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청보리 물결에 술렁이다
그래, 이곳이 내가 찾던 땅이야.
바람이 쉼 없이 불어댄 해질녁 우도의 청보리는 황금빛으로 넘실대고 있었다. 청보리를 질그릇에 담아 놓은 듯한 보리밭 한쪽 돌담 곁에서는 유채꽃과 무우꽃이 보석 처럼 점점이 박혀있었다. 한 폭의 그림으로 보기엔 너무도 황홀한 광경. 우도에 발을 디딘 후 처음 맞딱뜨린 풍경 앞에서 속으로 감탄만 하고 있었다. 세상에 이럴 수가!!...
우도가 이렇듯 완벽한 모습으로 보존되고 있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돌 하나, 바람 한 점, 수도 헤아릴 수 없는 풀꽃들...숙소에서 걸어서 몇 분 정도 밖에 안 되는 지근거리에서 만난 풍경들은 한 여행자의 삶을 통째로 바꿀 만한 매력과 마법을 동시에 갖추었다. 아니 우도에 살면 그 매력과 마법에 흠뻑 젖을 것만 같았다. 우도에 살고 싶었다.
우도에 가면 영화 속 전설이 된다
숙소 바로 곁에 위치한 마을 안쪽으로 가는 길...세상에 이런 길이 또 어디에 존재하는가.
그 곁에 황금빛 청보리밭이 바람에 넘실대고 있었다. 영화 속에서 만 볼 수 있을 것 같은 귀한 풍경.
그 보리밭에 서서 청보리와 함께 바람을 맞이했다.
청보리가 쉬쉬 하며 바람에 부대끼는 소리...
또 그 곁에는 삼다도의 전설을 통째로 간직한 돌담이 무우꽃을 벗 삼아 쉼을 얻는 곳.
바람은 그 모습이 대견 스러웠던지 우도를 쓰다듬듯 스쳐 지나간다.
그냥 스쳐 지나가는 게 아니었다.
우도 여인들의 숨비소리를 여과하지 않으면 탈이라도 날 것 같은 움직임.
지난 겨울부터 금년 봄까지 이 섬에 드리워진 암울한 기운 모두를 걷어가는 듯...
바람은 황금빛 청보리밭 위를 쉬쉬 거리며 지나갔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바람이 잠시 멈추면 그곳은 풀꽃의 천지. 천국으로 바뀐다.
세상 그 어디에서 이런 풍경을 만날 수 있을까. 5월의 우도는 보석이자 보석을 잉태한 보물섬이다.
그 보물들을 바람이 청보리밭에서 뭍으로 실어 나르고 있는 것.
황금빛으로 넘실대는 청보리밭 곁에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우도에 살으리랏다!!...
아직 우도 구석구석을 돌아보지 못했다.
그러나 세상을 살아오면서 체득한 지혜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우도의 여인들과 우도 사람들의 삶 전부를 지탱해 준 청보리밭과 돌담만 봐도 우도는 보물 그 자체.
나는 이런 위대한 작품을 곁에 두고 얼마나 먼 길을 돌아다녔던가...
세상에는 수 많은 창작품들이 존재한다.
그건 모두 인간들이 만든 작품들...
그러나 우도의 한 돌담 곁에 서면 인간의 작품이 아니라 신이 직접 만들어낸 창작품 처럼 여겨진다.
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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