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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갤러리/도시락-都市樂

하얀 모자를 쓴 만추의 무시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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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모자를 쓴 '晩秋'의 무시래기
-도시의 만추가 선물한 기분좋아지는 풍경-



앗!...도시에도 이런 풍경이...

이틀전 거의 매일 오르내리는 동네 뒷산 기슭에 기분좋은 풍경이 줄줄이 걸려있었다. 무시래기가 갈 햇살을 받으며 건조되고 있는 참 정겨운 풍경이다. 이 장면을 보는 순간 카메라에 전원에 어느새 손이 가고 있었다. 샬칵...또 샬칵...만추의 오후 햇살에 무덤덤한 표정으로 매달려 있는 무시래기들이 만추를 장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저런 만추의 풍경 때문이었는 지 아내는 요즘 동네뒷산을 다녀올 때 마다 이렇게 중얼거렸다.

"얼마나 아름다운 지 눈물이 나...어떻게...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지..."




요즘 어디를 가나 온통 단풍물결이다. 도시에 만추가 깃든 것이다. 늘 마주치는 가을의 풍경이다. 그러나 도시에서 무시래기를 말리는 풍경을 찾기 힘들어진 세상이다. 좋은 먹거리가 풍부한 탓도 있었지만 무시래기를 건조할 만한 마땅한 장소가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공간이 있다면 겨우 아파트 베란다의 좁은 공간이다.

하지만 그런 공간이 있다고 한들 바쁘게 사는 세상 누가 무시래기를 가져와서 널어두었다가 식구들을 위해 반찬을 준비할까. 도시는 바쁘다. 그래서 도시에서는 만추에 흔하디 흔했던 무시래기를 시골에서 부쳐 먹는 등의 방법으로 조달해 먹고 있다. 무시래기 맛은 물론 무시래기에 포함된 기막힌 영양 성분 때문이다. 무시래기에는 식이섬유와 비타민은 물론 미네랄과 칼슘이 풍부하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식이섬유가 35%나 되므로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리며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무시래기를 먹으면 포만감 때문에 과식을 하지않게 됨으로 비만 예방에 큰 효과가 있다는 게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도시의 만추에 찌질대는 아내는 무시래기 요리 선수다. 우리나라의 여성들이 주로 그렇게 해 왔듯, 무시래기는 만추의 가을날 잘 건조해 두었다가 요리를 하기 전에 물에 푹 우려두었다가, 된장과 들기름 등으로 조물조물 무쳐내면 마치 딴 행성에서 온 고기를 씹는 기막힌 맛을 낸다.




그냥 무쳐 먹어도 좋고, 밥에 쪄 먹어도 좋고, 된장국으로 끓여 먹어도 좋고, 무시래기를 깔고 붕어찜을 해 먹어도 좋고, 비빔밥을 해 먹어도 좋고, 뼈장국을 끓여 먹어도 좋고, 콩나물과 뒤섞어 먹어도 좋다. 그 어떤 재료라도 궁합이 척척 맞아떨어지는 게 할머니와 어머니 그리고 아내로 이어지는 우리나라 전통의 무시래기 요리다. 특히 된장과 함께 어우러진 무시래기 요리에서 풍기는 맛은 특별하다. 글쓴이는 그 맛을 딴 행성에서 지구별로 온 고기처럼 표현했지만, 그게 별로 틀리지 않는 표현 같기도 하다. 왜 그런가.




이틀전 그 놀라운 풍경이 눈앞에 펼져지고 있었던 것이다. 초록빛 무시래기는 만추의 오방색을 품고 지구별로부터 까마~득히 먼 곳으로부터 지구별로 날아와, 빨랫줄처럼 길게 쳐 둔 줄에 올망졸망 매달린 무시래기 위에 사뿐히 올라앉는 것이다. 그렇게 겨우내 매달렸던 무시래기가 다시 물을 만나 오동통 하게 불어나면... 




할머니 손, 어머니 손, 아내의 손, 등을 거쳐 된장과 조물조물 무쳐지면, 말 그대로 기막히게 '별난 맛'이자 우리 선조님으로부터 대를 이어 우리에게 이어진 전통의 맛을 내게 되는 것이다. 그게 반드시 혈액을 맑게 하고 오늘날 유행병처럼 널리 퍼진 동맥경화를 예방한다는 건 신경쓸 겨를도 없이 순식간에 먹어치운 요리이자, 요즘 같으면 '황제식단'에나 오를 법한 귀한 식재료였다. 그런 귀한 풍경이 동내뒷산 약수터로 가는 길목에 줄줄이 널려 갈 햇살을 받으며 '뷰파인더'를 자극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흘전...
요렇게 파릇파릇 싱싱했던 무우가 하얀 속살을 떨구고 잎만 덩그러니 남긴 채, 모두 만추의 갈 햇살을 받으며 우리를 배웅하고 있었다.




아내는 가을 내내 이 길을 걸으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얼마나 아름다운 지 눈물이 나...어떻게...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지..."

도시 속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무시래기 건조장면이 아내를 중얼거리게 한 건 아니다. 그러나 도시 곳곳에 내려앉은 만추의 풍경 속에서 우리가 잊고 산 낮익은 풍경 때문에 이 가을은 또 얼마나 풍요로운가. 무시래기를 말리거나 먹었던 추억 하나만으로 배가 불러오는 것도 만추가 내린 큰 선물이 아닌가 싶다. 삶아서 냉동실에 보관하고 두고두고 먹었던 무시래기가 다 떨어졌는 지, 이번에는 이렇게 졸랐다.

"여보...우리 무시래기 하러 언제쯤 갈까..."





아내는 당신의 입맛을 통해 돌아가신 어른들을 그리워하는 건 지. 아니면 도시의 만추는 사람들로 하여금 어디론가 떠나게 만드는 것인 지. 하산하는 길에 다시 마주친 무시래기들은 머리에 하얀 모자를 쓰고 어디론가 먼 여행을 떠나는 것 같았다. 이웃의 눈에 비친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 도시의 만추가 선물한 기분좋아지는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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