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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 Chalten/El Chalten

피츠로이,죽기전에 꼭 한 번 가 봐야 할 명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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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땅 빠따고니아
-산악인 가슴에 불지른 바람의 땅 세로 피츠로이 -
 



바람의 땅으로 불리우는 빠따고니아의 엘챨텐은 어떤 매력을 지닌 곳일까.

지난해 빠따고니아 투어를 끝마치고 귀국한 이후, 우리는 산악인들에게 잘 알려진 종로5가의 'ㅊ 산방'에 들러 침낭 속에서 입고 잘 수 있는 보온용 파카를 구입했다. 설악산을 등반한 직후였다. 그곳은 전문산악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산악용 장비들도 눈에 띄었다. 무엇보다 이 가게의 주인은 우리나라의 전문 산악인들을 잘 아는 분이었다. 그는 산에 관한한 '박사'였으며 그를 모르는 사람들도 드물 정도였다. 산악인들이라면 가게 이름은 물론 주인을 잘 알고 있었다.

우리는 전문 산악인이 아니라 그 분에 대해 잘 몰랐지만, 아우님('한계령' 원작시자 '한사 정덕수' 선생)의 소개로 그 매장에 들러 사장님을 뵙게 됐다. 그는 작은 키에 다부진 몸매였다. 산을 오랜동안 타면서 생긴 다부진 체격이었다. 그는 매주 산행을 할 정도로 여전히 건강했다. 차를 한 잔 나누면서 화제는 자연스럽게 우리가 다녀온 여행지가 도마에 올랐다. 평생을 산악인으로 지낸 그의 소원은 곧 확인됐다. 그가 죽기전에 가 보고 싶은 곳은 바람의 땅 빠따고니아에 위치한 '세로 피츠로이(
Cerro Fitz Roy)'였다. 





El Chaltén, patagonia Argentina

오래전 이곳 원주민들은 이 산을 '담배를 피우는 산'이라고 불렀다고 전해진다. 우뚝 솟아오른 암봉을 스쳐지나가던 태평양의 습기가 금새 하얀 구름으로 만들어 지면서 생긴 이름이었다. 그 모습이 담배를 피우는 듯한 모습이었던 것. 그러나 그 이름은 곧 바뀌게 된다. 이곳을 접수(?)한 영국의 한 탐험대로부터 이름이 바뀌게 된 것.

아르헨티나 산타크루즈 주에(칠레에 걸쳐) 위치한 엘 챨텐(El Chaltén-찰텐(Chalten)은 원래 '담배를 피우는 산'이란 말에서 유래한 마을 이름)의 '세로 피츠로이'는 영국의 탐험가이자 기상학자인 '로버트 피츠로이(Robert Fitzroy)'의 이름을 따 부르게 됐다. 그 이름이 세로 피츠로이(Cerro Fitz Roy)였던 것. 주지하다시피 세로 피츠로이는 높이는 3405m. 우뚝 솟은 주봉만도 1000m가 넘는다. 따라서 엘 챨텐으로 가기 위해 깔라파떼에서 엘챨텐으로 이동하면 멀리서도 피츠로이가 한 눈에 들어오게 된다. 

 



평원을 달려 엘챨텐으로 이동하는 동안 줄곧 시야 속에 선명한 피츠로이는 멀리서 보는 것 만으로도 힐링을 경험하며 신비한 체험을 하게 된다. 물론 개인차가 있긴 하겠지만 뾰죽하게 솟아오른 암봉군이 내뿜는 묘한 기운들은 지남철 처럼 여행자를 끌어 당기는 힘이 있다. 아마도 산을 오래동안 가까이서 접한 산악인들은 이런 장면을 보는 순간 가슴이 설렐 게 틀림없다. 


생전 처음 보는 구름이 피츠로이 산군(山群)을 뒤덮고 있다.

종로5가의 'ㅊ 산방'의 사장님의 소원은 그렇게 간절했다. 그는 평범한 여행자들이 즐기는 트레킹 정도가 아니라 암봉을 직접 올라보고 싶은 꿈에 부풀어 있었던 것. 죽기 전에 꼭 한 번 가 보고 싶었던 명산이 세로 피츠로이였던 셈이다. 그곳은 누군가의 표현 처럼 3대가 덕을 쌓아야 오를 수 있는 '난공불락의 성' 처럼 여겨지기도 하는 곳이다. 변화무쌍한 날씨 때문이다.




햋볕이 쨍쨍 내리쬐는가 싶으면 어느새 여우비가 후드득 거리기도 하고 진눈깨비와 눈이 날리기도 한다. 구름이 개였다 흐렸다 하는 건 기본, 그 동안 바람은 쉼 없이 불어대는데 그 정도가 매서운 정도가 아니다. 또 일교차가 심해 피츠로이를 등반할 수 있는 사람들은 고도의 훈련과 기술을 지닌 전문산악인이 아니고는 불가능한 곳이기도 하다. 또 전문산악인이라 할지라도 운이 따라주어야 한다. 바람 때문이다.




필자와 아내가 경험한 바람의 세기는 사람을 날려버릴 정도로 강했다. 그게 한여름 휴가철이 끝나자마자 시작됐다. 사람들이 왜 이곳을 '바람의 땅'이라고 불렀는지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신의 가호가 있었던지. 용케도 비교적 바람이 잔잔한 때 엘챨텐을 방문하여 열흘 넘게 머물며, 우리가 가 보고 싶었던 곳을 마음껏 누릴 수 있게 됐다. 엘챨텐은 우리가 7년 전에 방문한 곳이며 '150일간의 빠따고니아 투어'를 통해 다시금 방문한 것. 행운이었다. 




남미여행을 통해 대체로 두 번 방문한 곳은 친근할 뿐 큰 감동은 없었다. 그러나 세로 피츠로이는 달랐다.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와 바람처럼 늘 다른 모습으로 우리를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수도 헤아릴 수 없는 바람의 이름 처럼 만감이 교차하고 있었던 것이다. 산을 너무도 잘 아는 산악인의 가슴 속에 요동치고 있는 평생의 꿈은 그런 것이었을 것.

'ㅊ 산방'의 사장님께 미안했다. 평생 가 볼까 말까한 바람의 땅을 두 번 씩이나 다녀올 수 있었던 것 때문. 레저용품 구매 때문에 한 두번 더 들르면서 피츠로이 이야기는 두 번 다시 꺼내지 않았다. 당신의 가슴에 염장을 지를 게 분명했다. 바람의 땅 빠따고니아의 세로 피츠로이는 그런 곳.





우리는 이곳 피츠로이 산군에서 트레킹을 하며 매우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됐다.계절이 여름에서 가을로 바뀌는 동안 변덕스러운 날씨를 경험하는 것은 또다른 재미(?)로 다가왔다. 여행을 하는 동안 변덕스러운 날씨는 새로운 풍경을 만들고 있었기 때문에 전문산악인이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었던 것. 포스트에 등장하는 풍경은 주로 그런 모습들이다. 그리고 피츠로이 산군의 '세로 또래(cerro Torre)'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명소 '로마 델 쁠리에게 뚬바도(Loma del Pliegue Tumbado)'에서는 평생토록 잊지못할 특별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그곳에서 안데스와 바람의 땅 빠따고니아의 진면목을 보여줄 지질층을 만난 것. 비글호의 선장 로보트 피츠로이가 챨스 다윈을 육지에 내려놓고 해안선과 날씨 등을 측정하는 동안, 다윈은 빠따고니아의 지질과 동식물을 채집하거나 관찰하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 그는 빠따고니아의 지질층에서 다량의 조개화석 등을 발견하게 된다.

자기가 발을 디디고 서 있는 바람의 땅은 
태고적 바다 속이었으며 바다가 융기된 곳이었다. 우리는 목적지에 도착할 즈음 불어닥친 강풍을 피해 계곡으로 피신하자, 그곳에서 암모나이트 화석 등 조개화석이 다량 발견된 것이다. 포스트에 게재된 피츠로이 산군은 한 때 바다 속이었던 것.




암모나이트 관련 자료에 따르면 "암모나이트류(ammonoid)는 연체동물문(軟體動物門)에 속하는 두족류 중 멸종된 무리로서 현생 앵무조개와 유연관계(類緣關係)가 있다고 한다.데본기에서 백악기 사이(6,500만~3억 9,500만 년 전)의 해성층에서 화석으로 흔히 발견된다는 것. 암모나이트류는 패각을 갖고 있으며, 많은 종류가 육식성이었다. 패각은 직선 또는 감긴 모양을 하고 있었는데, 이것은 수심의 변화에 견딜 수 있도록 하는 수압조절장치로 작용했을 뿐 아니라 연한 몸을 보호하거나 지지하는 역할도 했다."는 등의 내용이다. 




필자의 눈에 띈 건 암모나이트 화석이 지구별에 살았던 시기. 태고적 바다 속에서 살던 암모나이트들은 작은 골짜기에 무리를 지어 화석으로 변해 있었는데, 그 골짜기 위로 불어닥친 강풍이 묘한 기분을 들게 만든 것이다. 마치 SF영화나 소설 속에서나 가능할 것 같은 느낌들이 대자연과 혼연일체를 이루는 신비한 경험. 오래전 이곳에 살았던 인디오들은 그런 경험을 통해 대자연을 숭배하며 살았을 것 같았다. 




엘챨텐의 숙소를 떠나 '로마 델 쁠리에게 뚬바도'로 향하는 트레킹트레일은 참 따뜻하고 평화로워 보인다. 마치 가을같은 여름 풍경이다. 이곳은 가을이 빨리 찾아오고 있었다. 풀꽃과 풀잎들이 모두 옷을 갈아입고 있다. 이러한 풍경 만으로 바람을 느낄 수 없다. 아직은 골짜기 아래. 아내의 옷차림을 잘 살펴보면 이곳 날씨를 짐작할 수 있다. 볕을 가리는 차양과 마스크 차림에 아웃도어를 비옷 바깥에 둘렀다. 언제 빗방울이 후드득 거릴지 모르며 바람도 피해야 한다.
 



옐찰텐을 조금 벗어나서 이 길을 따라가면 도착할 목적지가 상세하게 표시돼 있다. 잠시 그림을 살펴보면 재밌다. 캠핑장소가 있는 곳이므로 '연료(Gas)'를 지참해도 좋다는 표시가 눈에 띈다. 그리고 그 아래 쓰레기는 반드시 회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고, 바로 밑에 변덕스러운 날씨를 표시한 안내 표시. 구름이 끼다가 눈이 오거나 비를 뿌리는 등 일교차가 큰 점을 표시해 두고 있다. 만국 공통어가 이런 모습.

그 아래 애완견과 산악바이크는 금물이라는 점. 또 장작불을 피우지 못하게 하거나 금연할 것을 주문하고 있으며 빙하호수로 부터 일정거리를 둬야 한다는 표시가 돼 있다. 그리고 안내표시판 우측 하단에 암모나이트 화석을 조각해 두었다. 목적지 주변에 발견되는 화석이었다.




그런데 이곳에 사는 사람들 한테는 일상인지 모르겠지만 여행자들에게 낮선 경고가 빠진 것. 강풍을 조심하라는 표시가 생략 됐다. 우리는 머지않은 시간에 강풍을 경험하고 있었다. 이곳에서부터 30분 정도 걸어 언덕위에 올라서자 마자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바람이 불어댓다. 바람의 땅에서 살아가는 나무들은 주로 이런 모습이다. 엄동설한에 강풍이 빚어낸 나무들이 배암의 형상처럼 뒤틀리며 특별한 풍경을 연출한다.




바람의 땅에서 살다 지친 고사목들을 보면 이곳의 사정을 알게 될까. 태고적 지질층을 바라보며 바람에 맞섰던 고사목이 처연해 보인다. 그러나 바람이 불 때 마다 흐느껴 우는 소리 속에는 태초로부터 이어진 전설 전부를 잔가지에 두른 듯 하다. 바람의 땅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태초의 소리이자, 우리 영혼을 울리는 아부지 같은 존재. 그 소리가 바람의 땅에서 슬피 운다. 어느 산악인의 가슴 속을 두드리고 우리 발걸음을 재촉한 바람이 그랬다. 그 소리는 이러했다.
 



풀꽃들이 볕을 쬐고 있는 언덕 위에 서면 검버섯(?) 피어난 바위 곁에서 오래된 바람이 분다. 그 바람 소리를 영상에 담아봤다. 영상의 길이는 6초에 불과해 네 번을 더해 편집해 보니 이런 모습. (어렵게 담아온 영상이므로 꼭 한 번 열어보시기 바랍니다.^^)



바람의 땅, 빠따고니아(엘챨텐)의 바람 소리




그 풀숲에서 이름모를 새 한 마리가 풀꽃의 열매를 바라보고 있었다.

** 빠따고니아 여행기를 끼적거리며 꽤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직도 칠레의 로스 라고스 주 쟝끼우에 호수의 북부 뿌에르또 옥따이에 머물고 있는 것. 필자도 성에 차지않아 '미리 가 본 빠따고니아' 한 편을 끼적거렸다. 물론 이 부분은 다시 편집되게 될 것. 암모나이트 화석과 또다른 조개화석 몇 점은 빠따고니아 투어를 끝마치고 뿌에르또 몬뜨로 돌아온 즉시 한국으로 부쳤다.

그 화석들은 책상머리에서 영감을 더해주며 바람의 땅에 대한 감회를 새롭게 하고 있다. 태고적 한 생명이 화석이 되어 필자의 책상에서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 것. 바람의 땅이 우리에게 큰 선물을 했다. 그 모든 장면들을 하나 둘씩 엮어 여러분들께 되돌려주고자 한다. 죽기 전에 꼭 한 번 가 봐야 할 명산 피츠로이와 바람의 땅이 남겨준 유산이다.
<계속>



베스트 블로거기자Boramirang
 


내가 꿈꾸는 그곳의 Photo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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