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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TIAGO/Graffity

롤러 붓으로 마음대로 그린 작품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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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러 붓으로 마음대로 그린 작품 어떨까?  


인간의 두뇌활동이 멈추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


얼마전 글쓴이의 숙소에서 멀지않은 한 골목을 지나치다가 거리의 예술가 한 사람을 만나게 됐다. 그 거리는 산티아고의 젊은이들이 주말이면 모여드는 '아베니다 피오노노(Avenida Pionono)'에서 가까운 곳이다. 그 거리에 들어서면 시쳇말로 '날고 기는' 거리의 예술가 고수들이 수두룩한 걸 알 수 있다. 오래된 건물이나 담장의 벽에는 대부분 이들 고수들의 작품들이 도배되다시피 그려져 있는데, 그 작품들은 각각 독특한 개성을 지닌 작품들이었다. 어떤 작품들은 일상의 평범한 모습을 그려놓은 게 있는가 하면 또 어떤 작품들은 피카소가 들여다 봐도 풀기 쉽지않은 추상적인 작품들이 즐비하다. 


그래서 글쓴이는 그 작품들 앞을 지나칠 때 마다 이들 작품들을 그려내는 거리의 예술가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할 때가 많았다. 작품들은 모두 작가의 사상이나 예술혼을 담고 있으므로, 그들 생각이나 사상을 알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 한편 만약 인간의 두뇌활동이 부진하거나 멈추게 되면 이들 작품들은 어떻게 변할지 궁금하기고 했다. 이를 테면 치매 환자들이 겪는 망각 현상은 주로 뇌세포가 하나 둘씩 죽어가고 있는 현상이므로, 그때쯤 특정인의 두뇌활동은 서서히 멈추게 되거나 제한된 활동 밖에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참 무서운 질병이 치매현상이다.



 그런 반면에 건강한 두뇌활동으로 그려지는 그래피티 작품들을 보면 인간이 가진 무한한 능력이 경이로울 정도로 놀랍기도 하다. 인간의 뇌는 대부분의 움직임이나 행동을 관장하고, 신체의 항상성(恒常性, homeostasis-신의 최적화 상태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려는 특성-)을 유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심장의 박동 상태나 혈압과 혈액내의 농도나 체온 등을 일정하게 유지시킨다. 또 인간의 뇌는 인지, 감정, 기억, 학습 등을 담당하는 데 지금 포스트에서 보고있는 그래피티는 건강한 신체조건을 가진 한 거리의 예술가가 그려내고 있는 건강한 작품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잘 못 해석(?)하게 되면 예술작품이 아니라, 저급한 낙서나 쓰레기 취급을 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글쓴이는 산티아고에 머물게 되면서 한국에서 금기시 되고 있는 낙서문화에 대해 마음을 고쳐먹기로 작정했다. 이 도시에서는 낙서가 일반화되어 있고 특히 젊은이들이 들끓는 피오노노 거리에서는 완성도 높은 고수들의 그래피티가 경쟁하듯 전시(?)되고 있는 것이었다. 인간이 가진 능력이 예술적으로 승화되고 있는 모습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이 거리를 지날 때 마다 혹시 다른 작품들이 새로 출품(?)되었는지 궁금해 하며 이리 기웃 저리 기웃 하게되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내 앞에 학수고대 하던 그래피티 예술가 한 사람이 나타난 것이다. 그는 꽁지머리에 작은 롤러 붓 한 개를 들고 벽을 바라보며 밑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는 롤러 붓을 들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벽을 향해 롤로를 굴리는 작업을 반복하고 있었다. 그의 곁에는 페인트가 든 깡통과 스프레이 몇 개와 그래피티 작업에 필요한 도구들이 작은 종이상자에 담겨져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래피티 작업은 매우 느리게 진행되고 있었다. 이 작업을 다 지텨보려면 하루는 족히 걸릴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피티는 작가 마음대로 그려내는 것이지만 그냥 그려지는 게 아니었다. 그래서 그 장면들을 카메라에 담아놓고 다시 피오노노 거리로 가 보기로 했다. 


일주일 후...



그리고  다시 그 자리를 찾아가 봤다. 놀랬다. 거긴 마치 사진을 촬영해 둔 듯한 그림 한 장이 그려져있었다. 롤러 붓으로 마음대로 그린 듯한 그래피티가 살아 숨쉬는 듯 생생하게 그려져 있었다. 약 일주일의 시간이 경과한 뒤였다. 지금으로 부터 약 7300년 전 남미 땅에 살아왔던 원주민들이 동굴벽화를 그려낸 이후 현대인들이 그려낸 작품들은 거의 조물주 같은 진화를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성인들의 뇌 무게는 약 1,400그램 정도로 알려져 있는 데, 1400그램의 뇌가 골똘히 생각해 낸 게 글쓴이의 발걸음을 붙들어 둔 그래피티였던 것이다.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든다. 인간들의 두뇌활동이 멈추기 전 까지 무엇이든 이웃에게 유익한 일을 해야할 것 같은...<산티아고에서 블로거 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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