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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나와 우리덜/나와 우리덜

50년 할아버지 친구 '핫셀브라드' 사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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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할아버지 친구 '핫셀브라드' 사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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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께서는 지금으로 부터 약 50년 전 부터 카메라와 함께 살아오셨습니다. 진주성 촉석루 앞에서 사진촬영을 하며 생계를 이어온지는 27년이란 세월이 흘렀고 그 사이 촉석루를 찾은 역대 대통령들의 모습을 모두 기억하고 있는 분이었고, 할아버지가 사진사라는 이름으로 처음 자리잡은 곳은 진양호였는데 촉석루 앞으로 이동한 시절이 벌써 27의 세월이 지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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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진주 남강의 의암을 다녀오는 길에 스치듯 만난 할아버지는 관광책자를 발간한 후 바쁜 시간을 보내고 계셨는데, 저는 할아버지가 소지하고 계신 낡은 스웨덴제 '핫셀블라드'에 눈이 팔려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50년에 이르는 세월동안 핫셀블라이드의 큼지막한 정사각형 파인더를 통해 과거로 사라질 영혼(?)을 붙들어 뒀을 것이며, 그 영혼들은 밝고 선명한 파인더 속에서 때로는 웃음을 짓기도 하고 때로는 우울한 표정을 짓고 할아버지와 조우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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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가 처음 핫셀브라드를 만난 것은 군생활을 하면서 부터였고, 1963년 군을 전역한 이듬해 부터 핫셀브라더와 함께 줄곧 살아오셨던 것입니다. 그동안 핫셀브라드가 얼마나 고생(?)했던지 고치며 사용해도 4번째 핫셀브라드가 할아버지와 함께 촉석루를 지키고 있는 모습입니다. 할아버지의 연세는 금년에 72세 시니 평생을 핫셀브라드와 함께 살아오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논개로 더 유명해진 진주성 촉석루는 그래서 할아버지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촉석루 할아버지'로 촉석루를 찾은 사람들의 기억속에 오래토록 남아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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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앞에서 할아버지의 반려자로 늘 함께 따라다니는 핫셀브라드가 제 눈길을 끈 것은 다름이 아니라, 죽마고우였던 친구가 가졌던 고집스러운 장면 때문이었고 필카로 불리우는 이 카메라와 함께 출사랍시고 따라간 후 뽑아낸 사진 때문이었는데, 그때 우리들의 영혼을 빼다 박은 사진들은 사진속에서 뿐만 아니라 기억속에 오래토록 남아 촉석루 할아버지와 함께 핫셀브라드를 추억하고 있는 것입니다.

친구 때문에 사진 촬영을 좋아하게된 제 곁을 스쳐간 카메라는 펜탁스와 케논, 야시카,미놀타,올림푸스 등이었습니다. 물론 필카와 디카가 혼재되었죠. 용돈을 아껴가며 필름을 구입하고 현상된 사진을 기다리던 시간은 얼마나 행복했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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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사용하고 있는 카메라는 니콘이지만 촬영한 이미지들은 제 마음을 흡족하게 해주지 못하고 있는 대신 핫셀브라드의 단점만 보충해 주고 있는데, 핫셀브라드 사진기(카메라로 부르면 어색하다)는 불편해도 여간 불편하지 않은 촬영방식 때문에 기동성이 떨어지는 것이 큰 문제였습니다. 아울러 내장노출계가 없으므로 촬영시마다 현재 노출상태를 외장 노출계를 통해 측정해야 하고, 움직이지 않아야 제대로된 사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삼각대가 있어야 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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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 아니라 사진기의 무게를 감안하면 핫셀브라드는 정적인 카메라여서 외형상 동적인 제 습성하고는 별로 어울리지 않았던 것입니다. 하지만 세월이 거급하면 할수록 촉석루를 핫셀브라드와 함께 지키고 계신 할아버지 처럼 특정 제품의 마니아가 되고 싶은 생각이 들 뿐만 아니라 할아버지와 핫셀의 만남처럼 오랜 인연을 통해 여러사람들의 기억속에 묻히는 한편, 여러분들의 추억을 만들어가는 블로거가 되고 싶은 생각도 드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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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니콘을 들고 나름의 출사를 떠난 후 현상된 메모리카드의 결과물을 보면 이게 사진인가 싶을 정도로 실망하는데 늘 같은 모습인듯 서로다른 모습을 인화해 내는 촉석루 할아버지는 그래서 자신이 펴낸 관광책자가 너무 자랑스럽고 기억에 오래토록 남는지도 모릅니다. 아나로그의 진수를 다시금 아나로그의 저장고 속에 남겨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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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할아버지의 마음을 알아주는 신문사나 EBS의 다큐 등에 나오는 모습을 할아버지는 너무도 좋아 하셨는데, 정작 자신의 모습을 자신이 촬영할 수 없었음에도 핫셀브라드에 대해 스스로 너무 대견해 하시는 모습이었습니다. 할아버지의 사진사 직업은 타인을 위한 촬영이었지만, 욕심없이 평생을 흠없이 살게해 준 것도 핫셀과 함께한 촬영인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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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하루밤만 자고나면 새로운 이름의 카메라가 악세사리만 바꿔단 채 출시되고 있는 모습이고, 사진은 단지 피사체를 보여주는 장면일 뿐 생명이 없는 것 같아, 카메라에 대해 이야기 하려면 최소한 할아버지와 같은 경력이나 사진기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가져야만 '사진을 조금 아는 편'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것에 비하면 전 그저 아이들 처럼 장난감에 목숨을 거는 정도에 불과해 보입니다.ㅜ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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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동안 할아버지 친구가 되었던 '핫셀브라드' 사진기는 촉석루 할아버지와 함께 촉석루 입구에 서서, 논개 소식을 전하며 추억을 만들어 주고 계셨습니다. 조~오기서요. 정말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

베스트 블로거기자
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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