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산 '다람쥐' 톰과 제리 닮은꼴
어제 대모산을 다녀오는 길에 안사람과 몇마디 중얼거렸다. "왜?...다람쥐가 한마리도 보이지 않지?..." 서울 근교의 산을 오르내리다 보면 등산로 주변 곳곳에 모습을 보이던 다람쥐들이 한마리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혹시 다람쥐의 천적이 나타난 것일까? 나타났다면 녀석의 정체는 무엇일까? 혹 산냥이?...그러나 산냥이는 커녕 고양이 그림자 조차 발견하지 못했는데 괜히 다람쥐가 보이지 않자 용의선상에 고양이를 떠 올려본 것이다.
죄없는 고양이가 문득 떠 오른 것은 다람쥐는 일반적으로 쥐목의 다람쥐과에 속하는 '설치류'기 때문이었고 다람쥐를 쥐와 동일시 했기 때문이다. 다람쥐의 종류는 다양해서 전세계 각지에서 숲이나 사막.초원.툰드라 등 다양한 서식지에 살고 있다고 전해지며 약 50속屬 260종이 있다고 하는데, 여기서 가리키는 다람쥐는 한반도에 살고 있고 우리와 자주 마주치는 다람쥐과 동물인 '시베리아다람쥐 Tamias sibiricus'를 말한다.
Tamias sibiricus
하산을 하는 동안에도 다람쥐는 보이지 않았으나 약수터에 들러 물을 긷고자 배낭을 내려놓자 마자, 약수터 뒷편 난간에 어른거리는 장면이 있어서 재빨리 카메라를 들었다. 용케도 이녀석은 제 말을 하는 걸 알았던지 내 곁에 나타난 것이었다.(상넘이네? ^^) 이때부터 다람쥐와 나의 눈치 싸움이 진행됐다.
녀석은 두 손(?)에 도토리 같이 작은 먹이감 하나를 들고 볕이 잘 쬐는 난간 위에서 야금야금 입을 놀리고 있었는데, 나의 지나친 행동은 녀석을 금방 쫒아버릴 것 같아서 녀석이 눈에 띄자 마자 나는 시선만 다람쥐에게 고정하고 동태를 살피며 카메라를 녀석에게 향하고 있었던 것이다.
녀석이 200mm렌즈의 사정거리에 들어와야 하는 것은 물론, 모처럼 녀석의 모습을 크게 촬영해 보고 싶었으므로 조금이라도 녀석에게 더 다가가야 했다. 정말 나는 다람쥐의 마음을 몰라도 한참 몰랐다. 녀석은 어떻게 알고있는지 내가 느린 걸음으로 살그머니 몸을 움직여 다가가면 다가간 만큼 멀어지는 것이었다. 혹시라도 내 눈동자가 노출될 것을 우려하여 아예 카메라로 마스크처럼 얼굴을 가렸는데도 먹이를 먹으며 연신 눈동자는 나를 경계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이 포스팅 속에 남겨진 그림이 녀석에게 근접하여 촬영한 그림 전부인데 결국 녀석은 나를 향하여 '못믿을 인간' 쯤으로 치부하고 저만치 달아나고 만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참 다행이었다. 어떤 다람쥐들은 등산객 주위를 따라 다니며 먹이를 구걸하는데 녀석은 야성 얼마간을 잘 간직하며 이 산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미국 ABC TV에서 1975년 9월 6일 아침에 처음 방영되고 '톰과 제리'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생쥐역의 '제리'는 극중에서 덩치 큰 '톰'의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언제든지 계속 맞대응을 하며 별의 별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 하여 싸우며 역경을 헤쳐나가는 반면, 톰은 자기보다 약한 생쥐와 같은 자를 지배하고 괴롭히는 것과 동시에 자기보다 강한자한테는 언제나 당하는 꼴로 연출되고 있다. 약수터에서 카메라를 들고 다람쥐에게 다가서는 모양이 꼭 톰과 같은 모습이었고 인간들의 나쁜 습성을 간파(?)한 다람쥐는 제리와 같이 나를 곁눈질 하며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며 안전거리를 확보하고 있었던 것이다.
요즘 인터넷 상에서 적지않은 블로거들이 시사문제에 관하여 입을 다물고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미네르 다람쥐'가 톰으로 부터 체포 당하는 건 물론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구속을 당하는가 하면 보석도 허가하지 않고 있고 면회도 제한되어 있다. 톰이 파리채를 높이 들고 제리를 향하여 뒤쫒고 있는 모습과 별 다를 바 없고 자신을 괴롭히지도 않은 제리를 향하여 죄를 뒤집어 씌우는 한편 국면전환용으로 억울함을 호소라도 하는 듯 남들 다 가지고 있는 미사일로 호들갑을 떨고있는 것이다.
정말 웃기는 것은 톰이 나누어 준 보도자료로 나팔을 불고있는 언론과 방송들이고, 공군기지 활주로 앞에 555m 짜리 112층을 짓는다고 해도 말한마디 못하던 꼭두각시 같은 보수단체들의 대북시위 모습이다. 인터넷 세상에서 잘 보이지 않는 시사 블로거들은 대모산에서 눈에 잘 띄지 않는 다람쥐와 지혜로운 제리와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 아름다운 봄날 뒷동산 약수터 근처에서 다람쥐 한마리가 촛불을 들고 불법 폭력시위를 한 것도 아닌데 녀석의 모습을 '채증'하려는 내 꼴이 정말 우스광스럽게 변한 하루였다.
Boramirang
Sensitive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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