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역사 바꾼 '주상절리' 어떻게 생겼길래
흠...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맨 처음 등장한 그림 부터 설명해야 겠군요.
그림 뒷편에 수직으로 그어진 검은 줄의 정체는 오늘날 남미의 관문 산티아고를 건설할 수 있게 만든 산타루시아 요새 망루 꼭대기에 설치된 피뢰침의 일부 입니다. 일기가 불순하여 벼락이 내리치는 날 이 요새의 망루가 벼락으로 부터 보호될 수 있도록 한 조치인 것이지요. 사진을 촬영 하시는 분들에게 이런 시설물들은 매우 곤혹스러운 장면입니다. 망루의 피뢰침 뒤로 보이는 희미한 실루엣의 맛을 반감 시키는 방해물 정도라고나 할까요.
하지만 오늘날 칠레의 산티아고를 건재하게 만든 스페인 군의 페드로 데 발디비아 한테는, 산타루시아 망루와 피뢰침은 방해물이 아니라 구세주와 다름없는 지정학적 위치를 점하고 있었습니다. 하늘의 진노를 과학적으로 피해갈 수 있게 만든 기막힌 자연의 응용이 이 망루에 숨겨져 있었습니다. 발디비아가 산티아고를 건설할 당시에는 피뢰침 같은 게 있을 리 만무했지만, 발디비아 등 서구의 야만적인 행위가 세상에 널리 알려지고난 부터는 하늘의 진노를 더욱더 무서워한 조치로 피뢰침을 만들어 둔 것일까요.
우기가 시작되어 벼락을 동반한 장대비가 내리기라도 한다면 이 요새는 벼락으로 부터 보호 받지 않으면 안 될 운명에 처해있는 듯 보입니다. 발디비아를 비롯한 스페인 군이 이 도시를 지키기 위해 살륙한 인디오들의 수가 너무도 많기 때문이며, 인류사를 통해 전무후무한 살륙의 역사가 이 망루로 부터 시작되었다고 생각하니, 사진을 촬영하시는 분들 한테는 방해물로 보이는 이 피뢰침의 용도가 하늘의 진노를 피하기 위한 역사적 장치 정도로 여겨집니다.
죄를 많이 지은 사람들이 담장을 높게 쌓고 창틀을 굳건하게 만들며 정치적 권력의 뒤로 몸을 숨기는 것 처럼, 발디비아의 스페인 군은 그들의 책략에 따라 목숨을 부지할 요량으로 망루 뒤로 보이는 산 끄리스토발 언덕에 가까운 산타루시아 언덕 위에 망루를 만들어 두고 피쿤체 인디오들과 피비린내 나는 전투를 벌였습니다. 그게 장장 300년도 더 되는 세월 동안 치뤄진 전쟁이라고 하니, 이들 스페인 군들이 이 땅의 원주민들에게 가한 통한의 역사가 절로 오버랩 될 정도입니다.
(조~기 위로 망루 맞은 편에 피뢰침이 보이시지요.)
역사가 참 아이러니 한 게 이 땅의 원주민들이 믿고 섬겼던 태양신은 그 동안 무슨일을 하고 있었길래, 이 땅의 자연을 숭배한 인디오들 거의 대부분이 전멸 할 때 까지 손 한번 쓰지 못했던 것일까요. 정말 이 우주에 신이 존재하기라도 했다면 직무를 유기한 죄 값을 톡톡히 치루어야 될 정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다면 태양신이 잠시 딴 청을 피우는 사이 발디비아의 스페인 군은 무슨 일을 하고 있었을까요.
발디비아의 원정대는 새로운 식민지의 수도 건설을 열정적으로 진행하고 있었던 때 였습니다. 그들은 스페인의 수호 성인 야곱(St. Jago)의 이름을 딴 도시 산티아고 건설을 위해 폭 14m의 대로를 중심으로 도시를 백 수십여 구역으로 나누는 공사에 몰두하고 있었습니다. 그곳에는 성당을 중심으로 정부 관사와 주택은 물론이고 도시의 치안을 위한 법원을 만들고 '산타 루시아(Santa Lucia)'라는 요새까지 만드는 대공사를 진행하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이 포스트에 등장하는 그림은 산타루시아 요새의 모습이며 망루 꼭대기에서 내려다 본 요새의 풍경입니다. 눈치 빠르신 분은 아셨겠지만 그림 중에 나타나는 다각형 돌(현무암)들의 형상 입니다. 발디비아의 스페인 군은 산티아고를 건설하기 위해 만든 요새를 현무암 위에 건설한 것이지요. 그게 이 포스트에서 다루고자 하는 '주상절리'이며 오늘날 산티아고는 주상절리 덕분에 지켜짐과 동시에 이 땅의 원주민인 인디오들의 처참한 살륙의 역사가 이곳으로 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천혜의 자연을 이용하여 산티아고를 지킨 스페인 군은 주상절리를 백분 활용하여 요새를 구축하고 피쿤채 인디오들의 공격을 막아내는 방어선으로 활용했던 것입니다. 남미를 여행하시는 분들은 주상절리 위에 세워진 산티아고라는 도시를 통해 이 땅의 지질학적 모습과 함께 산타루시아 요새를 통해 역사적 통찰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를 테면 남미여행의 재미는 산티아고의 지질과 역사를 알면 재미가 배가된다라고나 할까요.
그림에서 보시는 이 장면은 산타루시아 요새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돌무더기 입니다. 자세히 관찰해 보시지 않아도 이 돌무더기의 쓰임새를 당장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 주상절리가 수평으로 드러누운 형태의 이 돌무더기는 하나씩 떼 내어 산타루시아 망루로 오르내리는 계단 등으로 사용한 걸 알 수 있습니다. 천연의 주상절리를 이용해 망루를 세우고 돌계단의 재료 등으로 활용한 게 주상절리였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산타루시아 요새는 주상절리 위에 세워진 전략적 요새이자, 천혜의 자연을 잘 이용한 천연적인 요새였던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제주도 등지에 있는 주상절리와 비교될 정도는 아니어서 미적인 면은 떨어지지만, 여행자 눈에 비친 주상절리는 한 순간 정신을 번쩍들게 만든 하나의 대사건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산티아고가 위치한 곳은 로스 안데스의 내륙인데 바닷가에나 있을 법한 주상절리가 왜 이곳에 있었을까요. 그래서 우선 주상절리라 불리우는 돌덩어리들이 어떻게 생성되는지 알아보니 이랬습니다.
주상절리(柱狀節理)란, 용암이 지표면에서 흐르다가 바다와 만나면서 굳을 때 육각 기둥모양 이나 다각형으로 굳어져 생긴 지형을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제주도 등지에서 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주상절리는 용암이 식으면서 기둥 모양으로 굳은 것인데요. 기둥의 단면은 4각~6각형으로 다양한 모습을 보이고, 유동성이 큰 현무암질 용암류가 급격히 냉각되면 큰 부피변화와 함께 수축하게 된다는 데요. 이때 용암이 식으면서 최소한의 변의 길이와 최대의 넓이를 가지는 육각기둥의 모양으로 굳는 경향을 보인다고 합니다.
용암의 수축이 진행되는 동안 냉각중인 용암표면에서 수축이 일어나는 중심점들이 생기게 된다는 데요. 이런 지점들이 고르게 분포하면서, 그 점을 중심으로 냉각,수축이 진행되면 다각형의 규칙적인 균열이 생기게 된다는군요. 이러한 균열들이 수직으로 발달하여 현무암층은 수천 개의 기둥으로 나뉘게 되는 등, 이들 주상절리는 용암의 두께와 냉각 속도 등에 따라 높이 수십 미터, 지름 수십 센티미터의 다양한 모습으로 발달하게 된다고 합니다.
"잠깐!!...여기서 잠~깐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제주도의 주상절리와 같이 유명한 것 외 울산(울산 북구 산하동 952-1)의 바닷가에 위치한 '강동화암주상절리'가 있습니다. 주상절리는 주로 바닷가(바닷물)에서 생성된 것인데요. 발디비아가 건설한 도시 산티아고는 비냐 델 마르나 발파라이소 처럼 바닷가아 아니라 안데스에 인접한 위며 내륙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렇다면 주상절리를 설명한 지질학적 이론은 거짓말이라는 말일까요.
거짓말이 아니었습니다.남미여행을 즐겁해 해 줄 과학적이고 역사적인 사실이 주상절리 속에 숨겨져 있었던 것이지요.(점점 더 흥미로워지는군요.^^) 남미의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땅의 생성 비밀' 얼마간을 알고나면 까무라칠 정도로 남미가 좋아질 것으로 확신합니다. 그 비밀의 문을 살짝 열어볼까요.
지구별의 거대한 두 산맥인 히말라야 산맥과 안데스 산맥의 생성원인과 시기를 '판구조론-(板構造論, plate tectonics)은 대륙 이동 을 설명하는 지질학 이론입니다. 판구조론은 대륙 이동설을 설명하는 것으로부터 발전해 왔으며 현재 이 분야의 과학자 대부분이 판 구조론을 받아들이고 있다-'의 입장에서 살펴본 재밌는 내용입니다. 이랬지요.
주상절리 위에 세운 도시 산티아고
히말라야 산맥은 인도-오스트레일리아 판이 중생대 이후 남극에서 북반구 위로 이동하면서 신생대에 유라시아 판과 충돌하여 형성된 습곡산맥이라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해저 밑에 있던 퇴적물도 동시에 상승하여 해저 퇴적물과 화석이 발견된다고 합니다. (글쓴이는 150일 간의 파타고니아 투어를 통해 안데스 산맥 위에서 그 화석을 발견하고 채취하여 한국으로 보낸 적이 있습니다.파타고니아 다큐를 소개할 때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히말리야 산맥은 대륙과 대륙이 충돌하면서 발생하면서 생긴 것이지만, 안데스 산맥은 조금특이합니다. 대륙판과 대륙판의 충돌로 인해 히말라야 산맥이 형성 됐다면, 안데스 산맥은 해양판과 대륙판의 충돌이라는 것입니다. 즉, 안데스 산맥은 페루와 칠레의 해구 바다밑의 나스카 판과 남아메리카 판의 충돌이라는 것입니다. 산티아고가 위치한 칠레 중부 지역 등지에 지진이 잦은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분지에 둘러싸인 산티아고는 한 때 바다 밑이었다는 말일까요.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는 해발 약 550m 정도의 높이에 위치해 있습니다. 사방이 분지에 빙~둘러 싸여있는데요. 그 모습을 산 끄리스토발 정상에서 보시면 아래 그림 처럼 보입니다. 사각형 틀 안에 위치한 지점이 산타루시아 요새인데요. 스모그가 겉힌 날 산티아고 시내 전경을 바라보면 산타루시아 요새로 부터, 멀리 산티아고를 두르고 있는 산들이 뚜렷하게 보이는 걸 확인할 수가 있습니다. 아래 그림과 같은 모습입니다.
주상절리를 소개한 지질학적 정의에 따르면, 현무암질의 용암이 바닷물에서 급속히 냉각될 때 주상절리와 같은 바위 결정(조직)이 생긴다고 했으므로, 산티아고 중심부에 솟구쳐 올라 냉각된 산타루시아 요새의 주상절리의 위치는 오랜 옛날 바다밑이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오래전 옛날 해양판과 대륙판이 충돌할 즈음 산티아고 분지는 순식간에 거대한 호수로 변했을 거 같은 생각이 듭니다. 위 아래 그림들은 그 장면이 상상될 수 있도록 자료사진을 끄집어 냈습니다. 산타루시아 언덕과 마포초 강을 사이에 둔 산 끄리스토발 언덕 꼭대기에서 바라본 (산티아고) 전경입니다. 산티아고의 구시가지 중심입니다.
지구의 주요 3개 지질시대에 따르면, 안데스 산맥은 그 중 세번째 대인 신생대(Cenozoic Era, 新生代 )에 생겼다고 합니다. 신생대는 약 6,500만 년 전에 시작되었고, 국제협약에 따라 2개의 기, 즉 제3기와 제4기로 나누어 집니다. 이들은 다시 세(世)로 세분되어 제3기는 팔레오세.에오세.올리고세.마이오세.플라이오세, 제4기는 250만 년 전(또는 170만 년 전)에 시작된 홍적세.충적세(최후 1만 년 간)로 각각 세분됩니다. 제3기는 조산운동의 시대였고요. 지각의 주요한 구조운동은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북아메리카의 대산맥계와 안데스 산맥, 알프스 산맥, 카프카스 산맥, 히말라야 산맥과 같은 거대한 산맥을 만들었다고 지질학계는 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산티아고의 주상절리는 대략 따져봐도 수 천 만년 내지 수 백 만년 전에 생성된 것이므로, 오늘날 인간들이 셈을 해 보는 게 부적절해 보일 정도로 오랜 과거에 만들어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주지하다시피 여행기를 끄적거리면서 이렇게 복잡한 내용(...아흑...ㅠㅠ)을 등장시킨 이유는 산타루시아 요새를 떠 받치고 있는 주상절리 때문이었으며, 오래전 과거에 만들어진 작은 동산 하나 때문에 남미의 역사가 바뀌게 된 역사적 사건이 그 속에 숨겨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언급한 바 오늘날 산티아고를 건설한 스페인의 페드로 데 발디비아는 이 땅의 원주민들인 피쿤체 인디오들의 거센 저항 때문에 쫒겨날 위기에 직면하기도 했지만, 까마득히 먼 옛날 산티아고 분지에 솟아난 주상절리 하나 때문에 기사회생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역사적 아이러니란 이런 것일까요. 남미 땅을 지배한 원주민들은 주야장천 태양신을 믿고 따랐지만, 정작 그들을 배신한 건 정말 별 볼일도 없을 정도로 하찮게 여겼던 작은 돌산이었다니 얼마나 원통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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