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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나와 우리덜

6.25 흔적,어머니께 보내는 편지


-실감나는 '태극기 휘날리며' 촬영지-



어머니께 보내는 편지
-이우근

어머니,
나는 사람을 죽였습니다.
수류탄이라는 무서운 살인 무기를 던져
일순간에 죽이고 말았습니다.

어머니, 적은 다리가 떨어져 나가고.
팔이 떨어져 나갔습니다.

아무리 적이지만 
그들도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더욱이 같은 피를 나눈 동족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하고 무겁습니다. 




어머니,
전쟁은 왜해야 하나요?

이 복잡하고 괴로운 심정을 
어머님께 알려 드려야
내 마음이 가라앉을 것 같습니다. 




저는 무서운 생각이 듭니다.
지금 내 옆에서는 수많은 학우들이
죽음을 기다리는 듯
적이 덤벼들 것을 기다리며
뜨거운 햇빛 아래 엎드려 있습니다. 




적병은 너무나 많습니다.
우리는 겨우 71명입니다.
이제 어떻게 될 것인지를 생각하면
무섭습니다. 




어제 저는 내복을 손수 빨아 입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청결한 내복을 빨아 입으며 
왜 수의(壽衣)를
생각해 냈는지 모릅니다.
죽은 사람에게 갈아 입히는
수의 말입니다. 




어머니,
어쩌면 제가 오늘 죽을지도 모릅니다.
저 많은 적들이
그냥 물러갈 것 같지는 않으니 말입니다. 




어머니,
죽음이 무서운 게 아니라
어머님도 형제들도 못만난다고 생각하니 
무서워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살아가겠습니다.
꼭 살아서 가겠습니다. 




어머니,
이제 겨우 마음이
안정이 되는군요. 
어머니,저는 꼭 살아서  
다시 어머님 곁으로 가겠습니다. 




상추쌈이 먹고 싶습니다.
찬 옹달샘에서 이가 시리도록
차가운 냉수를 한없이 들이키고 싶습니다. 




아! 놈들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어머니 안녕! 안녕!
아,안녕을 아닙니다.
다시 쓸 테니까요...그럼...




국군 제3사단 소속 이우근 학도병은 1950년 8월 10일 포항여중 앞 전투에서 숨졌다. 그의 군복 주머니에서 한 통의 편지가 발견되었다. 이우근 학도병의 간절한 바람 '어머니! 전쟁이 어서 끝나 어머니 품에 안기고 싶습니다.'은 끝내 이루어지지 못했다. 사진들은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촬영지 합천 영상테마파크의 촬영세트장 모습. 

이날 비가 내려 분위기는 더욱 가라앉았고 화약냄새(?)도 나지 않았다.그러나 정교하게 연출된 세트장은 엊그제 전쟁을 치른 듯 실감나는 모습이다. 그럴 리가 없지만 이 땅에서 다시 동족상잔의 전쟁이 일어난다면, 우리는 다시 이우근 학도병의 심정으로 편지를 써야될지도 모른다. 전쟁을 무서워하지 않는 사람들은 군대를 안 가 봤거나 전쟁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 우리가 경계해야 할 사람들이다. <자료출처: 매일신문.EBS>
 


베스트 블로거기자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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