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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東方朔!

혹한속 얼음판에 그린 '생존'의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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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꿈꾸는 그곳                       
       



혹한속 얼음판그린 '생존'의 그림

엊그제 막 겨울에 접어든 것 같은데 벌써 우수가 지나고 시간이 조금만 더 흐르면 '경칩'이 다가 온다.
 경칩은 우수와 춘분 사이 3월 5일 경 쯤인데,
동면을 하던 벌레들이나 개구리가 깊은 잠에서 깨어 꿈틀 거리기 시작한다는 때다.

아래 그림들은 이른바 '먹이사슬농법'을 하며 식용개구리를 양식하는
춘천댐 호수변에 위치한 S농장을 방문하여
혹한속 이른 아침 호수 한가운데서 촬영한 몇장의 그림이다.


그림들은 보시기에 따라서 아무런 의미도 없는 그림이듯 싶지만,
 호수 한가운데로 낙서하듯 눈을 치우며 두꺼운 얼음위로 걸어가며 남긴 흔적들은
 이 농장의 주인이 나름의 창작 의도가 가미된 작품이다.


넓디 넓은 춘천댐의 외진곳에 위치한 이 농장은
 맞은편 화천 빙어축제가 열리는 곳에서 보면 누구나 한번쯤은 가 보고 싶어하는 곳이고,

실제로 이 농장의 주인 임모씨에 따르면
 농장 맞은편 국도를 따라 드라이브를 하던 중 이곳을 방문해 보고 싶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이곳 땅을 매입하면서 요양을 겸한 농사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는 달팽이관 이상으로 어지러움증을 느끼며 생활이 불편할 정도로 심한 고통을 받고 있었는데
 이곳에서 각종 민방들을 처방하면서 부터 어지러움증에서 탈출했고
마침내 그가 꿈꾸던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자신과 비슷한 증상을 앓고 있는 분들이나
치유하기 쉽지 않은 병들을 제압할 수 있는 음식요법을 연구하던차에
 '먹이사슬농법'이라는 특이한 농법에 매달려 있는 것이며,
 
그림들은 그가 내게 시식하게 해 준 '개구리전골'을 먹고난 다음날 아침의 모습이다.


그림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서까래를 이용하여 일정방향 까지 눈을 치우고 난 후,


눈을 치운 끄트머리에는 얼음에 구멍을 뚫고 낚시 채비를 드리워 놓았다.



마치 그가 살아온 여정과 같은 이 길을 따라서 도착한 곳에는 한파로 뚫어놓은 구멍이 모두 얼어있었다.


그러나 간밤에 이곳에서 잡아 올린 '베스' 세마리는 북방산개구리 무리가 담긴 어항 곁에서 파닥이고 있었다.


그는 이곳에서 살기위한 몸부림으로 처절한 사투를 벌인 끝에 현재 완치에 이르러 보청기를 사용하고 있지만
희귀한 병 중 하나인 달팽이관 어지러움 증세는 일반이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고통이 수반되었다고 전한다.
오죽하면 그를 간병하던 아내나 아이들 조차도 더는 수발을 회피할 정도였겠는가?


"...어지러움증이 시작되면 속이 울렁 거리기 시작하면서 구토가 시작되는데...
그 구토는 하루종일 이어지면서 몸속에 있던 아주 작은 물 까지 모두 토하게 만들고...
그렇게 한바탕 구토를 경험하면 며칠씩 꼼짝달싹도 하지 못한 채 송장처럼 누워있었습니다. "




나는 혹한속 얼음판 위에서 간밤에 그가 전해준 이야기를 떠 올리고 있었다.


그가 서까래로 얼음판위 눈을 치우며 호수 한가운데로 나아간 모습과,


호수 한가운데 설치해 둔 얼음구멍과 낚시채비는


그가 세상에 살아남기 위해서 혼자 사투를 벌인 흔적과 같이


그가 살아 온 모습 그대로 새하얀 눈위에 자신의 삶의 여정을 현상하듯 옮겨 둔 것이었다.


경칩이 지나면 이곳에 있는 얼음은 대부분 녹았을 것이고
혹한 속 그림과 같은 작품을 만들려면 또 다시 1년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그러나 세상을 조금 살아 본 경험으로 비추어
 1년이란 세월은 결코 긴 시간도 아니며 그렇다고 호락호락한 세월은 더더욱 아니다.


혹한과 같은 세파속에서도 살아남고자 하는 사람은 이렇듯 새 봄을 맞이할 것이지만
쉽게 포기하고 동면을 좋아하는 생명들은 결코 경칩을 맞이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그가 그린 그림옆에
아직 아무도 지나치지 않은 새하얀 눈위에 발자국을 남기고 돌아왔다.


베스트 블로거기자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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