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만든 위대한 사람이 지나간다
남자와 여자 누가 더 위대할까.
산티아고에 머물면서 여행자의 발걸음을 붙들어 놓는 건 이 도시의 문화였다. 산 페드로 발디비아로 부터 산티아고가 건설되기 시작한 이래, 산티아고는 이 지역의 원주민들이었던 피쿤체 내지 마푸체 인디오들의 피로 만들어진 도시나 다름없다. 1541년 발디비아가 이 땅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 마푸체 인디오들이 전설로 남을 정도로 살륙될 때 까지, 이 땅의 원주민의 딸들과 여자들은 능욕을 당하지 않으면 안 되는 운명에 놓이게 됐다. 그래서 오늘날 칠레 곳곳에는 출처불명(?)의 혼혈인 다수가 이 땅을 점하고 있다. 사람들은 그들을 '메스티조(Mestizo)'라고 부른다. 아메리카 원주민 여성과 백인들이 서로 사랑(?)해 낳은 결실이 메스티조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 땅에는 마푸체 인디오들의 혈통은 완전히 사라졌다는 말인가.
유전자를 통해서 인간의 인종은 없다라고 한 0.1퍼센트의 차이의 저자 '베르트랑 조르당'은 개별 유전자 분석을 통한 유전적 차이의 입증을 통해 인간종의 동질성을 확보한 바 있다.즉, 인종의 구분이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과학적으로 입증하였다. 입증의 시작은 인류의 거대한 생물학적 시도였던 인간게놈프로젝트가 완성되었을 때 부터였다. 인간 유전자 지도인 인간게놈프로젝트를 통해 알게 된 것은 인간은 유전적으로 99.9% 동일하며 0.1%만의 차이를 보인다는 사실이었다. 이것은 인류의 유사성을 밝힌 놀라운 성과였다. 이후 이 인간 유전자 지도를 바탕으로 수많은 개별 연구들이 진행되었고 연구기술 역시 함께 발전하여 유전자를 더 정확하고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이로부터 아주 놀라운 결과들이 쏟아져 나왔다. 유전자의 작동 메커니즘이 하나씩 밝혀지기 시작한 것이다. 남자 인간은 0.1% 때문에 목숨을 걸고 사랑을 하는 것일까.
흥미로운 내용을 좀 더 살펴보면 이렇다. DNA를 구성하는 염기들의 배열 방식에 따른 DNA상의 변이영역인 부수체. 미소부수체, STR 등에 대한 연구는 인간 유전자의 다양성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게 하였다. 모계를 통해서만 전달되는 미토콘드리아 DNA 와 부계로만 전달되는 Y염색체의 연구를 통해서는 각각 모계와 부계의 조상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가장 최근의 연구 대상인 SNP(스니프)는 두 사람의 DNA상 같은 지점에서의 뉴클레오티드의 차이가 발생하는 다형성을 가리키는 개념인데, 수천 개의 SNP를 분석함으로써 유전적 다양성을 상세하게 측정할 수 있다. 인종이라는 것이 있다면, 이는 SNP의 차원에서 발견할 수 있다고 0.1퍼센트의 차이는 말하고 있다.
이후 특정 집단 내 수천 명의 사람들의 SNP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 졌으며 이를 바탕으로 Fst라는 통계학적 기준이 마련되었고 이를 통해 인간 유전자의 다양성은 집단 내에서 크게 나타나지만 집단 간 차이는 크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지리적 구분(아프리카인, 아메리카인, 아시아인, 유럽인 등)은 있을 수 있으나 생물학적 구분은 무의미할 정도로 인간의 유전자 차이는 미미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하여 인간 다양성의 차이는 인종이라는 개념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말하고 있다.
산티아고 시내에 위치한 한 그래피티 앞에서 오랜 동안 서 있게 되는 건 주로 이런 식이다. 작품들은 사람들의 발길을 붙들어 놓고 도대체 놔주질 않는 것이다. 상상력을 마음껏 부풀게 만든 다음 다음 작품으로 발길을 옮기게 만드는데, 어쩌면 이들 작가들이 끄적여 놓은 그래피티들은 그렇게 복잡한 과학적 지식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작품 앞을 지나는 한 남자를 작품에 대입해 보니, 갑자기 인류학적으로 증폭되며 시간여행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종국에는 남자와 여자 둘 중에 누가 더 위대한가 하는 작품 외적인 생각에 빠져 허우적대는 것이다. 그게 그래피티의 천국 산티아고의 마력이자 매력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특정 그래피티 앞을 지나가는 남자 인간은 자신이 이 땅의 아들과 딸을 만들었다고 생각할 텐데, 그게 옳은일일까 싶은 것이다. 0.1퍼센트의 차이의 저자에 따르면 이 남자 인간 뿐만 아니라 세상의 남자들은 자신이 수태시킨 아들과 딸들이 '자신의 (유전적)소유가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0.1퍼센트의 차이의 저자 는 "한 집단과 다른 집단간의 차이는 대체적으로 문화적 차이, 환경적 차이에 기인한다"고 말하고 있다. 또 "유전적 차이를 배제한다면 인간의 다양성은 먼 옛날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출발하여 유럽으로, 아시아로, 그리고 아메리카로 점차 이동하면서 시작되었고, 이후 빈번히 발생한 전쟁과 정복 등 인간의 사회적 특성이 야기한 행동 때문이었다"라고 말한다. 이것이 현재 우리 인간 집단의 다양성이 나타나게된 요인이다. 지리적 위치에 따른 피부색의 차이 등 신체적 차이는 유전자의 차이이며, 유전적 변이는 바로 이러한 환경적 요인에 의해 생겨날 수 있음이 연구에 의해 밝혀진 것이다.
그런 한편, 인류의 유사성을 말하기 위해 0.1퍼센트의 차이의 저자는 인간과 가장 친근한 동물인 개의 유전자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개의 품종은 350여종이 있다고 하는데, 각 종은 생물학적으로 많은 차이를 보이며, 이것이 각 품종간 기능의 차이로 나타나므로 품종 분류의 타당성이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에 비해서 인간의 미세한 유전적 차이는 외부로 발현되는 기능상의 차이를 전혀 보이지 않으므로, 인종분류가 불가능하고 또 아무런 의미도 가지지 않는다는 것이 0.1퍼센트의 차이의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요점이다. 참 흥미로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그러니까 오늘날 전설의 땅 파타고니아를 품고 있는 칠레 곳곳에서 살고있는 약 70%에 달하는 메소티조는, 그저 마푸체 인디오들의 남자인간 대신 대서양을 건너온 침탈자들과 역사적 배경만 바꾸었을 뿐이란 말인가.
산티아고의 베자비스따(베야비스따,Bella Vista의 방언) 거리 한 곳을 도배하다시피 그려놓은 여자 사람은, 언뜻 보기에 메스티조의 얼굴이다. 그녀의 눈동자는 몽골로이드의 흔적이 사라진 대신 '유럽 코카소이드'들이 전한 푸른눈을 가졌다. 산티아고를 건설하기 위해 목숨을 잃은 발디비아 등 이들 침탈자들의 선조들은, 이 여성의 눈을 보며 이 땅을 정복했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땅은 다수의 메스티조 여성들이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아이러니 하게도 칠레의 보통 여성들은 대부분 솔떼라(독신,Soltera)로 살아가고 있다.이들은 여전히 모계중심 사회를 구성하며 마푸체의 재등극을 원하고 있는 것일까.
오래전 인간의 선조들이 머리를 굴린 끝에 만들어 낸 창조물이 홀리스피릿(holy Spirit)이 아니라면, 인간 남자는 인간 여자로 부터 태어날 수 밖에 없는 운명을 지닌 것이다. 그래피티 앞을 지나가는 한 남자 사람은 여자 사람이 만들어 낸 위대한 걸작품인 동시에, 여자 사람을 더 위대하게 만든 '그리움의 출처'를 한 그래피티로 부터 발현 시키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이다. 0.1퍼센트의 차이는 여자가 만들었지 아마...! <산티아고에서 블로거 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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