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짜장스님

소야스님,초딩은 짜장면이 공짜



 www.tsori.net


춘향제에서 만난 스님짜장
-소야스님,초딩은 짜장면이 공짜-



"스님,
 왜 초등학생들은 
 짜장면이 공짭니까?"

남원의 광한루원 일원에서 펼쳐진 제84회 춘향제는 인산인해를 이루고 '스님짜장' 부스는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사람들이 얼마나 붐비는지 소야스님(소야 신천희)은 쟁반을 들고 이리저리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커다란 쟁반에 짜장면을 받쳐들고 나르는가 하면 다 먹고난 테이블을 행주로 말끔히 닦는 일을 하며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그런데 표정을 보니 너무 즐거워 하는 것. 

요천 둔치에 기다랗게 마련된 행사용 부스는 한낮에는 한증막이나 다름없었다. 짜장면 봉사는 점심 때부터 시작해 밤 9시가 다 됐어야 끝났다. 곁에서 그 장면을 지켜보다가 스님께 불쑥 질문 하나를 던졌다. 이날 스님짜장 부스에서는 초등학생들에게 짜장면을 공짜로 제공했기 때문이다. 소야스님은 이렇게 대답했다.




"부모하고 같이 온 초등학생들은 엄마 한테 얻어 먹을 수가 있는데 초등학생들 끼리 온 학생들은 먹고 싶은 데 눈치만 살피고, 돈이 없으니까 그냥 기웃거리고 가는 얘들이 많아요. 그런 거 보니까 안타깝고 그래가지고 기왕에 우리 봉사하는 데 '초등학생들은 기회를 주자' 그래서 그냥 무료로 하기로 했어요."




아이들을 너무 사랑하는 이 분이 스님짜장 부스에서 만난 소야스님이다. 스님이 입고계신 가운에 '착한스님짜장'이란 글씨가 눈에 띄는 데 실제로 만나본 스님은 착한 정도가 아니라 너무 순진하셨다. 스님은 시인이자 아동문학가로 전북 김제시 금구면 오봉3길 129에 있는 무주암에서 지금도 왕성하게 작품활동을 하고 계신다. 지인을 통해 처음 뵌 스님은 한 번 연이 이어지니 다시금 만나게 된 귀한 인연이었다. 춘향제에서 만나뵙고 다시 진주에서 김종길(김천령) 선생의 출판기념회(북콘서트)에서 만나 스님의 시 <외상값>을 가슴에 담으며 울컥했다. 


외상값

-소야 신천희

어머니
당신의 뱃속에
열 달동안 세들어 살면서
한달치의 방세도 내지 못했습니다.

어머니
몇 년씩이나 
받아먹은 우유값도
한 푼도 갚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어머니
이승에서 
갚아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저승까지 가지고 가려는
당신에 대한
나의 
뻔뻔스러운 채무입니다.




스님은 속가에서 못다갚은 빚을 아이들을 통해 갚고 있었던 것일까. 곁에서 쭈욱 지켜본 스님은 하루종일 땀을 뻘뻘 흘리면서 봉사해도 늘 밝은 표정이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당신께서 나누고 계신 사랑이 무엇인지 단박에 깨닫게 되는 것. 초딩들의 기다림은 또 얼마나 진지한 지. 짜장면이 테이블에 놓이자마자 입이 귀에까지 걸리며 단숨에 한 그릇을 비우고 친구 몫까지 덤벼든다. 이런 걸 요즘 표현으로 '폭풍흡입'이라고나 할까.





짜장면이 나오자마자 쓱싹 비비고 후루룩 짭짭짭!...




친구 몫까지 달려드는 아이들의 표정을 보고있자니 덩달아 행복해진다.




초딩은 물론 초딩 이하까지 짜장면은 무료...세상은 각박한 것 같아도 이런 장면 하나만으로 가슴 한 편이 뭉클해오며 따뜻해 지는 것. 



*
춘향제가 열리고 있는 남원의 요천 둔치에 마련된 스님짜장 부스에서 두 스님(왼쪽 소야 스님, 오른쪽 운천 스님)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어쩌면 우리는 매일같이 착각 속에서 살고있는 지 모를 일이다. 겉으로는 풍요로워 보일 지 모르지만 우리 사회 한 구석에는 의외로 빈곤이 넘쳐나는 것. 짜장면 한 그릇이 채워주는 배부름은 돌아서면 그만이다. 짜장면 백 그릇 천 그릇을 먹으면 배는 불릴 망정 행복한 건 한 순간 뿐. 그러나 당신의 깨달음이 오롯이 녹아든 짜장면은 공짜라서 행복한 아니라 어미의 마음처럼 사랑이 듬뿍 담겨, 한 번 맛 보기만 하면 기다림으로 그리움으로 다가오는 게 아니겠는가.



요천 둔치에 어둠이 내리자 사람들이 미어졌다. 조그만 도시에 어디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오셨는 지...




공짜와 '안 공짜'가 공존하는 부스 안...잠시 바깥 풍경을 보니 이랬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 본 스님짜장 부스 안...




행복한 기다림이 줄을 잇고 있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다시 한 번 더 뒤를 돌아봤다. 어둠이 내린 요천 둔치를 밝게 비추고 있는 건 반드시 등불 때문은 아니었다.


"먹고 싶은 데 눈치만 살피고, 돈이 없으니까 그냥 기웃거리고 가는 얘들이 많아요..."





누군가 당신의 마음을 헤아려 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아고라방  초딩은 짜장면이 공짜



내가 꿈꾸는 그곳의Photo 이야기 



반응형