이사온 듯 설렘 가득한 표정. 생태마을을 여는 첫날은 볼거리로 넘쳐났다. 대도시에서 볼 수 없는 희한한 장면들이 곳곳에서 자연스럽게 연출되고 있었던 것.


  *행궁동에 사시는 모범택시 운전자들이 자전거를 타고 이동중이다. 행사기간 중 행궁동에는 '기사식당'이 무색하다. 그러나 행사 때문에 '손님이 더 늘었다'는 반가운 소식.

자동차가 사라지면 자동차로부터 얻게된 '편리'를 잃어버릴 수 있지만, 자동차가 만들어낸 공해는 물론 각종 사고와 비용 등을 모두 보상받게 된다. 문제는 한 달이 지난 후부터다. 비록 제한된 공간이지만 넓직한 공간에서 자동차 없이 아이들과 느리게 느리게 살다가 다시 이 거리를 자동차가 점유하게 되면 문제는 달라진다. 자동차가 없는 한 달 간의 달콤함과 불편함이 뒤섞이긴 하겠지만 달콤한 향수는 꽤 오래 지속될 것으로 생각되는 것. 

 

생태마을의 화서문로를 들어서면서 행사가 끝난 후 후속 조치가 자꾸만 자꾸만 오버랩 됐다.주지하다시피 수원 생태마을(Suwon EcoMobility Village)은 단지 원도심을 재정비 한 데 그치지 않고, 기후변화의 원인이 되는 온실가스와 환경오염물질의 배출저감과 에너지 소비의 절감 등을 생태교통(EcoMobility)을 통해 재연해 보이는 역사적인 장소다. 한 달 동안 행궁동 일원은 친환경 전기동력수단이나 자전거,수레와 같은 무동력 이동수단이 총동원 되는 것. 

이때 마을 사람들은 물론 관광차 들른 사람들이 미래형 마을의 장단점을 파악하게 될 것이다. 한달 동안 자동차 없이 생활하면서 나타난 현상들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숙제가 남는 것. 화서문로를 따라 행궁동 주민센터로 걸음을 옮기던 중 '생태마을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 무엇일까' 하는 고민은 계속 됐다. 당장 자동차를 버릴 수는 없다. 그렇다면 생태마을 사람들 소유의 자동차를 장기적으로 주차해 둘 공간은 없을까...


 *자전거시민학교 커피점 소속의 이 분은 사진촬영에 흔쾌히 동의해주신 분이다. 가던 길을 다시 돌아 화서문로 중앙으로 유턴해 오셨다. 생태마을에 오신 분들은 반드시 카메를 지참하는 게 좋다. 볼거리가 너무도 많은 곳이다. 그동안 자동차문화로 인해 잊고 살거나 잃어버렸던 안타깝고 아쉬운 장면들. 그게 가까운 미래에 우리 앞에 현실로 다가올 수 있는 풍경이란다. 9월에 꼭 가 봐야 할 국내여행지다.

예컨데 신도시나 서울의 고급 아파트단지의 지하 주차장이나 주차건물 같은 것. 물론 주민들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 행사의 중요성과 마을 사람들의 손익 등을 감안한다면, 수원화성과 행궁동 일원의 생태마을이 관광특구로 지정하여 지속적인 지원과 관심을 아끼지 않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도심 재정비 후 말끔히 단장된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과, 세계최초의 생태마을을 직접 보고 새로운 이동수단을 체험해 보는 건 일석이조 효과가 아닌가 싶은 것. 수원시와 행궁동 시민들의 자랑거리가 될 수 있다. 생태마을을 둘러보는 동안 눈에 자주띈 친환경 차세대 이동수단은 누구나 한 번쯤 타 보고 싶고, 한 번쯤 자동차 없는 마을을 걸어보고 싶은 충동이 당장 일어날 것으로 사료되는 것이다. 우리가 자동차로부터 빼앗긴 '느림의 미학'이 생태마을에서 뚜렷한 모습으로 펼쳐지고 각인되고 있었던 것. 사람 사는 세상에선 사람이 먼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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