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행복해지는
구룡령 깐돌이 '표정'
깐돌이가 사는 곳은 백두대간 구룡령자락 아래다. 그가 사는 곳에서 보이는 것은 울긋불긋한 단풍이 막 내려오기 시작한 구룡령 자락과 구룡령자락을 닮은 할머니의 등 뿐이다. 간간히 강쥐가 마당을 오가지만 깐돌이에게는 강쥐 조차도 버겁다.
두살박이 깐돌이가 이곳에서 2년을 보낸 것은 순전히 엄마 아빠 때문(맞벌이)이기도 하지만 가을 볕을 쬐며 강쥐를 내려다 보며 할머니 등에 엎혀있을 때가 제일 행복하다.
까꿍!!~~~^^
깐돌이(가명)가 가을을 알기에는 너무도 어리지만 이곳에서 겨울을 두번 보내는 동안 유난히 햇살이 따사로울 때 할머니의 등에서 풍기는 냄새만 맡아도 가을이 온 것 쯤이란 걸 안다. 깐돌이를 만난 건 이번이 두번째지만 깐돌이는 여전히 나를 잘 못알아 본다. 당연하다.
다시 만난 깐돌이는 여전히 낮설어 두리번 거리다가 갈햇살을 더불어 쬐면서 친해졌다. 내가 깐돌이 앞에서 재롱(?)을 피우자 깐돌이는 갈아부친(마당에 넘어졌나 보다) 얼굴 아래 가을햇살 보다 더 따사로운 웃음과 침을 흘리며 좋아했다.
내 피붙이가 아니지만 아이를 좋아하는 나는 이 녀석을 볼 때 마다 행복해 하고 있다. 구룡령 너머 티없이 맑은 하늘과 골짜기를 흐르는 수정같이 맑은 물을 닮은 깐돌이의 천진난만한 표정...난 깐돌이의 매력에 홀라당 반하고 말았다.
까꿍!!~~~
웃을일이 흔치 않은 현대인들에게 깐돌이는 '거울'과 같다. 좋은 것을 '좋다'하고 싫은 것에 대해서 '싫다'고 표현하지 못해서 경직된 표정들이 깐돌이를 닮으면 얼마나 행복할까?...
깐돌이는 할머니가 밭에서 막 케 온 무우껍데기 한조각을 입에 넣고 빨면서도 행복해 했다. 다음번 방문 때 잊지말고 깐돌이를 위한 작은 선물하나를 쥐고 이녀석을 웃기러 가야 겠다. 아니...깐돌이를 만나면 행복해 질 나를 생각해서라도 구룡령 천사를 다시 만나야 겠다.
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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