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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온 山들

돌배와 돌놈의 기막힌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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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배와 돌놈의 기막힌 만남



똘배라는 명칭은 강원도 지방에서 '돌배 a wild pear'를 가리켜 부르는 방언이다. 보통은 돌배라고 부르며 돌배나무의 열매를 돌배라고 하는데, 어디서 많이 들어본 명칭이다. 돌배과 비슷한 이름의  '돌놈'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보통 버릇이 없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버르장머리 없는 사람을 일컬어 돌놈이라고 칭하는 것이다. 비슷한 명칭은 개놈이다. 개놈의 '개'는 개를 가리키는 게 아니라 돌과 같은 뜻으로 쓰인다.



이를테면 개복숭아가 그렇다. 개복숭아가 개(Dog)가 먹는 복숭아나 개의 유전자가 포함된 것은 아니잖는가? 따라서 산속 등 아무곳에나 자라 볼품없는 복숭아 등을 가리켜 본래의 이름 앞에 개字를 붙이면 개나 돌이나 같거나 비슷한 명칭이 되는 것이다.


 
사전적 정의에 따른 돌놈이란, 따라서 버릇을 가르치고 배울만한 부모나 스승이 없는 상태에서 제 멋대로 자란 품성이라, 그렇지 않은 보통 사람들의 일반적 행위나 행태 보다 뒤떨어진 사람으로 이런 소리를 듣게되면 부끄러워 해야 옳을 것이지만, 돌놈이라 부르며 꾸짖어도 부끄러움 조차 없음으로 이런 명칭을 사용하는 사람이 오히려 그와 같은 소리를 듣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하여튼 돌배나 돌놈은 둘 다 사촌간 정도 되거나 같은 성질을 가진 게 틀림없다.



그런 돌배를 만난 곳은 하늘 아래 첫동네라 부르는 부연동의 삼산3리에서 였다. 동네라고 해봤자 몇가구 밖에 없는 부연동의 한마을에서 그 동네에 대를이어 살고 있는 분을 따라 동네 구경을 하는 동안 나무 가득 매달린 돌배를 보며 탄성을 지른 것이다. 이 돌배는 보통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않는 산속 등지에서 볼 수 있는 돌배와 시뭇다른 모습이었다.



열매 크기와 모양만 조금 달랐을 뿐 고급품종의 배와 별 다를 바 없었다. 아마도 근처의 돌배가 배과수원의 배와 교잡이 이루어진 듯 했다. 그런데 돌배를 따 먹으려 드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고 돌배나무에 더이상 매달릴 힘이 없는(?) 녀석들은 모두 돌배나무 밑으로 떨어져 썩어가고 있었다. 아무도 돌배를 거들떠 보지 않는다는 증거다.



요즘은 제 철 과일이 한창이고 먼 나라에서 수입된 과일들 맛을 사철 볼 수 있어서 돌배 따위는 거들떠 보지도 않을 것이지만, 우리네 풍습속 제사상 맨 앞줄에 오르는 과일인 배는 복숭아나 사과나 자두 등과 같이 우리 정서를 대변해 주던 과일이었다. 곧 추석이 다가오는데 한해의 농사를 풍요롭게 만들어준 하늘에 감사하고 조상을 추모하는 제사상의 맨 앞줄은, '조율이시'棗栗枾梨'의 제사상 차림 원칙에 따라 넙쭉 엎드려 절을 하고 나면 눈에 금방 띄는 게 배 였다. 하지만 돌배는 다른 대우를 받았다.


돌배는 일반인들에게는 '돌배주' 재료로 알려져 있는 기막힌 술이다. 하지만 요즘은 돌배나무를 잘 만날 수 없어서 돌배주를 구경하기도 쉽지 않지만 이렇듯 우연찮게 버림받는 돌배나무를 만나면 자루가득 따 담아 오는 지혜가 필요하다. 아무리 버림받는 돌배나무라 할지라도 사례를 하는 게 옳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날 뒤통수가 가려울 즈음 돌배나무 근처에서 돌놈 소리를 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


돌배술의 효능은 고기 분해 효소가 많이 들어있어서 육질을 부드럽게 하는 특성이 있고, 담이나 기침, 변비, 이뇨에 좋다고 하는데 보통의 배가 지닌 특성은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셈이다. 이 술을 담글 때는 잘익은 열매를 선택하고 가볍게 씻어서 물기를 충분히 제거한 후, 병에 넣어 밀봉해서 냉암 속에서 숙성한 이후 약 2개월 후에 마시면 된다. 물론 내용물은 그대로 두고 3개월 이상 숙성케한 다음 햇수가 거듭할수록 좋은 술이 되지만  주당들은 그 기간을 인내하지 못할 것 같고 내용물은 1년쯤 후에 건져낸다.

돌배주를 담그는 재료 비율은 산돌배 400g:설탕 60g:소주1.8L를 준비하면 되므로 별로 어렵지도 않다. 돌배란 녀석이 없어서 탈이지 이렇듯 아름다운 만남(?)이 이루어지면 곧바로 작업에 들어가는 게 돌배를 대한 사랑이며 예의다. ^^


돌배는 술만 담그는 재료인가? 아니다. 잘 익은 돌배가 발견되는 이 맘때쯤 돌배를 따서 즙을 낸 다음 공기가 차단될 수 있을 정도로 꽁꽁 밀폐를 한 이후 잘 익으면 차로 마실 수 있는데 이 차茶를 석차 石茶라고 하며 몇년을 둬도 맛이 변하지 않는다고 하니 돌배란 녀석을 만나면 즉시 석차 준비에 들어갈 만하다. 이 렇게 귀한 차를 아무때나 마시면 되겠나? 물론 그렇게 하는 것은 쥔장 마음이다. 하지만 석차는 이듬해 봄 까지 잘 숙성하게 놔 두었다가 배꽃이 하얗게 필 무렵인 어느 봄날, 평소 전화한통 없던 돌놈이 배꽃 모습에 취해 느닷없이 방문하면 그때 돌배 이야기와 더불어 돌놈 이야기를 곁들이면 금상첨화(아니면 梨香添酒)일 것이다. ^^*
 
베스트 블로거기자
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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