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자 울타리 속의 은밀한 誘惑
-울타리 속 은밀한 유혹에 이끌린 본능-
우리 인간들은 무엇이든 쉽게 믿는 습관이 있는 것일까.
사실이 아님에도 불과하고 끊임없이 '사실'이라고 쇄뇌를 시도하면 부지불식 간에 어느덧 그게 사실로 변해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사실을 증명할 수 없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책에 그렇게 쓰여져 있다라는 말 한마디 또는 신문이나 뉴스가 '카더라'하면 그 내용을 맹신하게 되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다. 저자가 누구며 신문이나 방송이 어떤 의도에서 쓴 글이나 보도내용인지 조차 무시하기 일쑤고, 글쓴이의 기획의도에 따라 이성적인 판단인지 감성적인 판단인지 또 그게 서로 같거나 다르며 수준 차이를 나타내는 판단의 방법인지 등에 대해서도 까마득히 잊고 그저 자신이 알고 있는 알량한 지식으로 '사실'이라고 말하거나 느끼는 것 같다.
뭐 대단한 글을 끄적이고자 서두를 재미없게 시작한 게 아니라, 녹음이 짙어 벌건 대낮이 까만 밤처럼 변해버린 숲 속 탱자나무 울타리에 걸쳐있는 산딸기의 탐스러운 모습 때문이다. 은밀한 유혹이라는 단어를 떠 올리다가 더불어 생각난 게 '아담과 이브' 내지 '아담과 하와'와 같은 천지창조 이후 인간들에게 전해져 내려오는 기원신화를 액면 그대로 적용하고 있었다. 그 내용은 너무도 잘 알 것이지만 다시한번 한 장면만 끄적여 보면 이런 내용이다.
"하느님은 흙이나 진흙으로 한 남자를 만들고 그를 에덴이라고 부르는 동산에 둔다. 하느님이 창조한 동물들에 남자가 이름을 붙여준다. 남자의 배필이 될 한 여자가 남자의 신체 중 일부로써 창조된다. 뱀이 여자를 유혹하고, 여자가 남자를 유혹한다. 그래서 하느님이 먹지 말라고 한 선악과의 열매를 먹는다. 저주가 뱀에게 내리고("뱀은 배로 기어다녀야 할 것이며, 여자의 후손들과 적대관계에 있게 될 것이다"), 여자("여자는 아이를 낳는 동안 고통당할 것이며, 남편에게 종속되어야 할 것이다")와 남자("남자는 먹고 살기 위해 고통과 수고를 겪어야 하며, 결국에는 죽어야 할 것이다")에게 내린다. 두 사람이 에덴에서 쫓겨난다."
이게 히브리 성서(창세기 2.3장)에 나오는 인류 최초의 부부 모습이다. 뱀이 여자를 유혹하고, 여자가 남자를 유혹한다. 그래서 하느님이 먹지 말라고 한 선악과의 열매를 먹는 유혹의 고리가 오늘날 인생의 사이클로 등장시킨 묘한 모습이다. 그럴 듯 하다.
인류의 기원신화에 따르면 뱀이라는 한 상징적인 동물이 유혹誘惑의 매체가 되며 우리 인간의 뇌리 속에서 늘 흑과 백 내지 사실과 거짓 등 이분법을 만들어 내는 존재로 등장하고 있다. 그러니까 인간의 판단에 따라 결정을 하는 장치가 인간의 좌뇌 내지 우뇌나 개인차 등에 따라 일어나는 게 아니라, 그저 뱀 또는 배암의 유혹에 따라 이렇게도 되고 저런 결과를 낳게되는 것일까.
내가 알고 있는 스마트한 사람 중 논리적이며 또 논쟁적이며 신학적이자 이성적이며 감성적인 두뇌를 소유하고 있었던 그는, 기원신화에서 주장하고 있는 사실(?)에 대해 '아담 보다 이브가 먼저 창조되었다?'라는 도전적인 내용의 글을 과학적 분석으로 재조명한 바 있다. 그 내용에 따르면 최근의 분자 생물학,진화 생물학,유전공학,생화학의 연구결과들은 기존 성서의 말씀과는 사뭇 달리 '아담보다는 이브가 먼저 세상에 존재했을 가능성이 훨씬 크다는 점'을 밝혀내고 있다는 데 주목하고 있었다. 인간을 다 뜯어(?) 분해해 본 결과 과학자들은 남성보다 여성이 먼저 출현했다고 보이는 과학적인 증거(또는 근거)들에 대해 지구상의 동식물의 세포속에 있는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 단수:mitochondrion)를 내세웠다.
미토콘드리아 핵에 있는 DNA는 아버지와 어머니로부터 절반씩 물려받지만, 유독 '미토콘드리아의 DNA는 어머니(여성)를 통해서만 유전'된다는 사실이었다. 현대의 분자생물학자들은 유전자의 계보를 거슬러 올라가는 연구를 한 결과 미토콘드리아가 원래 박테리아의 일종이었는데 세포(원시 세포)가 만들어질 당시에 들어와 정착하면서, 그밖의 기관들과 일종의 협업 체계를 만들어 세포를 이루게 되었다고 보고 있다(공생진화론). 약 10억년 전 쯤 지구대기의 산소농도가 높아지면서 원시 핵과 세포기관을 가진 세포가 출현했는데 바로 이때 이런 세포를 구성하는데 참여한 박테리아중 하나가 바로 미토콘드리아였다는 것이다.
미토콘드리아는 스트레스가 생기면 세포를 죽게 하는 신호를 보내는데 여성 호르몬(에스트로겐)은 이 신호를 차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학자들은 이런 생리적 매커니즘이 처음부터 인간이라는 종을 보호하기 위해서 자연이 여성에게 부여한 일종의 특권이며, 이것이 결과적으로 남녀간 수명의 차이 등으로 나타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아담 보다 이브가 먼저 창조되었다?라는 글을 통해 미토콘드리아의 정체 등에 언급하며 결론부에는 언젠가 지구상에서 남성의 DNA는 완전히 사라지면서 인간이라는 고유한 종의 생명도 종말을 고하고 말 것이라며 과학자들의 진심어린 걱정을 함께 실었다.
그리고 그는 논리를 펼치는 중에 분자생물학자이자 유전학자인 옥스퍼드대 '브라이언 시이키스' 교수의 언급을 인용했다. 브라이언 시이키스 교수는 미토콘드리아 분석을 통해서 현생인류가 35명의 여성에게서 내려왔으며 현대의 유럽인은 소위 "7명의 이브들"에게서 나왔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 소렌슨 분자유전학 재단과 이탈리아 파도바 대학 연구팀에서도 확인된 사실이었다.
내 생각 속의 '은밀한 유혹'은 이렇듯 재미도 없이 장황한 생물학적 고찰로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이성적 판단의 과학이란 게 이런 모습이지만 감성에 의한 직관은 매우 간단했다. 아마도 그 결정도 미트콘드리아가 내리고 있었던 것이며 이브의 결정에 따른 것일까.
산딸기가 탱자나무 속에 기생하고 있는 장면을 보자마자 카메라의 셔터가 연속적으로 작렬하는 동시에, 걸음을 탱자나무 울타리 바깥을 돌아서 산딸기를 취할 수 있는 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내 속에서 은밀한 유혹의 음성이 들이고 있었다.
(따 먹어. 따 먹어 보라니까...)
기원신화와 현대의 과학자들의 견해가 충돌하거나 말거나 은밀한 유혹은 미각을 통한 생명 연장 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봤자 겠지만)아담과 이브를 꼬드긴 정체가 배암이 아니라 미토콘드리아라는 생명체의 본능적 욕구이자 먹이사슬의 숙명 같았다. 이브가 아담 보다 먼저 출현했음직한 장면이다. 그녀는 하늘로 부터 홀연히 생명을 연장해야 할 사명을 부여받은 지구별 최초의 사람이라야, 은밀한 유혹을 끄적인 히브리 성서의 기원신화가 남성적 편견에 사로잡힌 거짓된 내용일 듯 싶다. 나는 본능적 욕구에 충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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