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봉산에 불이나서 난리났다니까!! 전화받고 보니
그녀는 사업을 하는 남편을 따라서 홍콩에서 8년여를 살다가 10년전에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얼마나 깨소금이 쏟아지듯 살았으면 그녀는 말끝마다 남편이야기를 꺼내며 눈물지었습니다.
그녀가 살아온 날을 되새기는 자리에서는 그녀가 남편의 사랑을 얼마나 받았는지 알 수 있었는데
그녀가 보낸 지난 세월은 마치 공주가 궁궐내에서만 갇혀 지낸듯 세상의 모든것은 하찮아 보이기도 했지만
궁궐에서 보지 못했던 새로운 풍경에 대해서는 감탄을 마지 못하는 감성이 풍부한 여성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그녀가 10년전에 홍콩에서 서울로 돌아온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습니다.
그녀가 그토록 사랑하며 그녀를 그토록 사랑했던 남편이 어느날 갑자기 주검으로 변했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남편의 죽음이 믿기지 않았지만 남편을 떠나보낼 수 밖에 없었고
눈물을 머금고 남편과의 행복한 시간을 보낸 홍콩땅을 떠나서 서울로 돌아왔던 것인데
그녀에게서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던 것입니다.
"...혜은아!...나야 나...매봉산에 불이났어!!...그래...불이나서 난리가 났다니까!!...응!"
혜은이 미처 대답할 겨를도 없이 전화속에는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곧이어서 그녀는 꺄르륵 거리며 끼득였습니다.
"...난 또?!!..."
혜은은 그녀가 거짓말을 한 내용을 단박에 알았습니다.
그녀는 귀국한 이후로 서울에서 아이들과 같이 살면서 가까운 산으로 다니며
우리나라의 작은 산에 핀 봄꽃들을 너무도 좋아했습니다.
그녀가 홍콩을 떠나기전에는 너무도 평범해 보였던 작은 뒷동산의 꽃들이
남편이 없는 지금은 그렇게 아름다워 보였던 것이며 꽃을 보며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봄은 오는가 싶으면 금방 가...그지?...ㅜ...야속도 하지...ㅠ"
그녀는 작년년말 미국에 있는 동생네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아이들이 직장을 다니면서 소일거리가 마땅치 않아서 외로워 하다가
마침 동생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것입니다.
그녀가 돌아온다던 시간이 되었는데 아직도 전화가 오지 않는다고 그녀의 안부를 묻습니다.
"...걔...올 때 됐는데..."
정확히 작년 이맘때 그녀가 걸려온 전화속에는 매봉산에 불이나서 난리였습니다.
4월 첫날, 매봉산에는 진달래가 만발하며 오후햇살에 나비처럼 날리고 있었습니다.
그 분홍빛 나비들은 하늘나라에서 친구의 남편이 부르는 연가처럼 보였습니다.
혜은이 친구의 전화를 상기하며 매봉산에서 돌아서는 길에도 불길은 계속 번지고 있었습니다.
"...저러다가...제(친구)... 속... 다 태우는거 아냐?...ㅜ"
혜은아!...매봉산에 불이나서 난리났다니까!!...
매봉산에서 돌아서는 길에도 불길은 계속 번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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