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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TIAGO

노크는 남의 손으로


-창문 너머로 훔쳐본 밤의 플라멩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문을 두드린 것일까.


대문 한가운데  달아둔 노크 장식은 닳을대로 닳았다. 요즘처럼 초인종이 없을 때 노크장식은 매우 유용하게 쓰였을 것. 대문을 들어서면 높고 커다란 대문과 천정이 높은 집 안으로 노크소리가 크게 증폭된다. 우리가 묵고있는 민박집의 구조가 이 집(대문)의 구조와 같기 때문에 노크소리는 얼마든지 유추할 수 있는 것. 그런데 아직도 이들이 왜 이렇게 천정을 높게 지었는지 이해가 안 간다. 단층 구조가 2층 높이 정도되는 것. 건기(여름)엔 시원하지만 우기(겨울)에는 너무 춥다.

그런 구조의 오래된 건물들이 마포쵸강(Rio Mapocho) 옆 칠레대학교(법대)가 위치한 삐오노노 거리를 지나 산끄리스또발 공원입구로 이어지는 거리 옆으로 즐비하다. 우리가 묵고있는 같은 구조의 민박집도 100년이 넘은 집. 1541년 피사로의 부하 발디비아가 산티아고를 건설한 이후 
스페인이 남미땅에 남긴 흔적은 언어와 종교는 물론 문화까지 산티아고 곳곳에 그대로 남아있었다. 
 


"Noche Flamenca"
-밤의 플라멩까-
 




그 중 칠레의 산티아고는 '작은 스페인'이라고 부를 정도로 스페인 문화가 많이 남아있는 곳. 빠따고니아 투어를 시작할 때부터 끝나고 돌아올 때까지 주로 머물렀던 산티아고는 정이 들대로 들었다. 특히 산끄리스또발 언덕 아래 '봄베로누녜스 거리(Avenida Bombero Núñez)'는 아침 산책을 나설 때 마다 지나친 거리여서 마치 우리동네 같은 느낌이 든 곳 .  



이 거리에는 밤마다 유명한 플라멩까 공연이나 피아노 연주와 연극 등이 펼쳐진다. 이틀이 멀다하고 티비방송국 차량이 케이블을 어지럽게 늘어뜨려 놓는 곳이기도 한 곳. 밤길을 지나다 보면 플라멩까를 위한 톡톡 튀는 기타연주와 깊은 한숨이 섞인 우리네 창() 같은 노래소리는 물론, 무용수의 정열적인 춤까지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대략 우리돈 1만원(5천 뻬소)의 입장료를 지불하고 취향에 따라 음료와 와인을 따로 주문해 즐길 수 있으며 무용수에게 건네는 팁이 따른다.





참 이상했다. 이들은 밤마다 천정이 높은 카페에 모여 '짚시의 노래' 플라멩까를 즐기며 어둠 저편 깊숙한 곳으로 빠져드는 것.주말이면 새벽까지 무대가 이어진다. 대단한 열정들. 이들을 붙들어 둔 곳은 봄베로누녜스 거리의 허름해 보이지만 오래돼 운치와 기품이 흐르는 집. 장식이 단순한 높은 천정과 구운 벽돌과 흙을 발라 이중벽으로 쌓은 두터운 벽이 '밤의 플라멩까'와 기막히게 어우러진다. 그 오래된 카페 대문에 노크 장식이 달려있었다. 

어느날, 열린 창 너머로 들려오는 노래와 기타 연주 때문에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잠시 숨죽이며 플라멩까를 훔쳐(?) 봤다. 아무런 노크도 없이...^^
 


베스트 블로거기자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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